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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종오의 엔트로피]인터넷전화에 굴욕 당하다


'면단위' 고객의 인터넷전화 가입 실패담

집전화를 인터넷전화로 바꿔 보기로 마음을 정했다. '집 나가면 개고생'이란 말은 염두에 두지 않기로 했다. 여러 곳을 살폈다. 인터넷전화 사업자 사이트는 물론, 블로그와 카페 등도 두루두루 섭렵했다.

가격을 따지고 단말기 모양새를 꼼꼼히 체크했다. 사업자 할인 혜택을 조밀하게 챙겨보는 것은 기본. 표로 만들고, 체험기를 올린 블로거들의 글을 읽고 입체적으로 분석했다.

휴대폰으로는 "인터넷+전화를 신청하면 현금 20여만 원을 드립니다"는 메시지가 수없이 들어왔지만 믿진 않았다. 우리 집에는 휴대폰 3대(부모님 1대, 부부 각각 1대)와 집전화가 있다. 문제는 집전화로 아이들이 엄마, 아빠 휴대폰으로 쉴새없이 전화를 걸어온다는 것.

요금 청구서를 보면 거의 70%가 아이들이 집전화로 휴대폰에 걸어 온 요금이다. 이를 인터넷 전화로 바꾸면 비용이 어느정도 줄어들 것이란 기대도 있었다.

입체적 분석결과, A사를 선택했다. 집전화를 끊고 새로운 사업자로 옮겨 보기로 한 것이다. A사 고객센터에 전화를 걸었다. 친절하게 상담원이 전화를 받았다.

"집전화를 해지하고 인터넷전화를 신청하려고 합니다."

상담원은 '참! 잘한 선택'이라며 내가 살고 있는 곳을 물었다. 주저 없이 경기도 여주군 ○○면이라고 대답했다. 상담원은 잠깐만 기다리라고 하더니 "고객님! 죄송하지만 그 쪽은 아직 우리 회사 인터넷서비스가 되지 않습니다"라고 응답했다.

'뭔 말?'

자신들의 초고속인터넷은 아직 내가 살고 있는 여주군 ○○면에 서비스 되지 않는다는 말이었다.

2009년 12월말 기준으로 전국 인터넷 전화 가입자는 650만 명에 이른다. 그런데 아직도 내가 살고 있는 면단위에는 A사의 서비스가 되지 않고 있었다. 실망감이 밀려 들어왔다.

'집 나가면 개고생'이란 말도 개의치 않았는데…어쩔 수 없이 '집을 나갈 수 없게' 됐다. 그래서 지금 쓰고 있는 사업자에 전화를 걸었다. 집을 나가진 못하더라도 그 쪽의 인터넷전화를 써 볼 생각이었다.

"집전화를 인터넷전화로 바꾸려고 합니다."

고객센터에서는 자신들의 인터넷전화 안내사이트에 접속해 "단말기를 선택해라" "요금은 어떻게 된다" "휴대폰으로 전화를 걸 때 요금이 싸다"는 등의 친절한 설명을 한 뒤 가입신청을 받아 주었다.

마지막으로 "집전화를 해지하면 고객님은 보증금 23만원을 되돌려 받는다"고 말했다. 집전화에 가입할 때 냈던 보증금을 되돌려 받는 것이다. 마음이 흐뭇했다. 그리고 "며칠 뒤 설치하는 기사 분이 방문할 것"이라며 전화를 끊었다.

3일 뒤 단말기를 들고 설치하는 기사가 도착했다. 기사는 그런데 "인터넷전화를 구축하면 이곳에는 서비스가 원활하지 못해 끊김 현상이 자주 발생할 수 있다"고 친절하게 경고(?)한 뒤 "그래도 설치하겠느냐"고 물었다.

'헉!'

설치신청까지 받고 단말기까지 들고 왔으면서 뜬금없는 질문에 "예?"라고 놀란 눈을 뜰 수밖에 없었다. 그의 표정은 마치 "집 나가면 개고생인데…"라고 말하고 있는 듯했다. 그럼 무엇 하러 인터넷전화 신청을 받았는지…. 인터넷전화에 굴욕 당했다는 생각 밖에 들지 않았다.

'집 나가려 했지만' A사는 서비스 자체가 아예 되지 않았다. '집은 나가지 않더라도 같은 회사의 인터넷전화를 쓰려 했지만 품질이 안 좋다'는 말에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집 나가고' 고객이 언제든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는 길은 아직 먼 듯하다.

정종오기자 ikokid@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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