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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의 인물]아이폰, 상식을 흔들다


그가 처음 한국 땅을 밟은 것은 한 달 전이었다. 성급한 추위가 기승을 부리던 지난 11월28일. 한 발 앞서 그를 만나려던 수 많은 사람들이 서울 잠실체육관 앞에 몰려들었다. 그 중엔 영하의 찬바람 속에서 20시간 이상 줄을 선 사람도 있었다.

시작부터 요란했던 그는 지난 한 달 동안 이 땅에 적잖은 바람을 몰고 왔다.

기존 상식에 의문 부호를 던지기도 했지만, 때론 사대주의 공방까지 불러일으켰다. 열광하는 팬이 있는가 하면, 전형적으로 과대포장된 제품이라는 비판도 만만치 않았다.

아이뉴스24는 2009년 '올해의 인물'을 선정하면서 '그'가 몰고 온 패러다임 변화에 주목했다. 짐작했겠지만 여기서 '그'는 바로 아이폰이다.

가상 인터뷰를 통해 아이폰의 시대적 의미를 탐구해 봤다. <편집자>


2년 여 동안 풍문 속에 존재했던 아이폰은 국내 시장에 등장하면서부터 만만찮은 내공을 과시했다.

불과 열흘 만에 판매량 10만대 고지를 훌쩍 넘겨버린 것. 그러다 보니 일부 마니아들 사이에서는 '아이폰 안 사면 루저'라는 말까지 등장했다.

아이폰의 파괴력도 생각보다는 강했다. 특히 지난 10년간 '영원한 유망주'에 머물렀던 스마트폰 시장까지 활짝 열면서 동반 상승효과를 몰고 왔다. 모바일 콘텐츠와 서비스가 봇물을 이루고 다양한 애플리케이션이 등장하면서 개발자들도 한껏 고무돼 있다.

게다가 아이폰은 이통사와 휴대폰 업체만 존재하던 고유의 생태계를 흔들면서 새로운 시대를 만들고 있다. 소프트웨어 개발자와 소비자들까지 이동통신 생태계에 끼워넣은 것이다.

아이폰과의 가상 대화를 통해 시대적 의미를 찬찬히 따져보기로 했다. 무조건 폄하하거나 애써 추켜세우기 보다는 '아이폰'이 한국 통신시장에 몰고 온 변화를 찬찬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아이뉴스24: 축하한다. '올해의 인물'로 디지털기기를 선정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소감 한마디 해달라.

아이폰 : 고맙다. 내가 한국 시장에 등장하면서 많은 것들이 바뀌고 있다. 내가 세상에 첫 선을 보인지 2년째라고 '과거의 망령' 운운하는 스마트폰들이 꽤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하지만 그들이 날 따라오려면 아직 멀었다. 한국 모바일 인터넷 환경도 내가 등장하면서 크게 변해가고 있다. 이통사의 데이터 서비스 활성화, 다양한 애플리케이션의 등장, 유선 인터넷 업체들의 무선화 등 이통시장 생태계가 바뀌고 있다는 점에 자부심을 느낀다.

예를 들어보자. 그 동안 은행에서 모바일 뱅킹을 구현하기 위해서는 이통사의 승인과정을 거쳐야 했다. 하지만 나는 다르다. 앱스토어에 관련 앱을 제공하는 것 만으로 원하는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

아이뉴스24 : 지난 10여년간 스마트폰은 '영원한 유망주'였다. 매년 시장이 열린다는 전망이 끊이지 않았지만, 연말이 되면 늘 '공염불'로 끝났다. 그런데 이제 정말 스마트폰 시장이 열릴 조짐이 보인다. 왜 그렇다고 생각 하나.

아이폰 : 과거 팜(Palm)으로 시작됐던 개인정보단말기(PDA) 시장이 스마트폰으로 이어졌지만 결과가 좋지 않았다. 사용하기가 불편했기 때문이다. 휴대폰 하나 사용하면서 두터운 책 한권을 공부해야 한다는게 말이 되나.

보통 스마트폰 사용자들은 PC와 스마트폰을 연결하는데 밤을 지샌다. 벨소리 하나 바꾸려 해도 두터운 매뉴얼을 정독해야 한다. 애플리케이션을 설치하기 위해서는 어디서 다운받아야 하는지, 이걸 스마트폰에 어떻게 설치해야 하는지 막막했다. 우린 이 모든 것을 사용자가 아이폰에 손가락을 가져다 대는 것만으로 해결했다.

아이폰은 스마트폰이 아니라 아이폰으로 불린다. 그게 나의 경쟁력이다.

아이뉴스24 : 사대주의 논란까지 불러일으키면서 올 한해를 가장 뜨겁게 달구었다.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아이폰 : 내가 세상에 등장하면서 '게임의 룰'이 바뀌다보니 여러가지 말들이 많이 나온다. 로비설이나 사대주의 논란의 경우 왜 이런 논란들이 등장하게 됐는지를 먼저 이해해야 한다. 한국은 지금까지 3천원짜리 고스톱 게임을 하나 다운받으면서 무선 데이터 요금을 1만원 이상 내야 했던 기형적 구조를 갖고 있었다. 스마트폰의 경우 무선랜을 지원했지만 쓸 수 있는 서비스가 별로 없었다는 점이 문제였다.

사실 내가 지원하는 기능은 경쟁 제품에 비해 보잘것 없다. 개별 단말기만 놓고 보면 더 뛰어난 제품도 적지 않다.

나의 강점은 '생태계'다. 수많은 개발자들이 나를 더 많이 활용하기 위한 애플리케이션을 만들고 우리는 함께 발전해왔다. 이런 점 때문에 내 편을 드는 사람이 많다. 단순한 사대주의 논란 등으로 치부하지는 않았으면 한다.

아이뉴스24 : 배터리 교체 문제, AS 문제 등으로 말이 많다. 앱스토어 역시 표절이 난무하고 국내법상 꼭 지켜야 되는 심의 문제 등 해결해야 할 과제들이 한 두 가지가 아니다. 어떻게 해결해 나갈 것인가?

아이폰 : 배터리나 AS 문제 등에 대한 지적에는 일정부분 수긍한다. 하지만 디자인을 희생하면서까지 배터리를 교체하도록 만들 수는 없었다. 그 점은 이해해줬으면 한다. 배터리 교체 문제는 전용 외장 배터리를 사용하면 된다.

리퍼비시 역시 단점 뿐 아니라 장점이 있다는 점도 알아줬으면 좋겠다. 휴대폰이라는 것이 한번 고장나면 고장난 부분 외에도 문제가 있을 수 있다. 때문에 부품을 재조합한 리퍼비시 역시 소비자들에게 큰 불편함이 없는 제도다.

표절과 심의 문제는 좀 다른데 초기 생태계 구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문제다. 곧 제자리를 찾을 것으로 생각한다.

어쨌든 이통사 위주의 폐쇄적인 한국 이통시장에 내가 등장하면서 적잖은 부작용이 발생하고 있는 것 같다. 초기의 시행착오라고 이해해줬으면 한다. 시간이 지나면서 잘 해결될 것으로 믿는다.

아이뉴스24 : 내년 목표는? 앞으로 등장할 경쟁자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아이폰 : 안드로이드를 비롯한 경쟁자들이 새해부터 많이 등장하게 되면 경쟁이 좀 더 치열해질 것으로 생각된다. 그 부분은 우리도 이미 예상했던 대목이다.

쉽진 않겠지만 승리할 자신이 있다. 내가 인기를 끌고 있는 것이 단순히 '앱스토어'나 스마트폰이가 때문이란 생각은 이제 버려야 한다.

애플이라는 브랜드가 갖고 있는 이미지와 새로운 것에 열광하는 대중, 지금까지 많은 스마트폰이 있었지만 한 차원 높은 세련됨과 디자인을 위해 과감히 희생한 기술 등을 이해하지 못하는 한 아이폰과 그 외의 스마트폰들이라는 시장 구도는 여전할 수 밖에 없다.

명진규기자 almach@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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