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시간 뉴스



통신 서비스, '이용자 중심'으로 진화한다


초당 과금·개방형 서비스 등 '고객 중심' 정책 잇따라

기업의 성장 토대는 분명히 고객이다. '고객은 왕이다', 이 금언은 그래서 빈 말일 수 없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왕 대접을 받고 있다'고 느끼는 소비자는 많지 않다. 서비스를 주고 받음에 '만족 누수 현상'이 그렇게 심하다.

가입자 4천800만명을 넘어 보급율이 100%에 근접하는 이동전화 서비스의 경우 지금까지 고객 불만이 많은 사업군에 속했던 게 사실이다. 이용자가 많고 첨단 기술을 다루는 만큼 불만의 소지가 더 많을 수밖에 없다는 점을 인정하더라도 유독 많은 민원의 대상이었음을 부인할 수 없다.

그러던 통신회사들이 올해 들어 크게 바뀌었다. 요금과 서비스 등에서 '이용자 중심'이라는 화두를 전면에 내걸고 있는 것이다. 시장이 포화 상태에 이르고 기업간 경쟁이 더 치열해지면서 진짜로 고객을 왕처럼 섬기지 않고서는 이탈을 방지하기가 어렵다는 현실적 이유 때문으로 보인다.

고객 중심의 변화는 다양하다. 과거같으면 절대 생각할 수 없었던 요금제와 혁신적인 서비스가 잇따라 나오고 있는 것이다. 세계적으로 거의 유례가 없는 '순수 초당요금제', 수익모델 우려에도 불구하고 아이폰을 도입하며 '무선인터넷'으로 방향을 급선회한 것 등이 대표적이다.

소비자는 '싼 요금에 질 좋은 서비스'를 원할 수밖에 없다. 기업 입장에서는 이론적으로 성립되기 힘든 모순이다. 하지만 소비자는 그것을 원하고 시장은 포화상태에 이르렀다. 결국 국내 통신 사업자들은 요금과 서비스에서 극한 경쟁으로 내몰릴 수밖에 없다. 그 중심에 '소비자'가 있다.

◆"소비자가 원하면 따라야 한다"…초당과금제 도입

지난 9월 27일 방송통신위원회 13층 기자회견장. 이날 방통위는 이동전화 3사와 협의한 '이동전화 요금인하 방안'을 공식 발표했다.

이날 가입비 인하나 장기이용 의무약정 고객에 대한 기본료 인하, 무선데이터 요금 인하 등 다양한 것들이 발표됐지만, 최대 관심은 SK텔레콤이 새해 3월 '초당과금제'를 도입하겠다고 선언한 것이었다.

초당과금제란 현재 10초당 '18원'으로 과금하는 것을 1초 '1.8원'으로 바꾸는 것으로, 다른 나라에서는 대부분 특정 요금상품이거나 별도의 통화셋업비용을 받는다. 하지만, SK텔레콤은 군더더기없는 '순수초당과금제'를 하겠다고 했다.

이로써 13년만에 우리나라 이동통신 과금단위가 세계적으로 가장 짧아졌는데, 그간 이통사들은 초당과금제를 도입하더라도 네트워크 운영비용을 보존받기 위해 별도의 통화셋업 비용이 필요하다는 입장이었다.

당시 SK텔레콤 이형희 전무는 "기존 10초 단위 과금제도 상당히 선진화된 것이지만, SK텔레콤은 대한민국에 존재하는 기업이고 소비자가 원하면 따라야 하니 1위 사업자로서 세계에서 가장 세분화된, 첨단적인 과금체계를 갖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초당과금제 도입으로 SK텔레콤 고객들에게 연간 최소 1천억원에서 최대 2천10억원(표준요금제 가입자 기준)의 요금경감 효과가 예상된다. 초당과금제는 합병LG텔레콤도 내년 7월 경 도입할 예정이다.

◆"무선인터넷 매니아에게 감동을"…아이폰 판매

KT가 12월 1일부터 공식 발매에 나선 애플 아이폰은 국내 휴대폰 시장에서 3주 연속 판매량 1위(20일 기준 16만대)를 지키면서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최강의 터치감에 PMP와 휴대폰, 컴퓨터를 통합한 듯한 기능, 여기에 '명품'이란 이미지가 합쳐지면서 아이폰은 2009년 세밑을 달구고 있다.

국내 통신사들이 애플과 도입 협상을 벌일 때, 위치정보법과의 충돌 문제가 불거졌을 때 정말 아이폰이 출시될까하는 우려감이 있었다. 또 KT가 내는 41만8천원~81만4천원에 달하는 아이폰 보조금은 이통업계에 보조금 경쟁을 촉발해 결국 밑지는 장사가 될 것이라는 우려도 있는 게 사실이다.

하지만, KT는 아이폰으로 KTF 시절 만년 2위의 설움에서 벗어나고 있다. 아이폰에서 얻은 자신감을 계기로 기득권을 버리고 새로운 시장으로 나가는 데 앞장서고 있다.

KT 김우식 개인고객부문 사장은 지난 11월 28일 서울 잠실 실내체육관에서 열린 쇼 아이폰 론칭 기념 행사에서 "아이폰은 무선 인터넷을 활성화시킨 주인공이라는 상징성있는 단말기"라고 평가하면서, 아이폰 신화를 뒤이을 차기 모델을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그 뒤 KT는 이동통신+무선랜+와이브로가 탑재된 3W폰인 '쇼옴니아'를 세계 최초로 출시했으며, 새해에도 무선랜 기능이 탑재된 스마트폰을 10여종 이상 출시할 예정이다.

'쇼옴니아' 같은 단말기를 이용하면 무선랜(네스팟)존에서는 인터넷전화로 걸 수 있고, 무료 데이터 서비스도 가능해 통신비를 상당히 줄일 수 있다. 이처럼 데이터 통신을 하는 고객 부담이 줄면, 국내 모바일 콘텐츠 시장도 꽃필 것으로 기대된다.

◆"개방형 인터넷, 제휴모델로 공고화"…'오즈'의 포털제휴

LG텔레콤의 오즈(OZ)는 개방형 모바일인터넷의 상징이다.

2008년 4월 첫 출시된 후 현재 가입자 100만명을 넘어섰는데, 폐쇄적인 망 운영에서 과감하게 벗어나 소비자가 이통사의 자체 포털망을 거치지 않고 원하는 사이트에 접속할 수 있도록 하는 '개방형 모델'을 이통 3사 중 처음으로 제시했다. 3세대(G)이동전화 면허가 없던 LG텔레콤에 오즈는 '영상통화'로 대표됐던 3G시장과 대결할 수 있는 무기였으며, 경쟁회사들의 무선망 개방을 앞당기는 역할을 톡톡히 했다.

올 해에는 다음커뮤니케이션, NHN 등 국내 대표 포털들과 '모바일인터넷 오즈 서비스' 개발 제휴를 맺어, 네이버의 블로그나 다음의 지도 등을 휴대폰 대기화면에 전진배치하기로 했다.

이같은 LG텔레콤의 노력은 최근 LG텔레콤-LG데이콤-LG파워콤 합병심사에서 무선망 개방관련 경쟁사들과 차이를 보이기도 했다.

당시 통신정책국 신용섭 통신정책국장은 "LG텔레콤의 경우 외부 사업자와의 접속경로 비차별은 이미 시행되고 있어, 내·외부 사업자간 차별 금지에 초점이 맞춰졌다"고 설명했다.

◆융합을 넘어선 인터넷 혁명…역시 '고객'이 답

2009년 한 해를 정리한다면 '융합'이 화두였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융합'이란 단어는 자칫 현재 진행중인 인터넷 혁명을 이해하는 데 걸림돌이 될 수 있다. IPTV만 하더라도 기존 유료방송과의 차별성이 채 확보되지 않은 채 대표적인 '융합'서비스라는 호칭에 갇혀 있다.

따라서 2010년에는 '융합'의 재정의와 여기서 발휘될 인터넷의 혁신성이 새로운 미래를 만들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IT강국, 인터넷인프라 강국인 대한민국이 다시한번 IT의 새로운 역사를 쓰는 데 새로운 화두로 '인터넷 혁명'을 새롭게 되새겨야 한다는 얘기다.

SK텔레콤이 출시한 유무선대체서비스(T존)이나 KT가 출시한 유무선융합서비스(FMC)는 모두 고객 위주 서비스다.

하지만, MP3와 주문형비디오(VOD), 여기에 통신기능까지 가미된 서비스가 단말형태로 나오는 추세를 감안했을 때, 고객의 마음을 읽어 더 많은 소비패턴을 주도하기 위한 경쟁은 더이상 이통사만의 전유물이 아니다.

그 곳에는 애플과 구글같은 글로벌 비면허 사업자가 버티고 있고, 그 때문에 국내 이통사들의 더 큰 분발을 촉구하고 있다.

김현아기자 chaos@inews24.com, 김지연 기자 hiim29@inews24.com







alert

댓글 쓰기 제목 통신 서비스, '이용자 중심'으로 진화한다

댓글-

첫 번째 댓글을 작성해 보세요.

로딩중
포토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