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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기반서비스기본법' 시안 좌초 위기


3일 공청회서 업계·학계 대부분 법안 모순점 지적

방송통신위원회가 야심차게 추진 중인 '인터넷기반서비스기본법' 시안에 대해 대대적인 수술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학계와 업계 전문가 대부분이 부정적인 의견을 제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방통위는 인터넷기반서비스의 시장진입 촉진과 유효한 경쟁환경 조성을 위해 법제정이 필요하다는 입장이어서 주목된다.

3일 방통위가 주최한 법안 공청회에서는 ▲인터넷기반서비스의 정의가 불명확하다는 점 ▲20여개에 달하는 기존 인터넷 관련법과의 충돌 내지는 갈등 우려 ▲진흥센터 설립과 기금 조성이란 개발연대식 진흥정책에 대한 비판 ▲기존 법에 없는 새로운 규제 추가 논란 등이 불거졌다.

시안에 대해 거의 총체적인 비판이 쏟아졌다고 할 수 있다.

이에 따라 방송통신위원회는 당장 입법을 추진하기 보다 인터넷 법제개선에 대한 연구를 계속하겠다고 밝혔다.

그런데 방통위 안팎에서는 별도 법을 만들기 보다 현행 법이 갖고 있는 규제 차별 문제나 통일성 부재 등에 대한 연구가 선행돼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또한 방송과 통신이 모두 인터넷기반(All-IP)으로 진화되는 추세를 고려해 방송통신발전기본법과 방송통신사업법을 만들면서, 여기에 신기술 중심의 창의적인 인터넷 서비스가 활성화될 수 있는 내용을 담는 게 더 현실적이라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

◆학계·업계 "또하나의 개별법...기금 출연도 문제"

서울대 정상조 교수는 "굉장히 많이 노력했지만, 또하나의 옥상옥이 될 수 있다"면서 "인터넷기반서비스를 발전시키기 위해 진흥센터를 마련하고 발전기금 조성한다는 것은 굴뚝산업 시대의 사고"라고 지적했다.

그는 "인터넷 산업은 소비자가 원하는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기업이 주도해서 기술개발을 하게 돼 있다"면서 "정부가 창업을 지원하는 게 과연 효율적인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선문대 김재광 교수는 "민간주도형, 시장중심형으로 정책을 전환하는 데 중점을 둔다면 기금 설치는 상당히 문제가 된다"면서 "정보통신진흥기금과 방송통신발전기금을 인터넷 산업 진흥에 활용하는 방안이 현실성있고, 설득력을 가질 것"이라고 말했다.

김 교수는 또 "법안 자체는 지원하겠다는 의미인데, 벌칙과 과태료는 지나치다"며 "신고 사업인 인터넷의 특성과 자율규제를 강조하면서 행정제재인 벌칙과 과태료를 상당히 많이 하는 건 맞지 않다"고 평가했다.

호서대 김유정 교수는 "인터넷기반서비스의 정의 항목을 보면 법의 범위가 명확하지 않다"며 "정보매개나 상거래, 소프트웨어 원격제공업체 등이 인터넷서비스 전체를 포괄하는가"라고 되물었다.

그러면서 그는 "기본법으로서의 지위를 가지려면 현재 있는 20여개 관련 법에 대해 소관부처들과 협의하고 공감을 형성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학계 토론자들 뿐 아니라, 인터넷 업계 관계자들도 법의 실효성과 또다른 규제를 낳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을 나타냈다.

NHN 김현성 이사는 "다른 법들을 조정하는 통합법이 아니어서 또다른 개별법이 된 측면이 있다"면서 "특히 비면허 사업자인 인터넷 기업들에게 인터넷발전기금에 분담금을 내라는 것은 헌법상의 과잉금지 원칙에 위배되며, 미국은 창의적이고 혁신적인 인터넷 서비스를 키우기 위해 인터넷 과세 금지법도 있는 만큼, 우리도 제고해 봐야 한다"고 말했다.

다음 이병선 본부장은 "취지는 좋았지만, 결과물이 이상해질 우려가 있다"면서 "검색결과 조작금지 같은 건 헌법으로 처벌이 가능하고, 일부 의원들이 입법을 제출한 상황인데 이 게 기반법에 담겨 있으며, 주민번호 수집 금지도 현행 전자상거래 관련 법제와 충돌한다"고 우려했다.

다만, 디시인사이드 박주돈 부사장은 "기반법에 온라인서비스사업자(OSP)의 면책규정이 들어간 데 대해 찬성한다"면서 "하루 15만개 이상의 UCC 게시물이 올라오는데, 이에대한 관리 차원에서 법률적 가이드라인이 있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방통위 "기금 즉답 피해"... 형태근 위원은 긍정적

방통위 허성욱 인터넷정책과장은 이같은 논란에 대해 "인터넷기반법 제정이 어렵다는 걸 알고 있지만, 시도하지 않으면 IPTV가 법때문에 지연됐던 한계를 되풀이 할 수 있다"면서 "긴 호흡을 갖고 공청회 등을 계속 열면서 이견이 별로 없는 가능한 범위부터 법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인터넷발전기금 설치와 기업 출연에 대해서는 "지난 10월 국회에서 최시중 위원장님이 했던 '인터넷 세계의 생태계를 위해 기금이 필요하다고 할 수 있지만, 그것을 민간 기업에 부담지우는 것은 좀 신중히 생각해야 할 문제가 아닌가한다'는 답변이 방통위 공식 입장"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형태근 위원은 이날 공청회 축사에서 "인터넷 공간은 자율규제가 기본이지만, 제한된 범위에서는 규제의 강도를 좀 높일 수 있지 않나"라고 말했다.

특히 형 위원은 "우리나라가 인터넷분야에서 가장 성과를 낸 나라라면, 이 부분의 투입을 강하게 하기 위해, 기금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말해, 기금의 필요성을 언급했다.

◆인터넷 규제철학에 대한 풍부한 토론이 필요

공청회가 당초 예정됐던 시간을 1시간 정도 초과할 정도로, 열띠게 흘러가자 사회를 맡은 단국대 정준현 교수는 "(또하나의 개별법 논란을 불식시키려면) 타 법보다 이 법을 우선시키는 것도 검토할 만 하다"며 "사업자들도 규제개혁 심사를 요청할 수 있도록 하는 것도 한 방법"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공식 토론이 끝난 뒤 플로어에서도 여전히 인터넷기반법의 안정성과 실효성에 대한 우려가 제기됐다.

지경부 산하 정보통신산업진흥원 관계자는 이 법이 기존 인터넷 관련 20여개 법과 공존한다고 했는데, 분쟁조정위 설치나 인증제도 등을 보면 취지와 다른 것 같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하나의 분쟁조정기구를 옥상옥으로 만들려는 게 아니라면, 기구 창립보다는 기존에 있는 분쟁조정기구들의 분쟁조정 소요일수나 행정 서식 등의 통합에 나서야 하고, 전자거래기본법상 이트러스트 인증 등이 있는데, 이 법에서 또다시 인증을 하면 우수사업자 인증업무에 중복이 우려된다"고 말했다.

발제자로 나선 성균관대 김민호 교수와 한국정보화진흥원 이규정 연구위원은 "좀 더 연구가 필요하다는 데 공감한다"면서 "현실적으로 가능한 인센티브를 보완할 필요가 있다"고 인정했다.

김현아기자 chaos@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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