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설]구글, 세계 내비게이션 시장도 파괴?

검색제왕 구글은 'IT 업계의 파괴자'로 불린다. 전형적인 인터넷 검색업체인 구글이 '시장 파괴자'로 불린다고 하니 이상하게 여길 수 있다.

특히, 회사 사명을 "악하지 말자"로 정하고 나름 깨끗한 이미지를 구축해온 구글로서는 억울한 평가일 수 있다.

하지만 구글의 행보를 되돌아 보면 시장 파괴자라는 호칭이 과한 것만은 아니다. 구글은 모바일 플랫폼인 안드로이드를 내세워 모바일 시장에 진출했으며, 그로 인해 스마트폰 운영체제 업계가 큰 타격을 받았다.

또 오피스 프로그램인 구글앱스, 차세대 컴퓨팅 서비스인 클라우드 컴퓨팅, 스마트그리드 등의 M2M(Machine to Machine) 시장 진출 등 검색제왕의 면모에서 벗어난 다양한 사업을 벌이고 있다.

각 분야의 업체들은 이러한 구글의 움직임으로 큰 홍역을 앓고 있다. 거대 자본과 기술력을 바탕으로 각 영역에서 구글이 선두의 입지를 다져가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구글이 이번에는 내비게이션 시장에 진출을 선언해 관련 업계의 피를 마르게 하고 있다.

구글은 28일(현지시간) 안드로이드용 구글맵스 내비게이션 프로그램을 공개하고 관련 시장 진출을 선언했다. 이 프로그램은 구글맵스를 바탕으로 제작된 네비게이션 소프트웨어로, 주소찾기를 비롯해 음성지도 검색, 실시간 교통량 확인, 고화질 위성사진 지도 서비스, 스트리트뷰 기반 길찾기, 자동차용 부착 모드 등을 제공하는 등 기존 내비게이션에서 지원하는 대부분의 기능을 제공하고 있다.

일부 기능은 오히려 일반 내비게이션보다 편리하다는 평가다. 구글 내비게이션의 가장 큰 장점은 무료로 제공된다는 것. 이 소식이 공개된 후 세계 최대인 내비게이션 업체인 가민의 주가는 16.38% 하락했다. 시가총액으로 보면 1조원 가량이 하루만에 빠진 것이다. 톰톰은 더 큰 타격을 받았다. 톰톰의 주가가 무려 20.84% 추락했다.

구글의 내비게이션 시장 진출 선언이 관련 업계에 엄청난 타격을 가한 것이다. 이번 서비스는 내비게이션 뿐만 아니라 스마트폰 시장에도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안드로이드 휴대폰은 구글 내비게이션 기능의 추가로 음성통화와 게임용 단말기에서 벗어나 생활형 밀착 기기로 거듭날 것이기 때문이다.

스마트폰의 쓰임새 확대로 시장 수요가 늘어날 전망이다. 스마트폰 확산은 이동통신사의 당면 과제인 데이터 수입 확대에도 큰 도움이 된다. 구글 내비게이션은 웹 기반 프로그램이다. 따라서 이용자들은 이동통신망에 접속해서 이 서비스를 이용해야 한다.

결과적으로 이용자들은 비용 절감을 위해 데이터 정액 요금제에 가입하게 되고, 이로 인해 정액 요금제가 확산되는 계기를 마련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또한, 이동통신사는 구글 내비게이션을 기반으로 여러 매시업 서비스를 유도해 관련 수입을 올릴 수 있다.

구글 내비게이션이 등장하면서 내비게이션 단말 업계와 지도 서비스 업계가 엄청난 타격을 받는 데 반해, 이동통신사와 스마트폰 업계는 시장 수요 증가로 수입이 늘어나는 긍정적인 영향을 받게 되는 것이다.

구글 내비게이션은 미국 지역의 안드로이드 2.0 버전을 탑재한 스마트폰에서만 이용할 수 있다. 향후 서비스 지역이 해외로 확산되고 안드로이드용 스마트폰이 늘어나면 구글 내비게이션의 영향력은 더욱 커질 것이다. 구글이 노리는 것도 바로 영향력 확대를 통한 고객 접점 확보이다. 구글은 안드로이드 생태계를 조성해 모바일 광고 시장 장악에 나서려는 것이다.

국내도 이러한 여파에 자유롭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안드로이드 휴대폰이 늦어도 내년초에는 국내에 출시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그렇게 될 경우 국내 내비게이션 시장도 큰 타격을 받게 될 것다.

구글맵이 아이폰에 탑재된 것처럼 구글 내비게이션까지 장착된다면 구글의 영향력은 더욱 커질 것이다. 해외 시장에서 시장 활로를 모색 중인 국내 내비게이션 업계가 이 서비스로 인해 고전할 가능성이 높다.

구글은 이처럼 새로운 서비스를 선보일 때마다 관련 업계에 엄청난 영향력을 행사하며 시장을 재편하고 있다. 이것이 구글을 시장 파괴자로 부르게 되는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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