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시간 뉴스



[김현아]연예인, 국회의원, 그리고 국감


지난 22일 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 국감장에서 가장 많이 회자된 사람은 김제동씨와 김구라씨였습니다.

민주당 전병헌 의원은 KBS의 스타골든벨 진행자였던 김제동씨를 교체한 것은 정치보복성 퇴출이라 언성을 높였고, 한나라당 진성호 의원은 개그맨 김구라씨의 비속어 사용을 문제삼으며 교육시켜 출연시키든 지, 퇴출시켜야 한다고 했습니다.

제작자 입장에서 MC가 진보·보수 논란을 불러 일으킨 게 못 마땅할 수 있지만, 김제동씨가 노무현 전 대통령의 노제 사회를 봤고 노무현 대통령 재단 출범공연에 참석했다는 점에서 의혹을 제기하기에 충분해 보입니다.

최근 국경없는 기자회(RSF)가 발표한 '2009 세계 언론자유 지수'에서 우리나라가 지난해 47위에서 22단계 하락한 69위를 기록한 사실을 감안하면, 더욱 공감되는 이야깁니다.

진성호 한나라당 의원의 주장 역시 수긍됩니다. 막말 방송이나 막장 드라마가 가져다 주는 정신적인 피해가 적지 않기 때문입니다. 특정 연예인 이름을 거론한 건 논란이 될 수 있지만, 그의 발언은 시청률 때문에 좀 더 자극적인 프로그램을 내 보내려는 방송사와 제작자들에게 반성의 기회를 주고 있습니다.

김제동씨와 김구라씨에 대한 문제제기는 모두 이유있어 보이지만, 여야는 사건의 본질보다는 자신에게 유리한 방식으로 상대를 공격하는 데 집중했습니다.

김구라씨에 대한 비판에 민주당은 '편성권 침해(정치권이 맘에 안드는 연예인은 격리시키라는 것이냐)'를 언급했고, 김제동씨 인사에 대한 질타에 한나라당은 '편성권 독립(국회에서 증거없이 제작자의 MC교체를 언급하는 건 부적절하다)'을 강조했습니다.

그러나 민주당 의원들과 한나라당 의원들의 발언을 되짚어 보면, 크게 다르지 않아 보입니다.

민주당의 대중문화예술인의 거취는 진보냐 보수냐 하는 이념에 따라 좌우될 수 없다는 것이나, 한나라당의 제작자의 MC 선택권이 존중돼야 한다는 말은 정반대 이야기가 아닙니다. 민주당 역시 어린 자녀의 교육을 생각하면, 막말 방송이나 막장 드라마는 바람직하지 않다고 했습니다.

언론 자유에 대해 크게 다르게 생각하지 않는 문방위원들이 죽기살기로 상대방 말꼬리를 잡아 매달리는 이유는 뭘까요? 상대를 죽이거나 뒤로 밀어야 나의 선명성이 드러난다는 착각때문이 아닌가 합니다.

이같은 상황은 급기야 한나라당 나경원 간사와 민주당 전병헌 간사 사이의 감정 다툼으로 이어졌습니다.

MBC 시사 토론프로그램인 '100분 토론' 진행자인 손석희씨 사퇴를 두고 나경원 의원이 "손석희씨를 정치적인 의도로 하차시키려고 했다면, (시청률이 떨어지는) '100분토론'이 아니라 '시선집중'에서 하차시켜야 할 것"이라고 발언하자, 전병헌 의원이 "시선집중에서 하차시키라는 이야기냐"고 되받았고, 속기록 공방까지 확대됐습니다.

나 의원은 동료 의원의 말을 왜곡했다며 국감이 끝나기도 전에 국감장을 휑하니 빠져나갔고, 전 의원은 나 의원이 오해되는 발언을 한 만큼 '사과' 요구는 적절하지 않다고 반박했습니다.

국회 의원들은 연예인들의 막말이나 비속어가 국민들을 짜증나게 만든다고 질타합니다. 하지만, 의원들의 말꼬리 잡기식 비판이 '의사진행' 발언이라는 이름으로 포장돼 1시간 넘게 지속되는 건 괜찮은 일일까요.

김현아기자 chaos@inews24.com







alert

댓글 쓰기 제목 [김현아]연예인, 국회의원, 그리고 국감

댓글-

첫 번째 댓글을 작성해 보세요.

로딩중
포토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