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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응휘]통신요금, 공식적으로 논의할 때


소비자원의 이동통신요금 국제비교 조사결과가 발표되자 마자 관련 업체들이 일제히 조사결과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그 문제제기의 내용이 무엇이든 이동통신요금 수준에 문제가 있는지 없는지 정말 따져보자는 것이라면 대단히 반가운 일이다. 아울러 통신요금의 규제당국인 방송통신위원회가 아직 공식적인 반응을 내놓지는 않았지만, 관계자의 입을 빌어 이번 조사결과에 관심을 표명했다면 이 역시 다행이다.

누가 정확하게 어떤 근거로 무엇을 문제삼고 있는지 언론보도만으로는 불명확한 게 너무나 많지만, 사업자나 방통위 관계자가 이번 연구에 무슨 문제가 있는 양 지적한 것들이 실제로 얼마나 무가치한 항변인지 말하고자 한다.

첫째로 유럽국가들 중에는 심(SIM)카드를 써서 가입자 수가 많이 늘어나기 때문에 1인당 매출액(ARPU)은 우리나라가 더 높을 수 밖에 없다는 주장이 있다. 이 주장 자체는 틀리지 않다. 그런데 왜 이 주장을 하는지는 도무지 알 수 없다.

이번 조사연구에서는 우리나라 이통사업자들의 1인당 매출액이 세계에서 가장 높다고 하는 것은 - 그것도 참 흥미로운 사실이지만 - 별반 중요한 요소가 아니었다. 이번 연구의 가장 중요한 결론은 '1인당 매출액'이 아니라 '단위시간당 매출액'(RPM)- 즉 이통요금수준 -이 비교국가군에서 우리나라가 가장 높게 나타난다는 부분이었다. 단위 시간당 매출액은 평균값이기 때문에 가입자 수가 늘건 줄건 아무런 영향을 받지 않는다.

그리고 유럽국가들에서 SIM카드를 쓰기 때문에 1인당 매출액이 상대적으로 낮아진다는 것은 1명 고객의 매출도 여러 사업자가 나눠 갖게 되고, 따라서 개별 사업자 입장에서 보면 매출액이 적은 가입자 수가 늘어나기 때문에 평균 1인당 매출액이 조금(그것도 아주 약간) 떨어진다는 것인데 이것은 사업자간 경쟁이 치열해져서 - 한사람의 고객의 매출과 통화시간도 찢어서 나눠가질만큼 치열해져서 - 평균 1인의 가입자당 매출액이 약간 낮아진다는 뜻이다.

쉽게 말하면 경쟁이 치열해지면 가입자당 매출액은 다소간 낮아진다는 사실에 다름아니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SIM카드 같은 것이 없어서 - 경쟁이 그 정도로 치열하지 않기 때문에 - 1인당 매출액이 상대적으로 높아진다는 것인데 그게 그렇게 자랑스러운 일인가? 솔직이 무슨 소리를 하고 싶은 지 이해되지 않는다.

둘째로 우리나라의 단위시간당 매출액(RPM)이 가장 비싼 것으로 나타난 것은 착신과금국가들(미국, 카나다, 홍콩, 싱가포르 4개국)이 비교국가군에 포함되었기 때문이라는 항변이 있다. 이런 항변을 하는 사람은 메릴린치의 조사방법론을 끝까지 제대로 파악하기 바란다.

과금방식의 차이에서 생겨나는 문제는 메릴린치도 분명히 인지하고 있고, 이번 조사의 연구자들도 당연히 인지하고 있었다. 예컨대 착신과금국가는 가입자당 통화시간(MoU)에 약간의 중복계산부분이 있고, 발신과금국가에는 접속료 반영부분 때문에 가입자당 통화시간과 음성통화매출액 부분에 약간씩의 중복계산부분이 있기 때문에 정밀하게 보면 조정이 필요하다.

이에따라 메릴린치보고서는 대략 그 조정치를 착신과금국가의 경우에는 단위통화시간에 20%정도, 발신과금국가의 경우에는 단위시간당매출액에 15%정도 조정이 필요하다고 예시까지 하고 있다.

당연히 이번 연구에서도 그 정도 조정치를 대입해 검증하는 과정을 거쳤으며, 그렇게 조정하더라도 국가간 상대순위나 변동추세에 거의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사실을 사전에 충분히 검증했다.

그리고 우리와 통화량수준이 비슷한 비교국가군은 우리나라를 포함해 15개 국가로 구성된다. 문제의 4개국을 뺀 나머지 10개국은 모두 우리와 동일한 발신과금국가들이다. 우리나라는 4개국을 넣던 빼던 2008년에 와서는 통신요금수준이 비교국가군에서 가장 높아진다는 사실에는 아무런 변화가 없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이제까지 규제당국이나 관련 연구기관이나 이동통신사업자들 모두 이번 연구조사의 기초자료가 된 메릴린치보고서의 데이터를 수도 없이 우리 요금이 싸다는 근거로 제시해왔다는 것을 지적하고 싶다.

일반 소비자들이 큰 관심을 갖고 있는 사안에 이해당사자나 규제당국이 논의를 기피한다면 그것은 불행한 일이다. 그러나 논의를 한다면 공식적으로 투명하게, 합리적으로 해야 한다. 사업자들의 설익은 주장의 반향을 통신규제당국 관계자의 입을 통해 듣게 되는 일은 참으로 서글픈 일이다.

/전응휘 녹색소비자연대 상임이사 ehchun@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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