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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해 안되는 과열마케팅 '논쟁'…방통위에서 격론


정책일관성도 규제철학도 의심

얼마 전 공정거래위원회 김병배 전 부위원장은 신문 기고를 통해 언론사들이 단말기 보조금 경쟁을 지적하면서, 이동통신 시장의 과열을 문제삼는 게 과연 정당한 가를 지적했다.

김 전 부위원장은 기업들의 단말기 보조금 경쟁은 소비자들로선 저렴한 단말기를 구입하는 데 도움이 되니, 이 자체를 지적하기 보다는 사후적으로 독점적 요금인가를 사후규제기관(공정위)이 규제하면 된다는 얘기였다.

2일 열린 방송통신위원회 전체 회의에서도 비슷한 논쟁이 오갔다.

보고된 것은 과열마케팅을 자제하기 위해 이동통신회사들이 010 신규가입자에게도 3개월 동안은 번호 재이동을 금지하겠다는 일종의 사업자간 합의에 대한 보고였다.

통신사업자연합회가 이동통신3사의 의견을 모아 예전에는 011,017,016,018,019 번호를 쓰는 사람만 번호이동 후 3개월이 돼야 번호이동을 할 수 있게 했지만, 그렇게 되면 소위 '폰테크'와 폐휴대폰도 늘어나니 번호이동 제도를 좀 바꿔 '과열마케팅'을 자제하겠다고 했다.

과열마케팅을 중지해야 한다는 이유로 번호이동제도를 까다롭게 만드는 게 일종의 담합인가 아닌가를 떠나, 바로 어제(1일)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이 통신6사 대표들을 불러모아 과열마케팅 대신 투자와 요금인하를 촉구한 만큼 이날 회의에서는 수월하게 '이동전화 번호이동 제도 변화'가 통과될 것으로 예상됐다.

일각에서 효율성이 떨어진다고 비판하는 위원회 조직이지만, 정책의 일관성 측면에서 하루 전의 정책 방향과 오늘의 것이 다를 수는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상황은 이상하게 흘러갔다.

이 문제는 2명의 방송통신위원들이 소비자 선택권 저해를 이유로 지난 회의에서 보고를 보류했던 사안이라 논란이 있을 수도 있겠거니 했지만, 바로 어제 과열마케팅 '금지'를 선언한 만큼 받아들여질 것으로 예상됐다.

형태근 위원은 "지난 해 보조금 규제 일몰이후 상황을 검토해 봤냐"면서 "요금과 투자의 현황을 보조금과의 상관 관계에서 봐야지 번호이동과 연계하면 규제체계를 혼란을 가져온다"고 지적했다.

이어서 그는 "규제완화는 큰 철학인데, 이번만 예외다하면 혼란이 생긴다"면서 "단말기 보조금 의미가 뭔지, 그걸 정책적으로 제어하는 걸 고민해야 지 (번호이동 제도를 까다롭게 하는 것으로 가서는) 안된다. 사전규제보다는 사후규제가 강화돼야 한다"고 밝혔다.

이에 신용섭 통신정책국장은 "위원님이 지적하신 걸 검토했지만, 과열마케팅 과열을 방지하는 방법으로 적합해 그대로 올린 것"이라고 답했다.

또 "얼마전 인터넷전화 번호이동에 대해 4개월에서 6개월로 했는데, 이동전화에 대해서는 다르다면 규제의 일관성에 문제가 있을 수 있다"면서 "사후규제는 이용자국에서 하지만, 사전규제도 저희들은 합리적이라고 판단한다"고 말했다.

이에 이병기 위원은 "처음에는 상당한 이용자 편익 저해 행위로 봤는데, 지금 과열되는 불을 끄고 진정시키는 방법인 만큼 받아들일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경자 위원은 "인터넷전화와 이동전화의 금지기간이 다르다면 규제철학이 다른 것인가라는 부분은 차치해 두더라도 사용자 편익을 중시했을 때 어떤 사용자에게 불편을 주는가, 혹시 소수의 '폰테크'나 대리점 수수료 같은 불합리한 관행 속에서 이익을 볼 수 있는 사용자에게 불편을 주는가에 대해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사용자 편익 보호가 최상의 정책 우선순위라도 어떤 사용자를 보호할 것인가, 이통 시장의 합리성 촉진에 도움되는가가 중요하다"면서, "탈규제가 중요하다 해도 이통시장의 마케팅 활동을 합리화한다면 구태여 반대할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소매요금에 대한 규제를 없애고 도매요금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는 것은 바람직한 방향이나, 이날 회의를 보면 혹시 방통위 스스로 정책의 일관성이나 전문적인 사전 규제기관으로서의 역할에는 관심이 없는 게 아닌 가하는 의구심이 든다. 차라리 공정위 전 부위원장처럼 사후규제(공정위)만 중요하다고 하지 않는다면 말이다.

바로 어제 방송통신위는 단말기 보조금 대신 요금인하를 받고 싶은 사람들을 위한 요금제를 만들도록 통신사 CEO들에게 이야기했고, 과열마케팅을 '금지'하자고 한 마당에, 구체성없는 담론만 이야기하는 측면이 있기 때문이다.

방송통신위가 소매규제 전면 철폐를 원한다면, 도매규제 강화에 대한 자기 입장을 명확히 제시해야 한다. 동시에 공정거래위원회와 다른 방송통신위원회의 존재이유에 대해서도 설득해야 한다.

업계에서는 그렇지 않고 말 뿐인 규제완화를 이야기하는 것은 규제의 일관성 측면에서 기업들을 헷갈리게 할 뿐 아니라, 실질적인 규제완화로 이어지기도 쉽지 않다고 우려하고 있다.

한편 이날 방통위 전체 회의에서는 격론 끝에 과열마케팅을 자제하기 위한 '이동전화서비스 번호이동 제도 개선'에 동의했다.

김현아기자 chaos@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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