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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인터넷으로 참여와 소통의 길 튼 대통령


"국민과 소통하는 것만큼 중요한 일은 없다"

노무현 전 대통령을 두고 '인터넷 대통령'이란 호칭은 자연스럽다. 인터넷을 통한 적극적 참여를 누구보다 즐겼고 직접 실천한 역대 대통령으로 기억하고 있기 때문이다.

2003년 2월 취임한 뒤 노 전 대통령이 개혁의 수단으로 꼽고 나선 곳은 '인터넷을 통한 민주주의' 구축이었다. 그의 인터넷 사랑을 추억해 보면 때론 낮은 곳으로, 가끔씩은 강한 주문으로 새로움을 추구했다.

노 전 대통령의 '인터넷 사랑'은 소탈하면서 특별했으며 토론과 쟁점을 즐기고 공직자들에게는 강한 주문을 요구했던 역사로 정리해 볼 수 있다.

취임 한 달 뒤인 2003년 3월31일 청와대 홈페이지는 국민 참여 공간으로 확대 개편됐다. 당시 참여정부는 '국민참여마당' 코너를 오픈하면서 사이버 공간을 개혁의 한 축으로 삼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했다.

◆'소탈한 인터넷'…초등학생 e메일에 친필 편지 보내

이런 시스템 개편과 함께 노 전 대통령은 직접 메일을 받고 쓰는 대통령으로도 깊이 각인돼 있다.

2003년 4월8일 노무현 전 대통령은 한 초등학생으로 부터 받은 e메일에 친필 답장을 보낸 적이 있다.

앞서 4월3일 노 전 대통령의 개인 메일(president@president.go.kr)로 한 초등학생의 편지가 도착했다. e메일을 보낸 주인공은 서울 구로2동 영일초등학교 6학년5반의 김대길 학생.

김대길 학생은 노 전 대통령에게 북한 핵 문제를 잘 해결해 달라는 소망과 함께 "좋아하는 여자 친구에게 고백할 때 줄 선물은 무엇이 좋은지? 권 여사님께는 어떤 선물을 했는지?" 등 애교 섞인 질문을 했다.

이에 노 전 대통령은 직접 김대길 학생에게 "굳이 기억해보면 쉽고 감동적인 책이 (선물로) 제일 좋았던 것 같구나"라고 친필로 답장을 보냈다. 당시 부속실 직원의 보고를 받은 노 대통령은 대길 군에게 e메일이 아닌 친필로 답장을 썼다. 노 전 대통령은 "무얼 보낼까? 궁리만 하다가 결국 아무 것도 안 보낸 일이 여러 번 있단다. 그래도 괜찮더라"고 적어 화제가 됐다.

◆강한 인터넷…"공직자가 변해야 한다"

그는 인터넷을 통한 참여를 확대하기 위해서는 공직자들이 피부로 느낄 수 있도록 큰 변화가 있어야 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노 전 대통령은 상징적 행사를 통해 이를 독려했다.

그 시작은 2003년 5월6일 진행된 '첫 노트북 국무회의'였다. 이날 국무회의에서는 위원들 앞에 노트북이 하나씩 놓였다. 위원들인 장관들이 노트북을 통해 회의를 처음으로 개최한 것이다.

노 전 대통령은 노트북 국무회의와 관련해 당시 "오늘은 장관들이 초보적 자료만 담아 와서 진행했는데 온라인을 통해 같은 DB에서 자료를 보는 것 말고도 필요한 (각 부처 등의) DB에 바로 접근해 토론이 가능하도록 해야 한다"고 전문가(?)다운 주문을 했다.

그러면서 노 전 대통령은 "그렇게 점차 통합의 기반을 넓혀가야 하며 이를 염두에 두고 (장관들이) 노트북과 친해져 달라"고 당부했다. 인터넷을 통한 참여확대를 위해 국무위원들에게 상징성을 심어준 회의로 역사는 기억하고 있다.

◆토론 인터넷…행정관 등 청와대 직원과 격의 없는 토론 즐겨

노 전 대통령은 이에 머무르지 않았다. 청와대 직원들과 언제 어디서나 토론을 할 수 있고 보고를 받을 수 있도록 청와대 내부 이용자그룹을 만들었다. 2003년 5월9일 본지의 기사를 보면 "청와대 CUG(Closed User Group 폐쇄 이용자그룹)가 참여정부 직원들의 인기를 모으고 있고 청와대 직원이면 누구나 접근이 가능한 CUG가 참여정부의 토론문화를 이끌고 있다"는 보도가 있다.

CUG를 통해 노 전 대통령이 각 실별로 업무지시를 하는가 하면 직원들과 의견도 나누고 특정 사안에 대해 토론까지 이뤄졌다. 참여정부가 들어서면서 CUG의 활용이 높아지고 행정관 등 젊은 층을 중심으로 다양한 의견이 게시판에 올라와 자연스럽게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든 셈이다.

◆특별한 인터넷…'어버이날' 직접 e메일 보냈던 대통령

그런가 하면 2003년 5월8일 어버이날을 기념해 노 전 대통령은 '대통령의 편지 - 어버이날에…'라는 e메일을 아이러브스쿨 500만 회원들에게 보낸 적이 있다. '인터넷 대통령'임을 다시 한 번 강조한 것이다.

이런 노 전 대통령의 '인터넷 사랑'은 이벤트나 상징적인 것에 머무르지 않았다. 2003년 6월9일 참여정부는 대통령 비서실의 업무 프로세스와 정보·지식의 디지털화로 경쟁력 있는 청와대를 조기에 구축하기 위해 '디지털 청와대'를 추진한다고 발표했다.

디지털청와대는 ▲정책정보시스템(PIS) ▲국정과제관리시스템(PMS) ▲성과평가시스템(PES) ▲청와대 업무포털(BHP) 등으로 구성됐다.

노 전 대통령은 인터넷을 통한 참여가 무엇보다 공직사회에 뿌리내려야 한다는 것을 강조했다. 공무원을 대상으로 하는 '인터넷 이벤트'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던 노 전 대통령은 '인터넷 조회'를 선택했다.

2003년 6월11일 정부부처 3급 이상 간부급 공무원들은 모두 자신의 사무실에 앉아 인터넷에 연결했다. 이날 오전 9시부터 노 전 대통령은 공무원들에게 인터넷으로 연설을 하고 앞으로 인터넷을 통한 쌍방향성을 통해 서로 대화하고 토론하자고 주문했다.

인터넷을 통한 토론과 개혁에 공직자들이 먼저 참여하고 적극성을 보여야 한다는 상징적 사건이었다.

◆쟁점 인터넷…인터넷 통해 핫이슈 국민과 직접 소통

2004년은 탄핵정국이 맞물리면서 여러 가지 개혁 정책이 주춤하는 상황을 맞았다.

그러나 2005년 들어 노 전 대통령의 '인터넷을 통한 개혁'은 다시 힘을 받는다. 2005년 2월23일 청와대는 업무방식을 전면 디지털로 전환하고 2007년까지는 중앙정부부처와 지방자치단체에까지 디지털 시스템을 적용하기로 하는 방침을 정했다.

청와대는 'e지원(e知園 디지털 지식정원)'이라는 이름의 업무관리시스템을 공개하고 이를 통해 업무 자체를 변화시키고 전자정부를 완성하는 하나의 기준을 세우겠다고 밝혔다.

청와대는 "이 시스템은 대통령에게 보고되는 보고서가 어떻게 만들어졌으며 어떤 과정을 거쳐 어떤 의견이 제기됐고, 어떻게 처리됐는지 등을 일목요연하게 보여주는 이른바 '보고서의 역사'에 해당한다"고 설명했다.

한편 노 전 대통령은 인터넷매체에 대한 각별한 사랑의 메시지도 자주 전달했다. 본지(아이뉴스24)의 창간 5주년을 맞아 노 전 대통령은 직접 축전을 보내왔다.

이 축전에서 노 전 대통령은 "아이뉴스24 임직원과 네티즌 여러분께도 반가운 인사 말씀을 전한다"고 적은 뒤 "이 분야는 우수인력이 많고 세계 최고 수준의 정보화 인프라를 갖추고 있어 우리에게 매우 유리하다. 열정을 가지고 도전하면 반드시 성공할 수 있다고 확신한다"고 말했다.

노 전 대통령은 탄핵정국이 지나면서 국민과 직접 소통하는 일에 강한 열정을 보였다. 2005년 7월6일 청와대는 노 전 대통령이 최근 사회적 이슈에 대해 자신의 생각을 담은 글을 직접 쓰는 것과 관련해 "국민과 자주 소통하려는 것"이라며 "참여민주주의 시대에 대통령이 국민과 소통하고 직접 대화하는 일만큼 중요한 것은 없다"고 강조했다.

노 전 대통령은 2005년 들어 ▲전국 공무원에게 보내는 대통령 서신 ▲행정수도 건설을 결심하게 된 사연 ▲한일관계 관련 국민에게 드리는 글 ▲당원동지 여러분께 드리는 편지 ▲한국정치, 정상으로 돌아가야 한다 등 굵직한 현안에 대해 자신의 생각을 직접 '청와대 브리핑'을 통해 국민에게 전달해 왔다.

◆미디어 인터넷…포털 미디어에도 관심 많아

그런가 하면 시시각각 변화하는 인터넷 서비스 유형을 활용하는 모습도 보여줬다. 2006년 1월16일 청와대는 국내 주요포털에 '대통령의 요즘 생각'이라는 블로그를 개설, 네티즌과 새로운 소통의 장을 열었다. 당시 블로그가 네티즌들에게 큰 인기를 모으던 때였다.

뿐만 아니라 UCC(이용자제작콘텐츠)가 새로운 흐름으로 부상할 때쯤 판도라TV내에 2006년8월16일 '청와대TV-희망채널'을 열고 이용자들과 소통에 나서기도 했다.

노 전 대통령은 국내 인터넷을 대변하는 포털 대표들과 만남도 가졌다. 2006년 6월12일 노 전 대통령은 포털 8개사 대표들과 만남을 갖고 포털미디어에 대한 큰 관심을 표명하고 의견을 듣는 자리를 마련했다.

노 전 대통령의 재임기간동안 이런 활동으로 그에게는 '인터넷 대통령'이라는 호칭이 자연스럽게 따라 다녔다. 그의 이런 모습은 국민들에게 신선한 모습으로 다가왔으며 그런 그를 아직도 우리는 잊지 못하고 있지만 이젠 추억 속으로 떠나보내야 하는 시점에 와 있는 것이다.

정종오기자 ikokid@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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