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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소정]매각 원칙 상실한 한컴 인수전


국내 대표 소프트웨어(SW)업체 한글과컴퓨터(이하 한컴) 매각이 명확한 원칙 없이 진행되고 있어 논란을 빚고 있다.

최대주주인 프라임개발 측이 매각 관련 입장을 여러 차례 번복하면서 인수 의향 업체는 물론 관련업계로부터 비난을 받고 있는 것.

당초 프라임개발 측은 지난 2월 김수진 한컴 대표를 통해 세가지 매각 원칙을 밝힌 바 있다.

외국계 기업과 사모펀드(PEF) 등 시세차익을 노린 기업에는 지분을 매각하지 않겠다는 것과, 한컴의 정체성이 지속될 수 있는 기업에 한해 매각 절차를 밟겠다는 것.

하지만 최근 프라임 측이 보이고 있는 행보는 과연 매각 원칙이라는 게 있는 지 의문이 들 정도로 일관성이 없다.

실제 한컴의 가장 유력한 인수 후보로 떠오른 업체는 누리텔레콤이었다. 하지만 프라임 측은 누리텔레콤과 가격을 둘러싼 이견을 극복하지 못한 채 협상을 결렬, 공개 입찰로 전환했다.

이어 주관사인 삼일회계법인을 통해 경쟁입찰 하기로 하고 지난 4월 28일 입찰 제안을 마감키로 했으나 기한을 5월 7일로 연장, 8일 예정이던 우선협상자 공개 역시 재차 연기했다.

결국 프라임 측은 우선협상대상자 공개를 비공개 형태로 전환, 5월 셋째주 통보키로 입장을 재차 바꿨다.

20일 현재 소프트포럼이 입찰제안에 참여, 프라임 측과 가격 협상을 진행중인 것만 알려진 가운데 공식 발표가 미뤄지면서 한컴 인수전은 온갖 억측만 난무하고 있다.

엎친 데 엎친 격으로 일부 사모펀드 가세설이 시장에 나돌면서 처음 프라임 측이 제시했던 매각 원칙에 대한 신뢰성은 이미 바닥에 떨어진 상태다.

더욱이 한때 강력한 인수 후보로 거론됐던 NHN, 누리텔레콤, 셀런이 불참하면서 이에 기대했던 일부 투자자들의 불만의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는 실정이다.

실제 최근 기자는 보안업체 소프트포럼이 입찰제안서를 제출한 것을 확인, 기사화하면서 개인투자자로부터 여러 통의 메일을 받았다.

자신을 개인투자자라 밝힌 김모 씨는 "국내 유명 포털업체가 한컴을 인수한다는 말을 듣고, 전 재산을 털어 주식을 샀다"며 "현재 언론에 보도되고 있는 유력 업체 인수설이 사실인지 아닌지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며 진실을 알고 싶다고 호소했다.

개인투자자의 눈물어린 호소도 호소지만, 사실 이번 인수전의 가장 큰 피해자는 바로 한컴 자신이 될 판이다.

국내 대표 SW 업체인 한컴은 올해 20살 성년을 맞았다. SW 불모지나 다름없는 국내 시장에 '아래아한글'을 출시, 외산SW 틈바구니 속에서 국산 SW의 자존심을 지켜갔던 한컴은 성년의 기쁨을 채 맛보기도 전, 매각 관련 이슈로 속앓이를 하고 있다.

지난 20년간 자금난으로 마이크로소프트(MS)에 매각될 뻔하다 '한글 살리기' 여론에 힘입어 살아났고, 시세차익을 노린 기업들의 희생양이 되기도 하는 등 숱한 위기도 겪었다. 경영권 분쟁 끝에 부동산개발회사인 프라임그룹을 최대주주로 맞았지만, 결국 6년만에 다시 매물로 나온 셈이다.

더욱이 한컴은 올 1분기 넷북, 모바일 인터넷 기기(MID) 등 모바일 디바이스 시장이 급성장하면서 영업이익이 22% 급등하는 등 전환점을 맞고 있는 상황에 M&A 등 변수가 부담스러운 모양새다.

김수진 한컴 대표도 기자에게 이같은 사정을 "비즈니스를 펼칠 수 있는 도약기를 맞았음에도 불구, 매각 문제로 어려움을 겪고 있어 안타깝다"고 털어 놓기도 했다.

주인이 바뀌고, 조직 통합 절차를 거치면 당분간 사업 진행에 차질을 빚을 수밖에 없다. 모바일 오피스 등 모처럼 열린 사업 기회를 적극 살리지 못하면 미래를 확신할 수 없다.

더욱이 매각작업에 잡음까지 일면서 하루 하루가 아쉬운 한컴의 발걸음을 무겁게 하고 있다.

프라임 측은 조속한 매각작업과 함께 이제라도 명확한 매각 원칙을 공개하고, 무엇보다 "한컴을 오라클, MS 등 세계적인 SW업체로 키우겠다"던 초심을 지켜내는 모습을 보여주기를 바란다.

서소정기자 ssj6@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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