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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맞는 분야에 잘 왔다"…NHN 김상헌 신임 대표


포털은 CEO(최고경영자)를 보면 지향점을 알 수 있다. CEO의 이력을 보면 검색 포털이 무엇을 지향하는지 엿볼 수 있다. CEO의 이력은 역동적인 포털 비즈니스가 그때 그때 중점을 두는 회사 색깔과 교집합을 이루기 때문이다.

포털은 초기 '개발자' CEO를 거쳐 뉴스 등 정보 유통 기능이 강해진 3~4년 전부터 '기자'출신들이 수장에 앉았다. 지난 해 말부터 잇달아 바뀐 포털 CEO들은 경기 불황을 반영하듯 재무, 마케팅 전문가 출신이 많다.

연매출 1조원을 넘긴, 이제는 단순한 벤처가 아닌 '대형 검색 포털 및 게임 기업' NHN을 이끌 수장으로 '전문성'이 결여된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있었던 것. 'NHN이 잇단 송사를 막으려고 법률 전문가를 CEO로 앉혔다'는 얘기까지 나돌았다.

김상헌 대표는 취임한지 1주일 정도 된 지난 7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세계적 경기 불황에 따라 광고 시장이 위축돼 어려운 시기이지만 내게 맞는 분야에 잘 왔다"며 "최고경영자로서도 자신 있다"고 밝혔다.

그는 LG 부사장으로 11년 동안 구조조정 관련 업무를 맡으면서 기업 경영을 배웠다고 피력했다. LG에 입사하던 1996년 당시는 미국 가전회사 제니스(Zenith) 인수를 비롯 기업 차원의 막대한 투자가 이뤄지던 시기였다.

때마침 1997년 IMF(국제통화기금) 금융위기도 겪고, 재직하는 내내 LG가 진행한 모든 M&A(인수합병)에 개입했다. "부도 날 것 같은 회사를 막느라 힘들었다"고 회상하는 김 대표는 1999년 '반도체 빅딜'로 화제를 모았던 LG반도체 매각, LG카드 사태 등 큼직한 사안들을 매듭지었다.

"변호사로서 계약 시 법률 검토만 한 게 아니라 중요한 경영적 판단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그때 배웠다. 중요 의사 결정 과정을 다 지켜봤고 내 의견을 내서 나름의 효과도 봤다. 입사할 때는 그저 변호사인 줄만 알았지만 돌아보면 20~30년 경영 수업을 받은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

NHN으로 오게된 건 NHN 이해진 CSO(최고전략책임자)와의 인연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LG 재직 시절 벤처 기업에 특강을 하면서 연이 닿았고 '젊고 자유로운 인터넷 기업 특유의 매력에 이끌려' 2007년 4월 경영고문으로 입사했다.

'문학소년' 출신이라는 김 대표는 문화에 관심이 많은 본인에게 잘 맞는 일을 찾은 것 같다고 말했다.

"그간 다소 딱딱한 조직에 있었는데 NHN에서는 직원들끼리 좋아하는 책을 공유하는 등 문화적인 분위기가 편하다. 대표 선임되고 구본무 LG 회장께 인사를 갔더니 '잘 맞는 곳에 갔다' 하시더라."

김 대표는 앞으로 국내 시장에서 내실을 다지면서 새로운 시장 개척에 신경쓸 계획이다. 신성장 동력 중 하나인 일본 검색은 올 여름께 본격적으로 시작할 것 같다고.

앞으로 회사에서 개선하고 싶은 것은 대외 협력 부분이다.

그는 "가끔 외부에서 회사가 답답하다는 이야기를 듣는다"며 "조직이 10년밖에 안 됐기 때문에 스스로 서비스를 만들어만 가봤지 다른 파트너와 협력 경험이 부족하기 때문인 것 같다. 앞으로 적극적으로 여러 파트너와 많은 협력을 이루며 단점을 보완하도록 앞장서겠다"고 말했다.

김 대표가 바라보는 인터넷 포털은 정보와 재미의 집합체이다. 얼마 전부터 '지식in'에 법률 관련 정보가 올라오면 직접 답변을 달기도 한다.

김 대표는 "어릴 때 형편이 어려워 사교육을 못 받았는데 남들과 똑같은 여건이면 더 잘 할 수 있겠다는 아쉬움이 있었다"면서 "모든 사람에게 균등한 정보와 더불어 재미도 제공하는 것이 인터넷 포털 사업의 핵심"이라고 평가했다.

한편 최근 급부상한 포털 저작권 침해 논란에 대해 그는 "너무 과도한 기준을 들이대면 안 된다. 자율적인 선순환 자정능력을 믿어 부작용을 최소화해야 한다"며 "저작권을 지킬 수 있는 비즈니스 모델도 잘 만들어졌으면 좋겠다"고 피력했다.

김 대표의 취미는 독서, 드라마, 애니메이션 감상이다. 특히 미야자키 하야오(宮崎駿)의 애니메이션을 좋아해 로스쿨 진학 차 미국에 갈 때 이 감독의 비디오 테이프를 소포로 모두 부쳐서 갔을 정도였다고.

김상헌(金相憲) 대표 약력

- 1963년생

- 1986년 서울대 법학과 (학사)

- 2000년 미국 하버드대 로스쿨 LLM (Master of Law / 석사)

- 1993년 3월 ~ 1995년 2월 서울형사지방법원 판사

- 1995년 3월 ~ 1996년 2월 서울지방법원 지적소유권 전담부 판사

- 1996년 3월 ~ 2007년 3월 LG 부사장

- 2007년 4월 ~ 2007년 12월 NHN 경영고문

- 2008년 1월 ~ 2009년 3월 NHN 경영관리본부 본부장 (부사장)

- 2009년 4월 NHN 대표이사

정병묵기자 honnezo@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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