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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간특집]인터넷 언론, 위기는 기회다


지난 2000년 아이뉴스24가 처음 등장할 때만 해도 인터넷신문은 최고의 뉴미디어였다. 독자들이나 홍보 담당자들은 실시간으로 기사를 쏟아내는 인터넷신문을 경이의 눈으로 바라봤다.

인터넷신문들 역시 기사의 기본 패러다임에 쉴 새 없이 의문부호를 던졌다. 기사는 주관성을 뺀 딱딱한 글이라는 통념에 도전하는 새로운 시도들을 쏟아냈다. 이런 과정은 미디어 변형(mediamorphosis)으로 이어졌다.

학계에서도 "새로운 패러다임의 도래"와 같은 평가를 내놓으면서 달라진 언론 환경에 큰 의미를 부여했다.

연대기적으로 2000년은 '뉴 밀레니엄 원년'으로 기억될 것이다. 하지만 언론사적으로는 '인터넷신문의 해'로 기록하는 것이 더 정확할 듯 하다.

◆매체 신뢰도 면에서 괄목할 성장

뉴스 매체로서 인터넷이 갖는 위력은 여러 조사 결과에서도 그대로 드러난다. 특히 인터넷은 종이신문을 압도하는 매체 영향력을 보여주면서 나름의 영역을 굳건하게 만들어나가고 있다.

한국언론재단이 한국리서치와 공동으로 전국 5천 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2008 언론 수용자 의식조사'에 따르면 인터넷의 매체 신뢰도는 지난 해 20%까지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결과는 60.7%를 기록한 방송에 이어 두 번째다. 전통 매체의 첨병 노릇을 해 왔던 신문은 16%로 인터넷에 비해 한참 뒤진 것으로 드러났다.

매체 이용률 면에서도 비슷한 결과를 보였단. 지난 1주일간 매체 이용 여부를 물어본 질문에 인터넷은 74.3%가 이용한 것으로 나타나 58.5%에 머문 종이신문을 압도했다.

매체별 신뢰도 면에서도 인터넷은 5점 만점에 3.35점을 기록하면서 라디오(3.19), 케이블TV/위성방송(3.14), 전국 종합신문(3.11)을 앞질렀다.

이처럼 인터넷이 전통 매체의 대표주자인 신문보다 높은 평가를 받고 있는 것은 각종 보도를 통해 독자들의 신뢰를 얻어온 덕분이라고 봐도 크게 그르지 않다.

아이뉴스24 역시 2000년 출범과 동시에 남북 IT 교류를 비롯한 특종들을 연이어 쏟아내면서 국내 대표적인 IT 미디어로 자리매김했다. 그 첫 특종은 창간한 지 불과 20여 일 지날 무렵에 건져 올렸다.

4.15 총선을 불과 닷새 앞둔 2000년 4월10일. 박지원 문화부 장관은 분단 이후 처음으로 평양에서 남북정상회담이 개최된다는 폭탄 선언을 했다. 김대중 대통령이 6월 12일부터 14일까지 평양을 방문,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역사적인 남북정상 회담을 갖는다고 공식 발표한 것.

박장관이 남북정상회담 사실을 공식 발표할 무렵, 아이뉴스24 사이트에는 '정부, 남북 정보통신 협력 추진'이란 기사가 올라와 있었다. 정상회담 발표 하루 전에 '남북 정보통신 협력'이란 대특종 기사를 내보낸 것이다. 물론 당시 아이뉴스24 편집진은 역사적인 남북 정상회담 개최 사실을 알지 못했다.

그 후 이 기사는 박지원 장관의 남북 정상회담 공식 발표 이후 '남북 통신협력 급물살 탄다'로 제목이 바뀌면서 한 발 앞서나갔다. 그야말로 절묘한 시점이었던 것이다.

초기 아이뉴스24를 지탱해 준 대특종은 이 뿐이 아니었다. 데이콤의 한국인터넷데이터센터(IDC)에 들어와 있는 일부 서버가 해커들의 경유지로 사용되고 있다는 기사를 비롯해 남북간 인터넷전화가 가능하다는 소식들 역시 아이뉴스24가 초기에 일궈낸 특종들이다.

특히 아이뉴스24는 2003년 전국을 강타했던 1.25 인터넷 대란을 비롯한 각종 사안들을 신속하고 깊이 있게 파헤치면서 독자들로부터 큰 사랑을 받았다. 또 오픈소스 브라우저인 파이어폭스가 막 각광을 받을 무렵 국내 언론 최초로 개발자인 블레이크 로스를 인터뷰 해 독자들의 큰 호응을 이끌어내기도 했다.

◆최악의 환경…"그래도 위기는 기회"

물론 영광의 순간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2000년 아이뉴스24가 출범할 무렵 뉴미디어의 최일선에 서 있던 인터넷 매체들은 '자기 혁신'에 실패하면서 포털에 미디어 주도권을 내주고 말았다.

네이버, 다음 등 국내 양대 포털들이 연이어 상호작용적인 서비스를 선보이는 동안 인터넷신문들은 뒷짐 지고 있었다는 비판으로부터도 자유롭지 못한 상황이다.

그러다 보니 한 때 미디어 변화를 주도하던 인터넷신문들이 이젠 새로운 환경에 선도적으로 적응해야 하는 처지로 바뀌었다. 미디어 융합이란 새로운 바람에 제대로 대응해야만 하는 과제를 안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최근의 화두는 신문과 방송, 방송과 통신의 융합이란 새로운 시대 흐름이다. 여기에 인터넷TV(IPTV)가 활성화되면서 미디어 융합이 본격화되고 있다. 또 모바일 산업이 급성장하면서 뉴스의 유통 경로도 좀 더 다양해지고 있다. 포털 중심으로 돌아가고 있는 인터넷 매체 환경 역시 부담스럽기 그지 없다.

게다가 전통 매체들의 반격도 매섭다. 뉴욕타임스를 비롯한 미국의 유력 언론들은 각종 멀티미디어를 활용한 다양한 뉴스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뉴미디어 시대를 선도하고 있다. 조선, 중앙 등 국내 일간지들 역시 멀티미디어 콘텐츠 강화를 외치고 있다.

인터넷신문들을 옥죄는 것은 이런 환경 변화 뿐만이 아니다. 최근 급속도로 악화된 언론 환경 역시 신경 쓰이는 대목이 아닐 수 없다. 지난 해 하반기 전 세계를 강타한 금융 한파 때문에 언론들의 매출이 급격하게 줄어들었다. 이미 미국에선 신문사 파산이라는 극한 상황까지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미국 시애틀 지역의 유력 일간지인 시애틀 포스트-인텔리전서는 17일부로 종이신문 발행을 중단했다. 지난 해 1천400만 달러 적자를 기록하면서 벼랑 끝으로 내몰렸던 이 회사는 결국 인터넷신문만 남겨 놓고 전부 정리하기로 한 것이다. 150년 역사를 자랑하는 '록키 마운틴 뉴스'는 이미 2주 전 폐간했다. 또 '투손 시티즌' 역시 조만간 문을 닫을 예정이다.

국내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다. 이미 일부 신문사들은 강도 높은 구조조정에 돌입했다. 방송사들도 힘들긴 마찬가지다. 게다가 이런 경제 위기 상황이 당분간 계속될 것이란 전망이 있는 만큼 올 한 해는 '생존'이란 거대한 과제와 힘겨운 싸움을 벌여야 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젠 뼈를 깎는 혁신에 나서야 할 때"

전통 매체의 이런 위기 상황은 인터넷 언론사들에게도 '강 건너 불'이 아니다. 상대적으로 물적 토대가 빈약한 인터넷 언론들은 더 힘든 상황을 맞을 수도 있다.

하지만 위기가 때론 기회로 작용할 수도 있다. 특히 준비된 자에게는 위기를 한 단계 도약하는 지렛대로 삼을 수도 있다.

그러기 위해선 무엇보다 자신들의 강점을 극대화해야만 한다. 그럼 인터넷 매체의 강점은 뭘까? 많은 사람들은 ▲멀티미디어 ▲하이퍼텍스트 ▲상호작용성을 인터넷 매체의 강점으로 꼽는다. 또 웹 2.0에 대한 관심이 많아지면서 개방과 공유 역시 인터넷이 지향해야 할 가치로 각광받고 있다.

그런 측면에서 최근 가디언이나 뉴욕타임스 등 세계 유력 언론들의 인터넷 사이트들이 보여주고 있는 행보는 주시해 볼 가치가 있다.

가디언은 최근 기사, 동영상, 음성, 갤러리 인터랙티브 등을 총망라한 콘텐츠들의 API를 공개했다. 이렇게 함으로써 누구나 가디언의 자료를 토대로 새로운 형태의 뉴스 사이트를 만들 수 있도록 한 것이다.

뉴욕타임스도 비슷한 행보를 보이고 있다. 이들은 뉴스 자체도 이젠 하나의 플랫폼이라는 생각을 받아들이는 쪽으로 '발상의 전환'을 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가하면 뉴욕포스트를 비롯한 일부 언론사들은 경쟁사 기사의 상호링크까지 제공하면서 언론 시장의 패러다임을 바꿔나가고 있다.

중앙일보가 첫 발을 내디딘 이래 국내 인터넷 언론도 어느듯 15살을 맞았다. 또 아이뉴스24를 비롯한 독립형 인터넷 언론사들이 등장한 지도 만 9년을 넘어서게 됐다. 최근 들어 상황이 많이 나빠지긴 했지만, 그래도 한국의 인터넷 언론은 지난 10년 사이에 눈부신 발전을 거듭했다.

이젠 양적인 팽창 못지 않게 질적인 변화에 눈을 돌려야 할 때다. 그리고 그 변화의 첫 걸음은 기존 상식에 대한 과감한 도전에서부터 시작해야 할 지도 모르겠다. '혁신이 없는 뉴스'는 송장이나 다름 없기 때문이다.

김익현기자 sini@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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