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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설] KT합병 인가정책, '두 토끼' 잡기?


'KT 성장'과 '공정경쟁' 조율 의지…'제도개선' 논의는 남아

KT와 KTF 합병에 대한 방통위의 조건부 인가는 글로벌 사업자로 도약하려는 KT의 발목을 잡을 수 없다는 입장과 국내 시장의 공정한 경쟁환경을 조성해야 한다는 숙제를 조화롭게 조율하려는 의지가 담긴 것으로 해석된다.

그러나 인가 조건으로 붙은 여러가지 제도 개선 문제에 대해서는 앞으로도 어느 정도 논란이 이어질 수밖에 없을 것으로 내다보인다.

방송통신위원회(위원장 최시중)가 18일 전주나 관로같은 설비 제공 효율성 제고 방안 마련 등을 조건으로 해서 KT와 KTF 합병을 승인했다.

방송통신위는 이날 KT 합병 인가조건으로 ▲전주나 관로 같은 (필수)설비 제공 제도의 효율성 제고 개선계획 제출 ▲시내전화와 인터넷전화 번호이동절차 개선 계획 제출 ▲무선인터넷 접속체계의 합리적 개선 및 내·외부 콘텐츠사업자간 비차별 등 3개 인가조건을 붙여 승인키로 의결했다.

인가조건으로 제시되느냐를 놓고 관심을 끌었던 와이브로 투자 등의 활성화에 대한 방안은 이번에 인가조건에서 제외됐다.

방송통신위의 이 같은 결정은 성장 정체에 빠진 KT의 합병을 인가해 글로벌 사업자로 키우기로 하면서, 동시에 경쟁사업자들의 공정경쟁 환경 조성 요구에 대해 조화롭게 조율하려는 의지가 담긴 것으로 해석된다.

또한 공정위로부터 경쟁제한성에 대한 의견을 들은 지 3일 만에 기업결합을 인가했던 SK텔레콤-하나로텔레콤 기업결합과 달리, 이해당사자 공개 청문과 두 차례의 비공개 회의를 거치는 등 합의제 위원회 조직으로서의 변화도 눈에 띈다.

◆예상보다 강화된 인가조건

방송통신위는 16일에 이어 18일 전체회의를 열고 KT합병 승인 여부를 토론했다. 회의는 각 쟁점별 보고 및 토의로 진행됐고, 통신업계 전반에 걸친 1차 이슈별 논의를 진행한 뒤 본격적으로 위원들간 합병승인 여부 및 세부 인가조건을 제시해 합의하는 과정을 거쳤다.

이는 지난 달 25일 오후 2시 전원회의를 개최하고 5시에 심사결과를 브리핑한 공정거래위원회의 '번갯불 결정'과는 대조적이었다.

특히 위원들 간에는 전주나 관로 등을 포함하는 필수설비의 공동활용 방안을 인가조건에 넣느냐 마느냐와 와이브로 활성화 방안 등을 두고 격론이 벌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오후 3시에 속개된 비공개 회의는 4시이후 부터 개별 이슈에 대한 인가조건 부여 문제로 토론이 진행됐는데, 5시 경까지 필수설비와 와이브로를 두고 위원들간에 이견이 표출됐다.

송도균 부위원장과 이병기 위원은 제도 개선의 효율성을 확보하려면 합병인가조건에 들어가는 것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나타낸 것으로 전해졌다. 사실상 현재의 공동활용제도(LLU)가 유명무실하다는 인식에 따른 것이다.

반면 형태근 위원과 이경자 위원은 제도를 개선하면 네트워크의 공동활용을 증가시킬 수 있다는 입장으로 알려졌다.

이 과정에 송 부위원장의 발언 수위가 높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방통위 신용섭 통신정책 국장은 "향후 경쟁사들이 신규 융합 서비스를 제공하려면 필수설비 제도를 손봐야 한다는 데 (위원들이) 공감했다"면서 "일부에서는 합병인가 조건이 아니라 제도개선을 통해 하자는 의견도 있었지만, 제도개선의 실효성을 위해 인가조건을 붙인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그는 "이 때 필수설비의 개념에는 '04년 이후 구축된 광케이블은 제외된다"면서 "KT이외의 사업자들도 전국 커버리지 대체망을 구축할 수 있는 만큼 영국의 오픈리치와는 다르고, 이에따라 조직이나 기능분리가 아니라 전주나 관로 등 설비제공 제도 개선으로 정책 방향을 결정했다"고 덧붙였다.

◆와이브로, 인가조건에서 빠져

정부가 또 하나의 CDMA 신화로 육성하려는 와이브로에 대해선 인가조건이 붙지 않았다. 일각에서는 와이브로는 2009년 2월말 현재 KT가 17만명, SK텔레콤이 1만1천명의 가입자를 확보하는 데 그친 만큼, 커버리지 확대를 인가조건으로 붙이자는 의견도 있었지만 결국 제외됐다.

방통위 신용섭 통신정책 국장은 "와이브로 전국망 구축 의무를 부여하자는 의견이 있었지만, 와이브로 투자의무가 이미 와이브로 허가조건에 의해 부과돼 투자이행은 합병과 관련된 문제라기 보다는 와이브로 허가 조건의 문제이며, 이행 점검으로 충분하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신 국장은 또 "지난 11일 공개청문 때 KT가 와이브로 투자를 성실히 이행 하겠다고 하는 등 활성화 의지가 있다는 점도 고려됐다"고 설명했다.

◆'제도 개선' 관심...필수설비·번호이동·회계제도 개선키로

이날 방통위는 합병 인가조건과 별개로 '제도정비반'을 구성해 공정경쟁 환경 조성을 위한 ▲설비제공 제도 ▲유선전화 번호이동 제도 ▲회계제도에 대한 개선을 실행가능한 제도부터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같은 과제들은 어떤 내용으로 만들어지느냐에 따라 KT, SK, LG, 케이블 TV 업계의 유·불리가 갈려 업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KT합병을 둘러싼 업계의 갈등은 마무리됐지만, 제도 개선 논의로 이어질 수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신용섭 통신정책 국장은 "이번에 KT 합병을 논의하는 과정에서 제도개선 과제들이 도출됐다"면서 "통신업계 임원, 학계, 연구기관 전문가 등을 모아 제도개선반을 빠른 시일 내에 만들겠다"고 말했다.

또 인가조건에 들어가지 않은 회계제도 개선의 경우 "회계분리제도 기준 세분화와 함께 사업자간에 차등적용이 가능한지, 회계 전문성 강화 등이 지적돼 제도 개선을 검토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KT 합병절차 박차...기자회견도 '검토'

방통위의 합병승인 결정에 따라 KT의 합병 작업은 가속도가 붙게 됐다. KT는 오는 27일 임시 주주총회를 열고 주주들에게 합병KT의 비전을 설명한다. 이에 앞서 합병 이후 KT의 강력한 신성장동력 드라이브에 대한 의지를 밝힐 기자간담회 개최 여부도 저울질 중이다.

KT는 5월 중 합병작업을 완료한다는 목표다.

KT 관계자는 "최근의 주가 약세는 지난 16일 방통위 회의에서 인가가 결정되지 않은 데 대한 (주주들의) 걱정 때문인 것 같다"면서 "합병KT는 컨버전스 서비스를 통해 KT의 새로운 성장 동력을 만들어낼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규제기관의 합병 승인 결정에도 불구하고 국회의 합병KT에 대한 논의는 당분간 계속 이어질 전망이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이성헌 의원(한나라)은 오는 20일 합병관련 전문가 간담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이 간담회에는 KT합병 심사 자문단으로도 활동한 정보통신정책연구원 김희수 박사가 발제에 나설 예정이다.

국회 관계자는 "정무위 일각에서는 백용호 공정거래위원장이 지난 달 23일 정무위에서 'KT 합병과 관련 당사자의 의견을 충분히 듣고 결합 이후의 경쟁성을 심사중'이라고 발언 한 뒤 불과 이틀 만에 인가조건 없이 간 배경에 대해 의구심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에서도 4월 임시국회가 개최되면 KT합병 심사 과정에 대한 질의를 준비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김현아기자 chaos@inews24.com, 강호성 기자 chaosing@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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