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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합병 회오리속으로-하]서비스 경쟁 활성화하자


방송통신위원회가 20일 KT-KTF 합병심사를 위한 첫번째 자문위원회를 개최한다. KT 합병심사 본선이 시작된 것이다. 법률, 경제(경쟁), 기술(BcN, IPTV, 와이브로 등) 분야 등의 전문가 14명으로 구성된 자문위원회는 KT합병의 바람직한 인가방향에 대해 다각도로 모색하게 된다.

이번 KT합병 심사를 통해 미래에 발생할 수 있는 경쟁제한적인 문제까지 한꺼번에 모두 해결할 수 없다는 지적도 없지 않다. 그러나 KT합병의 의미는 방송통신인터넷 빅뱅을 앞두고 정부정책의 큰 틀을 새롭게 정립할 필요성이 높아진 시기라는 점을 부인할 수 없다.

따라서 방송통신위원회의 KT합병심사는 그 지향점과 결과가 180도 다른 두 갈래 길 가운데 하나를 선택하는 큰 의미를 지닌다. 그래서 더욱 방송통신 업계의 눈과 귀가 방송통신위원회의 선택에 눈과 귀를 집중하고 있는 것이다.

◆설비기반 경쟁 한계에서 배워야

이번 KT 합병심사 결과는 합병에 대한 그 인가조건이 ▲'설비기반 경쟁정책'을 염두에 둔 것인 지 ▲'서비스기반 경쟁정책'으로의 변화를 추진할 것인지를 가늠할 수 있게 할 것으로 보인다.

옛 정보통신부의 IT 및 통신정책은 한마디로 '설비기반 경쟁활성화'라고 요약할 수 있다. 정통부는 "통신사가 설비에 투자하면 단말기와 콘텐츠 같은 후방산업이 커진다"는 정책적 철학을 가졌다. 따라서 일군의 통신기업들은 정부의 드라이브에 맞게 시설투자를 단행했고, 그 대가로 여러가지 혜택을 누렸다. 주파수를 과점적으로 부여받았고, 인터넷 전화와 무선인터넷 망개방을 막아(?) 안정적인 수익을 누릴 수 있었다.

그러나 10여년 동안 강력한 규제를 앞세운 설비기반 경쟁체제에서 SK텔레콤 군과 KT 군이라는 두 축이 전체 통신시장의 80%가 넘는 지배력을 행사하게 돼 기업들의 경쟁을 통한 소비자편익 증진이 미흡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정부주도의 개발정책이 먹히는 개발도상국 시절 이 같은 정책추진은 효과가 있었다. 끌려가다시피 했던 기업들의 투자로 인해 파이프라인(인프라)이 굵어진 효과는 있었지만, 정부정책의 목표였던 콘텐츠 활성화는 여전한 숙제로 남아 있을 뿐이다.

더욱이 새 정부는 '규제완화'라는 지상과제에 올인, 자칫 시장의 공정경쟁의 틀마저 약화시켜 두 축(SK텔레콤 그룹, KT 그룹)의 지배력만 더욱 공고히 할 수 있다는 우려감도 높아지고 있는 실정이다.

따라서 정부가 공정한 경쟁의 룰을 만들고 서비스를 활성화 시켜 설비투자를 유도하는 이른 바 '서비스기반 경쟁'으로의 전환이 시급하며, 서비스경쟁을 통해서야 정체에 빠진 IT 및 방송통신 분야 활성화가 가능할 것이라는 시각이 고개를 치켜들고 있다.

서비스 기반 경쟁은 기본적으로 통신망에 대한 동등접근과 개방을 통해 시장경쟁 서비스 사업자 수를 늘린다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기업들은 스스로의 필요에 따라 설비에 투자에 적극적으로 뛰어들 수 있어 정부로서도 ‘정부주도 개발시대’처럼 정부가 시장에 무리하게 개입한다는 부정적인 시각에서도 벗어날 수 있다.

◆'일단 투자하라'식 처방 재고 시점

'일단 투자하면 뭔지 모르지만 부가가치가 생긴다'는 정부 모호한 정책실패에 대한 대전환이 필요하다는 주장은 이미 곳곳에서 터져 나오고 있다.

방송통신 융합시대에 정보기술(IT)이 만드는 부가가치가 통신망(네트워크)에서 나오는 게 아니라, 콘텐츠-서비스(플랫폼)-네트워크-단말기가 유기적인 상승작용을 통해서야 가능하다는 것이다. 외국에서 아이폰이나 블랙베리가 개발될 수 있는 배경에는 통신회사들의 망 지배력에 대한 양보나 상생노력이 있었기 때문이다.

정병국 한나라당 미디어특위 위원장이 국회에서 "방통융합시대 통신망은 공공재"라면서 "통신망에 대한 독과점이나 중복투자를 막고 서비스와 콘텐츠 경쟁을 통해 소비자 이익을 극대화해야 한다"고 말한 것도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이 '융합환경에서의 방송통신콘텐츠 이용행태에 대한 실증분석'이란 자료를 통해 "콘텐츠가 활성화되려면 콘텐츠가 제공되는 네트워크의 경쟁관계, 단말기의 특성 등을 고려한 콘텐츠-네트워크-단말기의 선순환을 촉진할 수 있는 종합적인 콘텐츠 진흥정책이 필요하다"고 밝힌 것도 마찬가지다.

그럼에도 현재까지 일단 투자하라는 식의 규제정책은 계속되고 있다. 옛 정통부는 2008년 2월 SK텔레콤과 하나로텔레콤에 인가조건으로 2012년까지 전국 농어촌 지역에 광대역통합정보통신망(BcN)을 구축하도록 했다.

그 결과 SK텔레콤과 SK브로드밴드(옛 하나로텔레콤)는 2012년까지 총 3천3억원을 들여 농어촌 광개역통합정보통신망(BcN)에 투자해야 한다.

합병심사가 진행중인 KT 역시 광케이블(FTTH)이나 와이브로 투자 등 별도의 설비투자 의무를 부여받을 가능성이 있다. KT 역시 정부 의도를 감안한 듯 합병공식 발표회 때 2015년까지 ADSL 접속망(오픈인터넷망)을 FTTH로 대체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서비스 경쟁이 융합서비스 활성화할 것

최근 방송통신위가 오는 2013년까지 기업들이 34조원을 투입해 기가망(Gbps) 시대를 열겠다고 밝힌 정책 역시 그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라도 망에 대한 공동활용을 극대화하고 이를 기반으로 단말기와 콘텐츠 투자가 확산되도록 유도하는 전략이 필요하다.

통신기업들이 수조원씩을 들여 투자를 하더라도 합병KT의 필수설비(전주, 관로)에 대한 독점적 구조가 여전하다면 다른 기업들은 투자에 주저할 수밖에 없으며 그 효과도 미미할 수밖에 없게 된다.

KT 역시 그 대가로 울며겨자먹기 식으로 와이브로 등에 과도한 투자를 해야 한다면 KT와 경쟁사 모두 만족할 수 없는 최악의 투자효과에 머물 가능성도 적지 않다.

이 같은 현상은 지난 2007년 국회 'IPTV법' 제정 당시를 통해 유추할 수 있다. 당시 IPTV 법안에는 '망동등접근' 규정을 두게 됐지만 그 실효성은 떨어졌다. 세계 최초로 망 없이 IPTV 사업권에 도전했던 다음의 오픈IPTV는 사실상 망 빌리기가 어렵고, 이 같은 현실을 잘 알던 심사위원들로부터 사업의 구체성과 실현가능성이 낮다는 평가를 받으며 시장 진입을 포기해야 했다.

당시 허진호 한국인터넷기업협회장은 "망사업자의 투자유인 문제는 융합환경 조성에서 핵심사안이 아니다"라며 IPTV법제화의 전제로 최소 3년간 선 비용 결정 및 사후 감시 등 가입자망공동활용제도(LLU)의 내실화를 요구하기도 했지만 받아들여 지지 않았다.

2~3 개의 수직계열화된 거대 기업만으로는 창의적이고 혁신적인 서비스를 개발하기 어렵다는 점을 간과함으로써 정부가 기대하는 글로벌 미디어 그룹의 탄생도 요원할 뿐이라는 지적이다.

방송통신위 관계자는 "IPTV가 시작됐지만, 양방향 특성을 살리는 등 차별화돤 콘텐츠가 너무 부족하다"며 "기존 지상파, 케이블TV 프로그램을 재탕하는 수준에서 별반 다르지 않다"고 우려했다.

◆서비스 활성화로 가자...소매규제는 완화

서비스 기반 경쟁 체제는 국민에게 직접 영향을 미치는 소매 시장에 대한 규제는 완화하되 기업들간 공정경쟁을 위해 도매규제는 강화되는 방향으로 가게 마련이다.

영국의 규제기관인 오프콤 역시 지난 해 12월 BT 오픈리치 관련 보고서(A New Pricing Framework for Openreach)를 통해 서비스기반 경쟁으로 가는 강력한 도매규제가 시장경쟁을 활성화해 소비자 편익에 도움이 된다고 밝히고 있다.

오프콤은 "다양한 사업자들이 성공적으로 경쟁하면서 차별화되면서도 가격 경쟁력 있는 서비스를 소비자들에게 제공하고 있다"며 이는 도매대가 산정 방식을 투명하게 공개하는 등 철저히 규제하고 대신 소매 시장에 자유로운 경쟁을 유도했기 때문이라고 평가했다.

옛 정통부는 지난 해 2월 SK텔레콤의 하나로텔레콤 인수조건으로 필수설비격인 800메가 주파수 뿐만 아니라 유무선결합상품 경쟁력, 유통망 공동활용 등 다양한 분야의 공정경쟁환경 조성을 염두에 두고 결정을 내린 바 있다.

KT 합병 심사 역시 방송통신 융합시장 전반에 대한 경쟁환경을 감안할 테지만, 무엇보다 그 경쟁철학의 틀 변화를 중심에 두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김현아기자 chaos@inews24.com, 강호성 기자 chaosing@inews24.com, 김지연 기자 hiim29@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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