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뛰는 은행 해킹, 기는 경찰 수사


전문인력·공조 부족으로 '제자리'…대책 마련 시급

최근 들어 하나, 우리은행 등에서 인터넷 뱅킹 무단인출 사고가 연이어 터지고 있지만 원인 규명조차 제대로 되지 않고 있다.

인터넷 뱅킹 사건 수사가 난항을 거듭하고 있는 것은 전문 인력 부족 문제가 크게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또 관련 기관과의 협조가 원활하지 못한 점 역시 걸림돌로 꼽히고 있다.

이에 따라 인터넷 뱅킹 사건 같은 첨단 범죄 수사 체계를 정비해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최근 발생한 하나은행 인터넷 뱅킹 무단 인출 사건은 이런 문제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지적됐다.

경찰에 따르면 지난 달 5일 오후 3시30분경 S씨(여. 38세) 하나은행 계좌에서 700만원씩 3차례에 걸쳐 총 2천100만원이 무단 인출됐다. 경찰 수사 결과, S씨의 돈은 한국계 중국인 A씨 명의의 기업은행 계좌를 거쳐, B씨 명의의 농협 계좌로 빠져 나간 것으로 밝혀졌다.

범인으로 추정되는 A씨와 B씨는 모두 한국계 중국인인 것으로 알려졌다. A씨의 경우 지난해 12월 25일경 인터넷 뱅킹 서비스를 신청한 뒤 28일 중국으로 출국한 것으로 조사됐다.

◆공조체계 미흡…"해킹 사고 재발 못막아"

인터넷 뱅킹을 노린 해킹 사건은 이처럼 국경을 넘나들며 이뤄지고 있지만 정작 경찰 수사는 초보적인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전문적 능력을 갖춘 수사인력이 부족해 원활한 수사가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

현재 하나은행 사건을 담당하고 있는 강남경찰서 사이버수사팀은 총 4명으로 구성돼 있다. 하지만 하나은행 해킹 사건은 1명이 전담해 수사하고 있는 실정이다. 최소한의 수사 인력조차 제대로 지원되지 않고 있는 셈이다.

물론 이런 상황은 일선 경찰만의 잘못은 아니다. 수십여건이 넘는 사건을 동시에 수사해야 하는 경찰 입장에선 하나은행 건에만 많은 인력을 배치하기도 힘든 상황이다.

또 은행과 피해자 측의 PC를 압수, 수사한다 하더라도 각 경찰서 단위에서는 PC증거분석을 할 만큼의 전문성을 갖춘 인력이 드물다는 지적이다.

일부 사건은 금융권 감독 의무를 진 금융감독원이 경찰을 대행해 사건 조사에 나서기도 한다. 하지만 금감원은 수사 권한이 없다 보니 한계에 부딪힐 수밖에 없다.

◆"해킹 아니다" 은행측 입장 전적 '의존'

경찰은 하나은행 무단 인출 건을 수사하면서 은행 측의 증언에 많이 의존하고 있는 상황이다. 시스템에 대한 외부 침입 흔적이 없다는 은행측 증언을 토대로 사용자PC의 개인정보유출에 무게를 두고 있는 것.

그러다 보니 은행 서버 등 주요 시스템에 대한 외부 해킹 여부를 수사할 권한은 갖고 있지만, 은행을 대상으로 직접 수사를 하지는 않고 있다.

은행 전산시스템에 해킹 흔적이 있다 하더라도 은행이 감출 경우엔 알 방법이 없다는 얘기다.

또 피해자가 범인과 사전 공모해, 개인정보를 알려주고 해킹처럼 위장할 경우에 대비, 피해자의 PC분석도 필요하지만, 재산권 침해 등의 이유로 경찰은 피해자 PC를 섣불리 압수할 수 없다.

경찰 관계자는 "금융권 해킹 사고의 경우, 경찰이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받아 은행의 과실 여부를 따져야 하지만, 실제 경찰이 직접 은행 전산시스템에 대한 이상 여부를 확인하는 경우는 없다"며 "직접 압수해 수사한다면 금융거래 일시 마비 등 불편을 초래하기 때문에 은행측 의견을 믿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우리은행 전철 밟나

수사기관간 공조 역시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관할이 다르다 보니 사고에 대한 정보 공유가 제대로 되지 않는 데다, 우리·하나은행처럼 범인이 해외로 도주할 경우 해당 국가와 사이버 공조 체계 등이 갖춰지지 않아 범인 검거에 어려움이 따른다.

끈질긴 IP추적을 통해 범인을 검거하려 해도 이미 중국 등 해외로 도주한 뒤라 흐지부지되는 경우가 다반사다.

하나은행 건을 수사 중인 강남경찰서 사이버수사팀 류경하 팀장은 "중국에서 국내 인터넷주소(IP)망을 빌려 사용한 경우"라며 "이미 출국한 뒤인 데다 중국과 수사를 위한 공조 체계가 미흡해 범인 검거가 쉽지 않다"고 토로했다.

이에 따라 하나은행 해킹 역시 지난 9일 명확한 원인 규명과 범인 검거에 실패한 우리은행의 전철을 밟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벌써부터 나오고 있다. 해킹으로 인한 무단인출 사고라면, 그 경로에 대한 명확한 원인 규명이 선행돼야 하는데, 관련 당국이 사건 종결에만 급급하고 있다는 것.

또 경찰이 사고 경위를 조사하는 과정에서 은행 전산시스템 해킹 여부를 판단하는 데 있어, 은행측 말을 전적으로 반영, 객관적 수사가 이뤄지기 힘들다는 지적이다.

한 보안전문가는 "최근 잇따른 금융권 무단인출사고가 해킹에 의한 것이라면, 이는 인터넷 뱅킹의 근간을 흔들 수 있을 정도의 중요한 사건"이라며 "전문성을 갖춘 인력을 집중 투입, 명확한 원인을 밝혀 사고 재발을 막는 게 급선무"라고 꼬집었다.

서소정기자 ssj6@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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