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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 자는' 와이브로 버스 PC방


커버리지 늘어났지만, 이용편의성 개선해야

9일 오전 서울시청에서 여의도 방면으로 향하는 1002번 버스에 올랐다. 이 버스는 KT가 야심 차게 내놓은 와이브로 버스PC방이 운영된다. 버스 중간쯤의 왼쪽 창가 쪽에 터치스크린으로 쓰는 '달리는 버스 PC방'. 지난 1월 중순 서비스가 시작된 와이브로 PC방을 직접 체험했다.

창가 쪽이라 그런 지 와이브로 서비스는 끊김을 느끼기 어려웠다. KT는 올해 2월까지 수도권의 전역에서 와이브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망을 확충하고 있다.

상용서비스를 시작했다지만, 아직은 무료로 제공하고 있나 보다. 교통카드나 휴대폰결제 중 선택해 지불하도록 돼 있었지만, 버턴을 선택해도 결제가 필요없이 서비스가 바로 시작된다. 터치스크린 오른 쪽엔 뉴스검색, 날씨정보, 지하철노선도, 게임, 무료운세 등의 메뉴가 눈에 뜬다.

인터넷에 접속하자 네이버, 다음, 파란, 야후 등 주요 포털이 한번에 들어왔다. 지금부턴 터치펜이나 손가락으로 누르기만 하면 원하는 페이지로 속속 넘어간다. 웹 페이지를 넘겨 필요한 정보를 얻는 데는 부족함을 느끼지 못했다.

시 외각으로 나가도 인터넷 접속엔 별다른 문제가 없다. 시청에서 출발한 버스는, 여의도를 넘어 등촌동, 발산동, 공항 옆을 지나 당곡고개로 향했다. 버스를 탄지 1시간 반이 넘었지만 끊김 때문에 인상을 쓰진 않았다.

문제는 다른 데 있었다. 쉴새 없이 움직이는 버스에서 펜이나 손가락으로 정확하게 터치할 수 없다는 점이다. 화면을 닫기 위해' X표시'를 누르거나 스크롤 바를 움직이기 위한 동작조차 만만하고 쉬운 게 아니었다.

터치스크린에 키보드 화면을 불러 사용할 수도 있고, 필체인식 프로그램도 내장돼 있어 언제든 불러내 쓸 수 있다. 하지만 견고하게 장착되지 않아 모니터 자체가 아래위로 흔들렸다. 그러니 왼손으로 모니터를 고정시키고 오른손으로 눌러야 했다.

'달리는' 버스에서 필체인식 프로그램을 이용하는 것은 보통 일이 아니었다. 또박또박 쓴다고 써 보았는데도 대한민국은 '띠한민국'으로 인식했다. 이래 가지고선 뉴스 섹션 몇 페이지 넘긴 것 밖에 없는데도 15분이 지나버리기 일쑤였다. KT는 500원에 15분, 1천원에 35분 이용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인데, 소비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을 지는 미지수다.

직접 체험한 45분 가량을 제외한 2시간 이상 PC 좌석 뒷자리에서 가만히 지켜보았다. 50대로 보이는 아주머니 두 명이 나란이 앉더니 "이거 인터넷인가" 하고 훑어 보았지만, '결제하시겠습니까' 하는 문장이 스크린에 나타나자 취소 버턴을 누르곤 관심을 돌렸다.

고등학생에서부터 직장인, 아주머니에 이르기까지, 많은 사람들이 오르고 내렸지만, 와이브로 PC가 달린 좌석에 앉는 이는 거의 없었다. 오히려 불편한듯 쳐다보는 눈치다. 앉아만 있어도 눈을 괴롭히는 광고 동영상 때문인 듯했다. 더욱이 좌석도 좁은데 '무엇에 쓰는 물건인지'도 모르는 게 떡 하니 버티고 있으니... '잠자는' 버스 PC방이 제대로 작동하려면 좀 더 쉽게 쓰는 방법을 고안해야 할 듯하다.

KT는 지난 해 6월부터 서울 및 인천 일부 노선에서 시범 서비스를 실시한 데 이어 지난 달 16일부터 서울-경기-인천을 잇는 34개 노선의 버스 1천대를 대상으로 상용 서비스를 시작했다. 금년 중 이런 버스를 5천대로 확대할 계획이다.

KT 관계자는 "서비스가 시작된 지 얼마 되지 않았고, 아직 와이브로 버스PC방 홍보가 부족해 이용자가 적지 않은 것 같다"며 "고객들이 생활 속에서 자연스럽게 와이브로를 이용할 수 있도록 와이브로의 적용을 계속 확대해갈 것"이라고 말했다.

강호성기자 chaosing@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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