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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국립디지털도서관을 가다


"차별화된 콘텐츠·공공포털로 자리잡는다"

동장군의 입김에 며칠째 도심이 꽁꽁 언 지난 14일 오전, 서울 서초구 반포로 국립디지털도서관을 찾았다.

국립중앙도서관을 정면으로 바라봤을 때 오른쪽에서 뚝딱뚝딱 공사가 진행되던 각진 S자 건물이 바로 국립디지털도서관.

'디브러리(Dibrary, Digital+Library)'라고 명명된 국립디지털도서관은 국립중앙도서관이 지난 2002년부터 야심차게 건립을 추진한 사업이다. 지난 2008년 12월 말 드디어 공사를 마치고 오는 5월께 국민을 맞을 준비를 하고 있는 따끈따끈한 신개념의 도서관을 미리 만나 봤다.

디브러리는 먼저 규모에서 보는 사람을 압도했다. 지상 3층에 연면적 3만8천14㎡ 규모의 당당한 위용을 자랑한다. 유리로 이뤄진 건물 외벽과 잔디가 조화된 외관은 법원·검찰청과 금융위원회 등 딱딱한 정부부처가 자리한 서초구 일대에 한결 부드러운 '문화'의 느낌을 불어넣어 줄 것으로 기대된다.

도서관으로 들어가는 입구는 크게 두 방향이 있다. 길가 쪽 입구부터 들어가면 디브러리의 1층, 국립중앙도서관 본관의 지하 통로를 통해서는 디브러리의 3층과 연결된다. 본관 쪽 통로로 입장했는데 벽에 모래시계 이미지가 움직인다. 센서가 지나가는 사람을 감지해 아날로그(본관)에서 디지털(디브러리)로의 시간 변화를 보여주는 재미있는 장치다.

1층에는 다국어정보실과 전시실이 있다. 다국어정보실은 한국어, 영어, 일본어, 중국어, 프랑스어, 베트남어 등을 지원하는 PC 36대가 설치된 외국인을 위한 공간이다. 'LLUON' 모니터 아래에 공책만한 단말기가 있었다. 작은 CPU인 줄 알았는데 일종의 네트워크 단말기라고 한다. 이곳의 네트워크 PC는 OS부터 보안까지 중앙에서 한 번에 제어된다.

전시실은 디지털 장치로 이뤄진 전시공간이다. 벽에는 겸재 정선의 그림과, 각종 산수화, 이명기의 송하독서도(松下讀書圖), 민화 등이 디지털 액자에 걸려 있다.

터치스크린 방식의 3D 전자책에는 '홍길동전', '규합총서(閨閤叢書)', '동의보감' 등의 고서가 있었다. 책을 누르니 원본 내용의 스캔본이 뜨고 책장이 넘어갔다. 물론 읽을 수 있는 글은 없었다.

◆ "애들은 가"…16세 이상 관람가

"나이 제한이 있나요?"

취재에 동행한 입사 2주차 강수연 수습기자가 물었다. 도서관에 웬 나이 제한? '수습 다운 질문'이라고 생각하는데, 이용 등급(?)이 있단다. '16세 이상 관람가'다.

"중학생도 이용이 불가능합니까"라고 묻자 국립디지털도서관준비기획단의 박수현 사서는 "올바른 정보 이용 분위기 조성을 위해서입니다. 최근 18세 이상에서 하향 조정한 것입니다. 청소년들은 역삼동에 있는 국립어린이청소년도서관을 이용하는 것이 좋을 듯 합니다"라고 말했다.

2층에 아담하게 마련된 노트북 열람실을 지나 3층에 도착하니 디지털 열람실에 수백대의 컴퓨터가 눈에 들어온다. 이렇게 많은 PC를 한꺼번에 보기는 처음인 것 같다. 대형 PC방에 와 있는 느낌이다. 구석에는 8개의 세미나실이 있는데 전자칠판, 프로젝터 등이 구비돼 있다. 세미나실은 모두 디브러리 포털에서 예약해 이용할 수 있다.

이용자에게 발급하는 RFID 기반의 통합 이용카드를 세미나실 입구에 대면 예약된 인원만 출입할 수 있도록 했다. 너무 빡빡한 거 아니냐고 물으니 "예약하지 않은 이용자들의 무분별한 출입을 막기 위해서"라고 박 사서는 설명했다.

복합 상영관은 원형 의자에 둘러 앉아 TV를 볼 수 있는 구조다. DVD를 삽입하거나 네트워크를 이용해 VOD 시청이 가능하다. 다른 이용자들에게 방해를 주지 않기 위해 무선 헤드폰으로 소리를 듣도록 했다. 상영관의 뒤편에는 IP(인터넷)TV 를 볼 수 있는 시설도 준비돼 있다.

이쯤 되자 디브러리의 차별성이 무엇인지 궁금했다. 과연 RFID로 신원을 확인하고, 디지털 액자에 그림을 전시하고, 고사양의 PC를 구축해 놓았다고 '도서관'이라고 할 수 있을까. 디지털 도서관이라고 이름을 붙였다면 기존 도서관에 있는 전자정보실의 역할 이상이 있어야 하지 않은가.

조영주 사무관이 설명했다.

"과거 책만 보던 도서관은 1.0 세대라고 볼 수 있고요, 1.5 세대는 소장 자료의 보존을 위한 디지털화가 목적인 현재의 전자도서관입니다. 그러나 2.0 세대는 이를 넘어 타 지역 원문검색과 동영상, MP3, 웹문서를 자유롭게 망라해 볼 수 있는 디지털 도서관입니다. 디지털 서비스를 위한 공간이 별도 존재하는 것은 세계 최초입니다."

조 사무관은 또 "온라인 상에서도 현재 상업 포털이 하고 있는 지식 서비스와는 차별화된, 이윤추구가 없는 공공 지식 포털을 만드는 것이 목표"라고 강조했다.

◆ "국립 PC방이 아냐…차별화된 콘텐츠 제공할 것"

이어 3층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장애인 열람실이었다. 독특한 형태의 장애인 전용 키보드와 높낮이를 조절할 수 있는 책걸상이 눈길을 끌었다. 구석에 디지털 도서관에 어울리지 않는 견고한 나무상자가 있었는데 점자 프린터였다.

인쇄 시 소음이 심해 나무로 방음막을 해 놓은 것. 점자 프린터는 상당한 고가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장애인은 용지 공급부터 인쇄까지 모두 공짜로 이용할 수 있다. 일반 열람실에서는 A4 장당 돈을 내게 돼 있는 것과 대조적이다.

직접 콘텐츠를 제작할 수 있도록 한 스튜디오는 생각보다 규모가 커서 놀라웠다. UCC(이용자제작콘텐츠) 스튜디오는 물론, 영상·음향 스튜디오 등 전문적 수준의 설비가 구축돼 있었다. 그런데 도서관에서 이런 것까지 만들어 놓아야 할 정도로 수요가 있을까, 의문을 표하니 사설 설비에서 돈을 주고 이용하는 사람들이 꽤 많다고 한다.

고가의 전문장비이다 보니 도서관에서 여는 별도의 과정을 이수해야 이용할 수 있다. 도서관 측은 과정 이수가 필요없는 전문가들이 이용에 어려움이 없도록 남은 기간 동안 방안을 만들겠다고 밝혔다.

조 사무관은 "국가에서 운영하는 PC방이라는 오명을 얻지 않기 위해서는 콘텐츠 연계 협력이 가장 중요하다. 도서든 음반이든 영화든 저작권상의 문제가 해결된 콘텐츠를 이곳에서 컴퓨터로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게 핵심이고 개관을 5월로 연기한 것은 이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도서관 내 디지털 설비 구축을 맡은 LG CNS의 황금석 과장은 "이 사업을 위해 세계 곳곳의 도서관 디지털 시설을 다녔는데, 이 정도 규모로 구축해 놓은 곳은 없는 것 같다"고 자랑스럽게 말했다.

디브러리를 구축하는 데는 모두 1천179억원의 예산이 들었다. 지난 2006~2007년 전문가와 교수, 삼성전자 등이 참여해 연구 용역을 실시했고 LG CNS가 디지털 설비 구축을, 현대건설·대우건설 컨소시엄이 건축을 맡았다.

정병묵기자 honnezo@inews24.com 사진=정소희기자 ss082@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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