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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호성]연말 '나홀로 족'과 IT


화려한 싱글도, 위세가 당당하던 기러기 아빠라도 연말이면 예외없이 외롭기 마련이다. 그런 '나홀로 족'을 겨냥한, 정보기술(IT) 제품들이 부각되고 있다.

인터넷 전화로 무료나 저렴한 요금으로 가족들과 영상통화도 즐길 수 있다며 기러기 아빠들을 유혹한다. 몸은 떨어져 있지만 가족과 함께 온라인 크리스마스 파티 만끽할 수 있기 때문이다. 기왕이면 인터넷전화나 영상통화폰으로 얼굴도 보며 안부도 전한다면 없는 것에 비할 바 아니겠다.

풀HD와 강화된 음향시스템을 갖춘 디지털TV로 긴긴 크리스마스 밤과 정초를 '나홀로 영화관'에서 지낼 수 있다는 광고 카피도 나온다. 이 참에 새 노트북을 장만하고 5.1 돌비 오디오 시스템을 갖춘 음향장치를 구입하라는 제안도 있다. 기왕 영화를 볼 바엔 고화질 영상에 최첨단 음향시스템으로 영화관 못지 않는 시설을 갖추면 나쁠 게 없다.

연말, 연초가 언제였느냐 싶을 정도로 현실이 도망치고픈 이들에겐 "닌텐도를 즐기면 시간가는 줄 모른다"는 말이 가슴에 와 닿을 법하다. 징검다리 연휴, DSLR 카메라를 짊어지고 혼자서 출사 나갈 자는 드물겠지만, "홀로 여행을 즐기거나 동호회에서 같이 참여하면 좋은 추억이 될 것"이라는 카메라 기업들의 솔루션에, 씁쓸하지만 고개를 끄덕일 수도 있겠다.

인터넷을 잘 만 뒤져보면 웹TV에서 신작 영화나 드라마를 골라 볼 수도 있으니 새 노트북이나 PC 하나 새로 장만하라는 얘기도 들린다. '커플천당, 솔로지옥'이라 했었던가. 솔로가 지옥을 탈출할 수 있는 하나의 방편을 소개하면서, 그 뒷말로 우리 제품을 구매해 달라는 얘기를 빼놓지 않는다.

어쩔 수 없이 연말연시를 홀로 날 수밖에 없는 처지라면 영상통화나 PC, TV라도 친구처럼 옆에 자리해주면 감사할 따름이다.

그러나 연말 연시 외로운 이들에게 이런 광고카피나 '디지털 기기'가 가슴에 와 닿기보다, 오히려 쓰라린 속을 후벼파는 것 같다. 마음에서 우러나는 안타까움과 이해심보다 상술이 먼저 드러나 보이는 것은 기자만의 생각일까.

설사 참된 마음이 담겼다 하더라도 얼굴을 마주보고 몸을 부비는 그 느낌과 디지털을 비교할 수 있을까.

사랑하는 가족이, 친구가, 연인이 '지척'에 있다면, 디지털에 기댈 게 아니라 당장 떠나야 한다. 아무리 멀어도 대한민국은 대각선으로 400km 남짓이다. '당신을 보내세요'라는 고속열차(KTX)의 감성적 카피 문구가 더 살을 파고 드는 연말이다.

강호성 기자 chaosing@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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