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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산업 걸림돌을 뿌리뽑자-상]핍박받는 효자산업과 과잉규제


고성장을 보여 온 한국의 게임산업이 전환점을 맞고 있다. 산업에 대한 일반의 인식저하와 이로 인한 규제 입법 움직임이 구체화되면서 갈등이 깊어지고 있다.

산업 내부에서 발생한 일부 병폐 또한 성장을 이어가는데 장애물로 작용하는 것이 현실이다. 산업의 양적, 질적 도약을 이루기 위해서는 성숙기를 맞은 현 산업 주소에 맞는 진흥책 또한 필요하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아이뉴스24는 게임산업에 대한 올바른 이해와 유효 적절한 지원책 그리고 각 사업자들의 미래전략 등을 짚어보고자 한다. 긍정적인 논의의 활성화를 위해 '게임산업 걸림돌을 뿌리뽑자'는 특집을 마련했다.[편집자주]


게임만큼 이용층과 비 이용층 사이에서 엇갈린 평가를 받는 분야도 흔치 않다. 큰 즐거움을 주는 수단이자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각광받는가 하면 자칫 중독으로 인한 '폐인'을 양성하는 위험한 도구로 폄훼 당하기도 한다.

문화콘텐츠 산업의 '효자'로 주목받으면서도 게임중독, 학부모들의 불만표출 등으로 온갖 비난을 한몸에 받는 업종이 게임이다. 핍박받는 효자산업과 과잉규제를 어떻게 현명하게 풀어갈 것인지를 고민해야 할 시점이다.

◆ 10년간 수출탑 쌓아온 게임산업

이용자들간의 상호작용으로 매순간 진화를 거듭하는 온라인게임이 한국 게임산업의 주력으로 자리잡은 지난 10년여 간 한국의 게임산업은 가파른 성장곡선을 그려왔다.

글로벌 금융경색의 여파로 곳곳에서 '한숨'이 나오고 현실화될지 모를 실물경제 파탄에 대한 '공포감'이 엄습하는 지금, 게임산업의 성장성은 더욱 돋보인다.

2008년 한 해동안 게임산업은 10억6천만달러의 수출액을 달성, 전년대비 35% 증가세를 보였다.

게임산업진흥원의 추산에 따르면 이러한 수출증가 추세가 이어질 경우 오는 2012년에는 게임산업은 22억달러의 무역수지 흑자를 달성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는 212억달러로 예상되는 당해 연도 전체 무역수지 흑자 중 10%에 해당하는 수치다.

그러나 게임산업의 '수출탑'에 따르는 찬사 못지 않게 힐난과 견제의 목소리도 적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 '천적' 학부모 앞에 한없이 작아지는 효자산업

재미 요소를 주는 콘텐츠 산업의 특성상 수반되기 마련인 '과몰입' 등 각종 폐해에 대한 우려 때문이다.

특히, "한국의 어머니들은 모두 맹모(孟母)"라는 말이 보여주듯, 한국의 학부모들에게 '우리 아이의 대학진학에 장애가 될지도 모르는' 게임은 거의 '주적(主敵)'이나 다름없는 상황이다.

세계 시장을 석권한 닌텐도가 한국 시장 진출을 앞두고 염려한 가장 큰 장애물로 한국 게임시장의 '온라인게임 편중'보다 거실을 지배하는 학부모들의 '강인한 교육열'을 꼽았을 정도다.

최근 추진되고 있는 청소년보호법 개정안에 따르면 청소년들의 온라인게임 이용을 자정 12시부터 익일 새벽 6시까지 '원천봉쇄'하는 셧다운제도 도입이 포함돼 있다.

심지어 현존하는 게임물등급분류기관과 별개로 보건복지부산하 청소년보호위원회가 청소년들이 이용해선 안 될 유해물을 결정할 권한을 위임하는 것도 포함돼 있다.

권준모 게임산업협회장은 "게임은 입에 달지만 몸에는 좋지 않은 불량식품처럼 매도당하는 경우가 잦다"며 "수출역군으로 공헌하지만 집안에선 배척받는 다는 점에서 미움받는 효자와 같은 모습이다"고 밝혔다.

최근 문화체육관광부는 게임산업중장기지원책을 마련, 이를 발표한 바 있다. 오는 2012년까지 총3천억원의 예산을 투여해 한국을 세계 3대 게임강국으로 육성한다는 것이다.

이는 적지 않은 호재로 받아들여졌으나 산업계는 이에 대한 '판단'을 유보하는 분위기다. "정부가 아무것도 도와주지 않아도 좋으니 말도 안되는 규제만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것이 바닥정서인 것이다.

◆ '선의'의 규제입법, 산업계를 옥죄다

청소년보호법 개정을 추진 중인 보건복지부 김성벽 아동청소년매체환경 과장은 "셧다운제도 도입이 논란을 사고 있는 것을 알고 있다"면서도 "이는 청소년들의 건전한 생활을 유도, 보다 먼 미래의 행복을 위해 지금 현재의 삶에 다소간의 제약을 가하자는 것으로 그 진정성을 인정해 줬으면 한다"고 밝혔다.

실제로 청소년들의 게임 심야 이용 제한은 각종 설문조사를 통해 평균적으로 찬성이 반대의 두배를 넘어설 만큼 압도적인 지지를 받고 있기도 하다.

그러나 '선한 취지'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입법 자체가 무리수를 담고 있다는 지적이 많다. 청소년이라 해도 자유로운 문화향유에 대한 권리 등 행복추구권을 침해받아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문화체육관광부 측은 "자녀 게임이용시간을 조절하는 것은 본질적으로 친권자인 부모의 교육·양육권과 관련된 것"이라며 "이는 사적 자치의 영역에 국가가 직접적으로 개입하는 것으로 합당한 것으로 볼 수 없다"고 밝혔다.

또 "이미 게임물등급분류를 통해 청소년들이 이용할 수 없는 콘텐츠를 걸러낸 상태에서 단순히 시간 이용의 총량제한의 개념으로 접근하는 것 또한 부적절하다"며 "과잉 규제, 이중 규제로 볼 수 밖에 없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자식을 가진 부모의 마음에 감성적으로 어필할 수 있을진 모르나 법리적인 측면에선 수용불가능한 입법이라는 것이다.

국민대학교 황성흠 교수는 "일괄적인 영업시간 제한이라는 점에서 과잉규제로 위헌의 요소가 있다"고 전제한 후 "이러한 입법은 현재로선 청소년들의 부모 주민번호 도용을 통한 불법적인 이용을 부추길 가능성이 더 크다"고 진단했다.

위법성 뿐 아니라 그 실효성 부분에서도 의문이 간다는 것이다.

해당법안 법제화에 격앙돼 있는 산업계는 중독에 대한 우려에는 공감을 표하면서도 그 '단속 방식'에는 공감치 못한다는 입장이다.

CJ인터넷 정영종 대표는 "셧다운 제도가 도입된다고 가정할 경우 매출 감소는 불가피하나 그 폭이 치명적인 것은 아니다"고 전제한 후 "영업성과의 저하보다 게임 자체에 대한 일반의 인식이 그만큼 낮다는 것이 산업계에 종사하는 이들의 마음을 무겁게 하는 것"이라고 견해를 밝혔다.

◆ 콘텐츠 산업 육성에 대한 정부 '의지'의 바로미터

청소년보호법 개정안은 게임 뿐 아니라 문화산업 전반에도 '한파'를 미치고 있다. 개정안에 따르면 보건복지부 산하 청소년보호위원회가 위험, 유해하다고 인정되는 매체물에 대해 청소년이용제한매체물로 결정하고 이를 각 심의기관에 심의를 위탁, 매매하는 것으로 규정하고 있다.

게임과 영화 등 개별 심의기관이 존재할 경우 해당 기관에 관련한 권능을 일임한다는 기존 법률의 단서조항을 삭제한 것.

게임물등급위를 통해 청소년이용가 심의를 받은 게임이 총소년보호위원회를 통해 제한매체로 지정될 수 있는 '여지'가 개정입법을 통해 마련되고 있는 것이다.

또 청소년이용제한매체물로 판정된 매체물의 내용 중 아동청소년에게 유해한 내용을 재구성한 매체물 역시 청소년이용제한매체물로 간주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는 유해성 포함 여부를 개별 심의기관이 맥락심의를 통해 판단해야 한다는 점에서 지나친 사전제제를 담고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이러한 요소로 인해 청소년보호법 개정안은 문화산업계 전반으로부터 "디지털 콘텐츠 시대의 유신헌법"이라는 혹평을 받고 있기도 하다. 물론 산업육성과 별개로 부작용 예방은 필요하지만 '창의의 발현'이라는 콘텐츠 산업의 원천과 이를 취사 선택하는 이용자의 사적 자치를 훼손해선 안되기 때문이다.

◆ 가정과 산업 자치 영역에 맡겨야

게임산업협회는 68개 회원사들 간의 협의를 통해 마련한 '자율규약'을 지난 9월부터 시행하고 있다. 이들은 청소년들의 게임이용계정 생성과 유료 결제에 앞서 부모의 동의를 받게 하고 있다. 게임 서비스 가입, 신청, 접수 시 이용 신청자의 연령확인과 실명인증을 거치고 있다.

또 학부모들의 자녀지도를 용이하게 하기 위해 학부모가 원할 경우 자녀들의 게임 이용시간 및 유료 콘텐츠 결제 정보를 게임사가 의무적으로 제공하고 있다.

네오위즈게임즈는 한 단계 더 나아가 학부모가 원할 경우 특정한 시간 동안 청소년 이용자의 게임 이용시간을 제한하고 있다.

게임사들이 실천하고 있는 이러한 자율규약의 내용은 상당부분 게임산업진흥법 개정안을 통해 법제화의 영역으로 수렴되고 있기도 하다.

개별 사업자의 영업시간을 사실상 제한하는 극단적인 방법 외에도 청소년 이용자들의 실질적인 게임 이용을 통제하는 방법이 있는 것이다.

문화산업계의 한 인사는 "셧다운제도를 통해 청소년의 수면권을 보장한다지만 실제로 청소년들의 수면권을 제약하는 것이 과연 게임인지 아닌지를 돌아볼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쳇바퀴처럼 공교육과 사교육 현장을 돌며 '질식'할 정도로 시달리는 학생들의 잠을 빼앗는 것이 과연 게임인지 아니면 '교육'인지 돌아보면 답이 나온다는 것이다.

"이러한 환경을 만든데에 대한 반성과 개선의 노력 없이 사적 자치의 영역에서 즐길 수 있는 놀이 수단이나 없애는게 어른들의 일이라면 자녀들에게 너무 미안한 일 아니겠느냐"는 것이 해당 입법에 대한 그 인사의 소감이다.

황성흠 교수는 "일단 산업과 가정의 자치 영역에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기회를 먼저 주는 것이 순리"라고 밝혔다.

서정근기자 antilaw@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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