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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오바마 시대 실리콘밸리를 가다


위기속에 변화에 대한 기대감 커

지난 12월12일 샌프란시스코 다운타운의 몽고메리(Montgomery)역. 샌프란시스코 공항에서 바트(BART, 지하철)로 30여분 거리에 떨어져 있는 역이다. 이 역의 출입구를 나오면 미국 IT업체가 모여 있는 2번가(2nd Street)가 이어진다.

미국 전체가 그렇듯 IT 중심지인 실리콘밸리도 변화속으로 들어가고 있다.

오바마가 대통령에 당선 된 이후 미국에서는 '실례합니다(Excuse Me)'라는 전통적 단어와 함께 '풀뿌리(grassroots)'라는 말이 급속히 퍼지고 있다. 오바마는 '변화의 상징'이자 '인터넷을 통한 민주주의'의 실천자로 인식되고 있었다.

미국 젊은이들 사이에 버락 오바마 대통령 당선인은 풀뿌리 민주주의의 상징으로 떠 오르고 있다.

샌프란시스코 시청(Civic Center)에서 만난 마크(Mark Barthelemy)는 오바마 대통령의 열렬한 팬임을 자처했다. 마크는 그의 홈 오피스(Home Office)에 오바마 대통령의 사진을 벽에 걸어놓고 있을 정도로 오바마 팬이다.

인터넷을 통한 새로운 민주주의 실천에 찬사를 보냈다. 마크는 특히 선거캠페인 과정에서 무브온(www.moveon.org)를 통해 오바마 대통령의 간접 선거홍보원 역할도 했다. 그는 이 사이트를 통해 정리되고 토론되는 의견을 자신의 친구들에게 설득하면서 오바마 후보가 왜 미국 대통령이 돼야 하는지를 강조했다.

마크는 "친구들에게 오바마 대통령이 돼야 한다고 강변하지 않고 내 의견을 피력하고 친구의 의견을 들으면서 토론하고 의견을 나눴다"며 "친구들도 토론을 통해 진정 미국 대통령으로서 오바마에 대해 새로운 생각을 자연스럽게 갖게 됐다"고 말했다.

◆오바마 "마크! 당신으로 우리는 승리했다"…직접 메일 보내

마크는 그러면서 자신의 노트북에 저장돼 있는 메일을 자랑스럽게 보여줬다. 놀랍게도 버락 오바마가 대통령 후보시절 직접 마크에게 보낸 메일이었다.

메일의 주된 내용은 "우리는 노스캘롤라이나에서 승리를 거뒀다"며 "당신과 같은 후원자들의 힘으로 승리를 쟁취했다"고 소개했다. 마크는 자신의 메일을 보여주면서 "오바마는 자신의 선거과정과 모든 이슈를 직접 유권자들에게 메일을 보내 설득했다"며 "이러한 시스템으로 정치 투명성을 확보했다는 점에서 우리는 그에게 열광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마크와 같은 오바마 지지자들은 인터넷을 통한 새로운 토론문화와 투명성 확보, 나아가 시스템을 통한 새로운 민주주의에 큰 박수를 보냈다. 마크는 "우리는 온라인을 통해 토론하고 이슈를 정리하면서 오프라인에서도 파티를 통해 직접 얼굴을 보면서 의견을 나눴다"며 "그런 온-오프라인 토론문화가 오바마의 승리를 이끌었다"고 강조했다.

◆Transparency(투명성)와 Open(공개)의 미국

버락 오바마 대통령 당선인의 이념은 '투명성'에 있다. 소셜 네트워크인 페이스북, 마이스페이스는 물론 e메일, 모바일 메신저 등을 통해 가능한 모든 이슈와 문제점들을 공개하고 미국 시민들의 참여를 이끌어 내고 있다.

오바마 대통령 당선인은 "미국의 백악관은 시민들의 집(White House is People's House)"이라고 강조했다. 누구나 참여하고 누구나 주인이 될 수 있는 곳이라고 강조한 셈이다. 오바마 대통령이 당선이후 개설한 체인지 사이트(www.change.gov)는 새로운 시도를 많이 하고 있다.

특히 최근 선보인 'Open for Question'은 새로운 시스템이다. 이는 시민들이 질문을 올리고 해당 질문에 대해 많은 사람들이 지지를 보내면 그 수에 따라 랭킹이 매겨진다. 랭킹중 1위~10위까지의 질문에 대해서는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직접 해당 질문에 대해 답변해 준다. 많은 시민들이 공감대를 나타내는 대표 질문에 대해서는 오바마가 직접 나서겠다는 의지를 보여주고 있다.

정치적으로 '투명성 시스템'이 미국사회의 한 단면이라면 IT산업에서는 지금 'Open'에 열광하고 있다. 소셜 네트워크의 표준을 지향하는 '오픈 소셜(Open Social)'이 미국 IT의 한 흐름을 형성하고 있다.

미국에서 스토리블렌더(www.storyblender.com) 서비스를 선보이고 있는 형용준 사장(싸이월드 창업자)은 "미국 IT는 모든 것이 오픈개념으로 정리되고 있다"며 "누구나 참여하고 자신의 어플리케이션(App)을 선보일 수 있다"고 말했다.

얼마전 한 개발자가 페이스북에 생일공유 프로그램 앱(App)를 만들어 공개했는데 수 많은 이용자가 이 App를 내려받았다. 생일공유 프로그램을 개발한 개발자는 광고 수익쉐어로 상당한 수익을 올릴 수 있었다고 형 사장은 강조했다.

형 사장은 "누구나 참여가능하고 누구나 공개 무대에 자신의 실력을 보여줄 수 있기 때문에 이용자들의 호응을 얻는다면 미국에서 수익을 올릴 수 있는 셈"이라고 말했다. 현재 오픈 소셜에는 구글, 마이스페이스, 비보닷컴, Hi5닷컴 등이 참여 하고 있다.

형 사장은 "경쟁력 있는 App의 경우 한달에 100만건 이상 설치된다"며 "수익은 해당 사이트의 광고 수익 쉐어로 발생한다"”고 말했다. 즉 자신이 개발한 App이 많이 설치되면 그만큼 광고 수익은 올라가는 식이다. 형 사장은 "미국에서 IT 비즈니스를 하기 위해서는 완전자유경쟁체제를 이해하고 경쟁력 있는 상품을 만들어 내는 것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모바일로 간다…아이폰과 블랙베리 열풍

샌프란시스코는 많은 도시들이 모여 있다. 산 브루노(San Bruno), 산 마테오 (San Mateo), 멘로파크(Menlo Park), 마운틴뷰(Mountain View), 새너제이(San Jose) 등이 북에서부터 남으로 뻗어 있다.

이들 도시를 관통하는 기차가 있는데 칼 트레인(CalTrain)이라 부른다. 칼트레인은 미국 샌프란시스코의 주요 교통수단 중의 하나이며 수 많은 사람들이 이를 통해 이동한다.

지난해 12월 15일 마운틴뷰에서 유튜브닷컴 인터뷰를 위해 산 브루노까지 칼트레인을 타고 이동했다. 칼트레인은 2층 구조로 돼 있어 자리는 언제나 여유가 있었다. 지난 2006년도 샌프란시스코를 방문해 칼트레인을 이용한 적이 있는데 2008년 칼트레인의 내부 모습은 조금 달라져 있었다.

기차를 타고 이동하는 사람들의 모습이 달라져 있었다. 지난 2006년에는 이동하는 동안 노트북을 열고 열심히 작업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정보통신의 중심지답게 이동하는 중간중간에도 노트북을 통해 정보를 받고 작업을 하는 모습이 인상 깊었다.

2년이 지난 지금, 칼트레인을 이용하는 사람들의 손에는 노트북 대신 휴대폰이 쥐어져 있었다. 2008년 미국은 아이폰과 블랙베리가 이용되고 있었다. 아이폰과 블랙베리는 '움직이는 인터넷'이라 불릴만 했다.

마크는 자신의 아이폰을 보여주면서 기자에게 샌프란시스코의 유명 관광지에 대한 정보를 한 눈에 볼 수 있도록 해 줬따. 손가락으로 화면을 터치하자 지도가 크게 펼쳐졌다가 또 한번 손가락을 대자 지도가 작아졌다. 정확한 주소는 물론 지도를 확대하면 인공위성을 통해 찍은 실제 사진이 실물크기로 보였다.

마크는 "친구들과 내 휴대폰을 등록하면 지금 내가 위치하고 있는 곳과 친구가 있는 곳의 중간지점을 보여주고 그곳에서 만날 수도 있다"며 아이폰의 편리함을 강조했다.

형용준 사장은 "한달에 100달러정도면 아이폰과 블랙베리를 무한정 이용할 수 있다"며 "가격도 적당하고 아이폰과 블랙베리를 이용하면 대부분 인터넷 서비스를 받을 수 있어 전혀 불편함이 없다"고 설명했다. 모바일 분야의 혁신으로 새로운 정보 시스템이 구축되고 있는 중이라고 말했다.

◆오바마 정부의 CTO와 Long Tail(롱테일)

버락 오바마는 국가 CTO(최고기술책임자)를 신설하겠다고 약속했다. CTO직 신설에 대해 미국인들은 대부분 반기고 있다. 특히 오바마의 경우 CTO직 신설 뿐만 아니라 미국 전역에 브로드밴드(초고속인터넷)를 구축하겠다는 공약을 내놓았다.

이렇게 되면 미국 전역에서 누구나 인터넷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고 인터넷을 통해 정치 참여는 물론 토론 문화가 정착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시민들의 적극적 참여가 넓어질 수 있는 셈이다.

미국 전문가들은 CTO직 신설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인터넷 창시자인 빈트 서프(Vint Cerf)는 이와 관련해 "국가 CTO는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며 "지금까지의 네트워크 시스템을 점검하고 보다 많은 사람이 참여하고 토론할 수 있도록 하는 시스템 개편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캘리포니아주립대학인 버클리대학의 법대 제이슨 슐츠(Jason Schultz)는 "CTO직 신설이 꼭 필요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다소 회의적이지만 지금 미국사회에서 IT 정책을 조율하고 조정하는 사람이나 직책이 없는 것은 사실"이라고 지적했다.

제이슨 슐츠는 "CTO직이 신설된다면 개혁을 실천하고 시민들의 권리를 보장하기 위한 사람이 돼야 할 것"이라며 "“이러한 측면에서 정부의 전략을 일관화시키고 조율해 나가는 것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제이슨 슐츠는 특히 오바마 정부의 브로드밴드 확대에 대해 큰 관심을 보였다.

그는 "많은 사람들에게 있어 인터넷 접근성을 높이는 것은 가치있는 일"이라며 "그러나 가난한 사람과 부자, 농촌지역과 도시 지역의 차이가 있어서는 안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즉 빈부격차와 상관없이, 도시와 농촌의 구분없이 누구나 똑 같은 인터넷 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인프라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CTO에 대한 미국 전문가들의 지적은 필수적이지는 않지만 현재 미국 IT정책의 일관성과 전략 집중을 위해서는 필요하다는 의견을 보였다. 그러나 그것이 자리를 위한 CTO가 된다면 별 의미없는 작업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미국 시민들은 CTO에 대한 기대감은 컸다.

오바마의 강력한 팬을 자처했던 마크는 "CTO직 신설은 처음 있는 일"이라며 "오바마는 심지어 백악관 집무실에 노트북을 놓겠다는 의지까지 보였다"고 말했다.

그만큼 오바마는 인터넷과 정보통신에 대한 강한 실천력을 가지고 있고 이를 위해서는 CTO직의 신설이 필수적이라는 의견이다. 마크는 "인터넷은 이제 인간의 경험과 커뮤니케이션의 총체로서 인식되고 있다"며 "이러한 측면에서 전체 IT를 아우르고 조율하는 CTO는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CTO직의 신설은 미국의 IT기술이 국가의 최고 비즈니스로 상승한다는 의미도 담고 있다. CTO직 신설과 함께 지금 미국은 롱테일(Long Tail)의 문화에 들어가고 있다. 미국은 다양한 민족과 여러가지 문화가 공존하는 사회이다. 따라서 미국 시장은 롱테일에 따른 틈새와 타깃 시장이 많이 존재한다.

현재 아시아권 스타들의 콘텐츠를 C2C(소비자대소비자) 형태로 선보이고 있는 숨피닷컴(www.soompy.com)의 조이스 김(Joyce Kim) 사장은 "미국은 틈새와 타깃 시장 등으로 인터넷광고시장이 다양하다"며 "여전히 인터넷 광고는 성장하고 있고 이를 어떻게 비즈니스와 연결시키느냐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즉 미국 내수시장이 비즈니스를 할 수 있는 여력을 충분히 담고 있다는 분석이다.

실리콘밸리의 VC(벤처캐피탈업체)들은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을까.

멘로파크 샌드힐(Sand Hill)에 위치해 있는 알토스벤처를 찾았다. 한김 사장은 "대체적으로 미국경기의 장기 침체로 인해 좋지 않다"며 "신규 투자보다는 투자한 업체를 관리하고 성장시키는 곳에 집중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조금은 위축돼 있다고 지적한 뒤 한김 사장은 "투자한 회사들이 경기침체로 앞으로 어떻게 될지 모르는 상황에서 투자한 회사를 챙기다보니 신규 투자에는 소극적으로 나설 수 밖에 없는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은 버락 오바마 대통령 당선으로 위기속에서도 변화에 대한 기대감이 확대되고 있다. 물론 경기침체가 장기화되면서 불안한 모습도 보이지만 2009년 1월20일 버락 오바마가 취임하게 되면 인터넷을 중요시하는 그의 철학이 비즈니스에 믾은 영향을 끼치지 않겠느냐는 의견이 많아지고 있다.

샌프란시스코(미국)=정종오기자 ikokid@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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