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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의 혁신기업]'아이온'으로 재도약한 엔씨소프트


지속적 R&D 투자와 글로벌화가 혁신 수행의 요체

1차 성공보다 힘든 건 혁신이다. 일단 성공한 뒤에는 성공에 대한 추억과 관성이 '지속 가능한 성장'을 가로막는 장애로 작동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성공 뒤에는 정체나 퇴보가 따르는 게 섭리다. 결국 '지속 가능한 성장'을 하려면 성공에 대한 관성을 내부적으로 혁신해야 하는데 이를 제대로 실행하기는 그리 쉽지 않다.

그런 점에서 ‘온라인 게임’ 원조로 이 시장을 만들어냈던 창의 기업 엔씨소프트(대표 김택진)는 혁신 사례로 주목받을 만하다. ‘리니지’ 시리즈를 연이어 성공시키며 승승장구해왔던 엔씨는 스스로 그 관성에 갇혀서 최근 수년간 정체 국면을 맞아야만 했다. 그러나 이에 굴하지 않고 ‘아이온(Aion)'이라는 명품을 새롭게 선보이며 재도약을 약속하고 있다.

엔씨소프트가 지난 10여 년간 걸어온 성장과 정체, 그리고 혁신을 통한 재도약의 과정을 간략하게나마 되돌아 본다.

◆온라인 게임 원조 엔씨소프트의 아성

1998년 선보인 ‘리니지’는 게임계의 일대 혁명과도 같았다. 서비스 개시 후 15개월 만에 온라인 게임 100만 회원시대를 열어젖혔다. 한국은 물론 세계에서도 온라인 게임이라는 새 역사를 열었다고 자부할 만하다. 상복도 터져 그해 대한민국 게임대상을 차지했고 2002년에는 대한민국 게임대상 수출상을 받았다. 또 옛 산자부가 주관한 수퍼브랜드를 2004년부터 연속 4번 수상하는 진기록을 보였다.

유명세만큼 매출도 뒤따랐다. 첫해 2억원의 매출을 올렸고 이듬해 1999년에 99억원, 2000년 559억원 등 가파르게 성장하였다. 2001년에는 1천226억원으로 처음 1천억원을 돌파하더니 그 이후 매년 1천500억원에서 1천300억원 사이의 매출을 꾸준히 올리고 있다. 2008년 3분기까지 누적 매출은 1조1천69억원.

◆리니즈2 성공으로 ‘제2 전성기’ 맞아

‘리니지’ 매출은 2002년 1천546억원이 정점이었다. 이후 소폭 줄었다. 그러나 크게 문제될 것은 없었다. 2003년 내놓은 ‘리니지2’가 그것을 만회하고도 남기 때문이다. 특히 다행스러운 것은, ‘리니지2’가 성공하면 ‘리니지’의 이용자가 다수 옮겨 갈 수도 있을 것으로 관측됐으나, 그렇지는 않았다.

실제로 리니지 매출이 소폭 준 것에 비해 리니지2의 매출은 급속도로 늘었다. 이는 리니지2가 리니지 고객을 앗아간 게 아니라 리니즈2 만의 독자적인 시장을 창출했다는 의미다. 이처럼 이동이 적은 것은 다중접속 온라인 역할 수행 게임(MMORPG)의 경우 게이머 충성도가 높기 때문이다.

리니지2는 서비스 첫해인 2003년에 203억원의 매출을 올렸고 이듬해 1천191억원, 2005년에 1천320억원 등 매년 1천300억원대 매출을 유지하고 있다. 리니즈2는 2008년 3분기까지 누적 매출이 총 6천390억원에 달한다.

◆성공의 관성에 갇혀 정체된 3년 세월

엔씨소프트에도 고민의 시기가 찾아왔다. 1998년 9억원으로 시작한 매출이 매년 큰 폭으로 성장하다 2005년 3천388억원을 정점으로 정체되었기 때문이다. 2006년 3천387억원, 2007년 3천300억원이었다.

기업에서 매출 성장세가 멈춘 것만큼 큰 사단은 없다. 두 발 자전거는 끊임없이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넘어지게 돼 있다. 기업의 매출이 그런 것이다. 성장하지 않으면 넘어질 수 있다.

외부에서는 엔씨를 더 이상 굴러가지 않는 두 발 자전거로 보았다.

그러나 김택진 사장의 생각은 달랐다. 오히려 물 위에 떠 있는 오리와 비슷하다는 견해를 보였다. 겉으로 확연히 드러나지 않지만 끝없이 전진하고 있었다는 것이다.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김 사장은 이렇게 말했다.

“어느 산업이나 부침은 있다. 노력하고 꿈꾸는 사람들이 있는 한 발전은 계속될 거다. 정체된 것 같지만 어떤 형태로든 전진하고 있다. 이제 막 10년 됐다. 호흡을 길게 가져갈 필요가 있다.”

실제로 엔씨는 매출이 정체된 기간에도 2005년 길드워 세계 동시 런칭(현재 세계적으로 500만 카피 이상 판매됨), 2005년 하반기 게임포털 플레이엔씨 및 다수의 캐주얼 게임 런칭 등을 비롯한 다양한 포트폴리오 구축을 해왔다. 앞으로 가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한 것.

◆‘아이온’으로 쏘아올린 재도약의 약속

아이온의 대성공은 그런 노력이 분명하게 드러난 예일 뿐이다.

지난 10월23일 아이온 서비스를 앞두고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김택진 사장은 “리니지 때 경험하지 못한 압박감을 느끼며 종종 잠을 이루지 못할 만큼 긴장하고 있다”고 솔직한 심정을 털어놓았다. 그만큼 절실하게 아이온에 승부를 걸었던 것이다. 김 사장은 그러면서도 “아이온을 성공시켜 침체된 온라인 게임 산업의 새로운 물꼬를 트겠다”는 다짐도 했다. 이때만 해도 아이온에 대해선 반신반의 분위기였다.

그러나 막상 서비스에 들어가자 아이온은 예상을 뛰어넘는 인기를 얻고 있다. 11월11일 공개테스트에 들어갔는데 첫날 동시 접속자가 15만 명을 넘었다. 이는 현재 제공되는 서비스 가운데 최고 수준. 또 16일께는 동시 접속자 20만 명이 10시간 이상 유지되기도 했다. 또 게임전문조사 사이트인 게임트릭스에 따르면 아이온 서비스 첫날부터 PC방 온라인 게임 점유율 1위를 줄곧 차지하고 있다. 이는 지난 2년, 104주 동안 한 번도 변하지 않았던 점유율 순위를 바꾼 것이어서 의미가 남다르다.

매출도 급상승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미 중국에는 게임의 흥행 성패와 상관없이 최소 5천만 달러를 확보한 상태다. 중국 1위 게임 업체와 계약금 3천만 달러에 미니멈 개런티 2천만 달러를 골자로 한 계약을 체결한 것. 국내에서도 리니지와 리니즈2에 이어 연간 매출 1천억원 대를 돌파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주식시장도 이를 반영, 2만원대까지 추락했던 주가도 급상승해 5만원 안팎에 이르고 있다.

아이온은 이같은 성과를 대내외에서 인정받아 16일 진행된 ‘2008 대한민국 게임대상’ 시상식에서 최고의 영예인 대상을 거머쥐기도 했다.

◆지속적인 R&D 투자와 글로벌화가 혁신 요체

바이올린 독주를 심포니 오케스트라로 변신시킨 요체는 신념을 갖고 지속적으로 단행한 R&D 투자와 글로벌 문화를 적극적으로 껴안으려는 노력 덕이다. 기술과 문화 양쪽에서 풍부한 토대를 갖추려는 노력이 결실을 맺은 것.

과학기술정책연구원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엔씨소프트는 2006년에 이어 2007에도 매출액 대비 연구개발비가 37%에 달한다. 연간 1천억 원 정도를 연구개발에 투자하고 있다는 이야기다. 특히 이 시기는 급성장하던 엔씨가 정체 국면에서 허우적대던 시기여서 R&D 투자를 이어가기에는 망설일 수밖에 없는 시점. 그러나 엔씨의 경우 온라인 게임의 리더로서 흔들림 없는 투자로 정면돌파를 시도한 것이다.

엔씨소프트는 현재 서울과 미국 LA에 비주얼 스튜디오를 설립하고 다양한 인력을 양성하고 있으며, 북미에는 개발 스튜디오를 보유하고 있다. 일본에도 게임스튜디오를 설립해 동서양 게임 개발자들이 국경을 초월해 힘을 모으고 있다.

엔씨소프트는 이와 함께 글로벌 확산을 핵심적인 전략으로 삼고 있다. 최상의 로컬 콘텐츠 개발을 통해 글로벌 인프라를 강화한다는 취지다. 특히 게임은 ‘문화 상품’인 만큼 각국 게이머의 플레이 스타일, 취향 등을 파악하고 현지 문화를 이해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보고 글로벌 네트워크 확보에 주력하고 있다.

현재 세계 주요 시장에 9개의 자회사와 합작법인을 갖고 있다. 서울을 비롯해 일본, 중국, 대만, 태국, 북미, 영국 등지에 1개 이상의 현지법인 또는 게임 개발 스튜디오를 보유한 글로벌 게임 개발사이자 퍼블리셔로 자리매김한 것.

“오토프로그램 근절로 게임 환경 개선을” 김택진 사장이 전하는 특별메시지

온라인게임 시장에 흥행 가뭄의 단비가 되길 희망하며 아이온을 대중에 선보인 지 약 한 달이 지났습니다. 오랫동안 아이온 출시를 기다려준 고객들이 이렇듯 뜨거운 호응을 보내주신 데 대해, 그리고 오랜 기간 변함없이 리니지, 리니지2를 사랑해주시는 고객들에게 먼저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싶습니다.

온라인게임은 영화, 게임, 애니메이션, 캐릭터 등의 문화콘텐츠산업 중 가장 규모가 큰 산업으로 21세기 우리 경제의 성장을 이끌어낼 차세대 신성장 동력 산업입니다.

문화콘텐츠 전쟁이라는 말과 함께 누가 재미있는 문화콘텐츠를 더 많이 상품화하느냐가 국부 창출의 근원이 되고 있는 이 시기에 세계적으로 경쟁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산업분야 중 하나인 우리나라의 게임산업이 재도약하기 위해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고민해봅니다. 여러 가지 측면에서 생각해볼 수 있겠지만 최근 들어 온라인게임이 산업으로서 발전하는데 있어 가장 필요한 부분이 불법 오토 프로그램의 근절입니다.

엔씨소프트는 오래 전부터 게임산업 발전을 저해하는 악의 축으로 꼽히는 불법 오토프로그램과의 전쟁을 선포하고 강력한 대처를 해오고 있습니다. 오토프로그램은 동일한 시간을 플레이 하더라도 정상적인 고객에 비해 더욱 많은 성과를 거둘 수 있도록 해주는 프로그램입니다.

오토프로그램은 지적재산권침범이라는 측면 외에도 고객간 페어플레이를 방해하고, 아이템 현금거래 등의 사행성 조장과 명의도용 등의 각종 사회적 문제를 야기함으로써 사회 전반에 부정적 여론을 형성하게 합니다.

엔씨소프트는 주요 대형 포털에 관련 게시물 삭제를 요청하는 한편, 오토프로그램 판매 사이트에는 법적 책임을 묻겠다는 경고장도 발부하는 등 전방위 행보를 통해 오토프로그램을 뿌리 뽑기 위한 다양한 활동들을 진행해오고 있습니다.

오토프로그램은 악성 바이러스를 백신만으로는 막을 수가 없듯이 기술적 대처에 한계가 있었습니다. 하지만 많은 게임업체들이 오토프로그램과의 전쟁을 벌이고 있고, 관련 법규의 제정도 준비되고 있어 오토프로그램 제재를 위한 환경이 점차 조성되어 갈 것으로 기대됩니다.

그러나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고객 스스로가 거부감을 갖고 공론화시켜 악덕 유저를 가려내는 것이 병행되어야 더욱 큰 효과를 얻을 수 있습니다.

온라인게임 역사가 하루하루 길어지면서 게임 유저들의 문화도 차츰 성숙되고 있음을 느낄 수 있습니다. 유저들 사이에서도 오토프로그램 유저를 추방하려는 움직임이 많아지고 있다는 점 역시 긍정적인 단면입니다. 국가와 기업, 유저 간 3자 협력을 통한 해결만이 오토프로그램을 근절시킬 수 있습니다. 차근차근 한발씩 나아가는 것이 필요한 때입니다.

이균성기자 gslee@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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