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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두리' 모델 딜레마…포털의 선택은?


규제·법적 문제에 직면…이용자 선택폭 넓혀야

'백화점' 방식의 포털 수익 모델이 전방위적인 위협을 받고 있다. 악성 댓글을 다스리겠다며 정부는 규제의 칼날을 뽑고, 저작권 유관 단체들은 불법 음원 유통 방조 혐의로 잇단 소송을 제기하고 있다.

쇼핑 중개 서비스도 새로운 쇼핑 모델의 도전을 받고 있어 안심만 하고 있을 수 없는 상태다. 형태는 각각 다르지만 이용자의 사이트 체류를 바탕으로 수익을 창출하는 사업 모델이 위협을 받고 있는 것이다.

그간 포털은 뉴스 등 각종 정보 검색과 메일, 블로그, 커뮤니티, 쇼핑 등 인터넷에서 이용할 수 있는 모든 서비스를 '패키지'로 제공하며 성장해 왔다.

이 같은 '가두리(구획을 지은 물 속에서 물고기를 기르고 번식시키는 양식)'형 모델을 기반으로 검색 및 디스플레이(배너) 광고, 쇼핑거래 중개 등 다양한 사업에서 이윤을 내는 방식은 한국 온라인 비즈니스의 한 전형이 됐다.

그러나 지난 3분기를 거치며 포털도 주춤할 수 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네이버를 운영하는 NHN은 창사 이래 최초로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했으며 다음커뮤니케이션(다음)은 전분기 대비 순이익이 무려 74억원 감소했다. 계절 요인과 경기 침체라는 외부요인이 있었지만 충격적인 결과다.

NHN은 지난 7일 "2년간 인건비 등이 많이 증가했는데 내년부터는 필요 인력 외에 신규 채용을 통제하는 등 비용을 조절할 것"이라며 내년에는 보수적인 경영에 돌입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2002년 111억원이던 NHN의 인건비는 2007년 1천825억원으로 15배 이상 증가했다.

◆ 정부규제에 맞서야 하는 포털…힘겨운 상황

뉴스 및 댓글 서비스는 포털이 직면한 딜레마를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포털 뉴스가 그간 '악성 댓글 유포의 장(場)'이라는 비난을 받은 지는 오래됐다. 그러나 올 한 해 '광우병 촛불정국', '최진실 씨 자살' 등 거치며 사회적 문제로 다시 불거지면서 유언비어를 방지한다는 명목의 강력한 규제 움직임이 다시 고개를 들고 있는 것.

단순히 모든 뉴스를 아웃링크(클릭하면 외부 사이트로 보내는 방식) 시킨다면 댓글을 보유하지 않게 되기 때문에 문제될 것이 없지만 막대한 트래픽 손실을 감수할 수 없는 노릇이다. 트래픽 하락은 검색광고, 배너광고 등 수익 모델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표현의 자유를 위축한다'는 비판도 거세지만 정부여당은 이른바 '사이버 모욕죄' 신설, 인터넷 실명제 확대, 인터넷 감청 허용 등 이른바 '3대 사이버 통제법'을 추진하고 있다. 여당의 계획대로 통과된다면 네티즌의 의견 표출은 물론 뉴스 소비도 예전보다 감소할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 달, 정보통신망법 개정안에 이른바 '사이버 모욕죄'의 강력한 규제 조항(위반시 최고 2년 이하의 징역과 금고, 1천만원 이하의 벌금)을 포함시킨 한나라당 나경원 의원은 13일 "여러 논란이 있다는 사실을 알지만 반대 의견을 설득해 (법안을) 반드시 통과시킬 것"이라고 밝혔다.

나 의원은 "권리 침해시 조정 기능을 강화해서 침해 받은자의 권리와 함께 이용자 표현의 자유도 동시에 보호하자는 것"이라고 입법 취지를 설명했다.

한편 MBC, YTN, KBS 사태로 이어진 정부 여당이 전반적인 '미디어 규제' 의지는 포털을 긴장하도록 하는 요소이다.

정부의 규제에 포털은 맞설 수 밖에 없다. 문제 되고 있는 부분을 최소화하면서 이용자들의 적극적인 참여를 이끌 수 있는 전략과 서비스를 내놓아야 하기 때문이다. 포털로서는 전에 없는 '힘겨운 상황'에 빠져 있는 모습이다.

◆ "불법 음원 유통의 장"

블로그와 카페에서 널리 퍼지고 있는 불법 음원 유통도 '눈엣가시'다. 검찰은 포털이 불법 저작권 유통을 방조하고 있다는 혐의로 지난 10월 NHN과 다음을 압수수색한 바 있다.

한국음악저작권협회(음저협), 한국음원제작자협회(음제협) 등 음원 관련 단체들은 포털이 저작권 위반 방조를 통해 이득을 취하고 있다며 줄소송을 불사하고 있다. 음저협은 지난 7월과 10월 각각 형사, 민사 소송을, 음제협은 이달 초 NHN과 다음에 형사소송을 제기했다.

검찰은 카페 등 커뮤니티에 불법 음원을 올린 운영자 및 포털 관계자들을 소환 조사키로 하면서 강경 수사 의지를 보이고 있다.

음저협 유형석 법무실장은 "소리바다와 벅스 같은 사이트의 유료화 이후 포털의 카페, 블로그가 불법 음원유통의 천국이 됐다"며 "이처럼 불법 이용을 방임해 네티즌을 체류토록 해 광고수익 등 간접적인 수익을 얻는 데 이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음제협은 "지난 2005년부터 양사의 저작인접권 침해에 문제제기를 했으나 해당 음원에 대한 일시적 삭제 조치를 취할 뿐 지금까지 지속적인 침해가 이뤄지고 있다"고 밝혔다. 두 단체는 향후 다른 포털사로 소송을 확대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NHN 관계자는 "별도의 필터링 시스템을 두고 있지만, 워낙 이용자가 많아 일일이 다 가려내기 힘든 것이 현실"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를 의도적으로 방조했든 그러지 않았든, 포털이 더이상 '불법 음원 유통 창구'라는 오명을 감내할 수 없는 단계에 접어든 건 분명한 사실로 보인다.

◆ "상거래도 새로운 모델의 위협"

댓글과 저작권 침해 분야처럼 가시적으로 드러나 있지는 않지만 쇼핑 중개 서비스도 '나중'을 고민해야 할 단계인 것으로 전망된다. 쇼핑몰 업체의 불만이 잠재돼 있는데다 그들이 환호할 만한 새로운 사업 모델이 생기고 있기 때문이다.

이용자가 포털에서 전자상거래 업체를 검색해 결제가 이뤄지면 포털은 상품 카테고리에 따라 약 1~1.5% 가량의 거래 수수료를 징수한다. NHN은 올해 거래중개 수수료 매출 605억원을 기록해 지난 해의 총 574억원을 3분기만에 앞지르는 고속 성장을 기록했다. 다음도 2006년 166억원에서 2007년 192억원으로 크게 올랐다.

그러나 구글코리아가 최근 선보인 '무(無) 수수료' 아웃링크형 쇼핑 검색이라는 새로운 서비스가 포털을 긴장케 하고 있다. 구글코리아는 이달 초 G마켓, 옥션, 인터파크 등 주요 쇼핑몰 100여곳과 오픈 API(응용프로그램환경) 연동을 통해 상품검색만을 제공하는 서비스를 내놓았다.

구글 쇼핑 검색은 '한국형' 쇼핑 검색의 개념과 정반대로 쇼핑몰 업체로부터 수수료를 전혀 받지 않고 상품 검색결과를 '무작위'로 노출한다는 점에서 상거래 업계의 환영을 받고 있다.

구글코리아 정김경숙 상무는 "(13일 현재)약 125곳의 쇼핑몰과 제휴했으며 제휴 요청이 계속 늘고 있다"면서 "여타 포털처럼 수수료를 받지 않고 사이트의 모든 트래픽을 개별 쇼핑몰이 가져가도록 하는 것이 우리의 목표"라고 밝혔다.

국내 포털이 쇼핑몰과의 관계가 썩 좋지 않다는 점도 걸린다. 쇼핑몰 업계에서는 포털이 매출을 늘릴 수 있는 창구 이상의 힘을 가지고 있다는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한 쇼핑몰 업체 관계자는 "(쇼핑몰이)광고주인데 절대 을(乙)"이라며 포털과 불균형적인 관계에 대해 역설했다.

그는 "포털이 지나친 힘을 가지고 있다 보니까 견제할 수 있는 세력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분위기"라며 "소비자들의 혜택을 위해서라도 차라리 구글 쇼핑이 잘 됐으면 하는 바람도 있다"라고 뼈 있는 말을 내뱉었다.

이러한 일련의 상황에 대해 변희재 실크로드CEO협회 회장은 "저작물 무단 유통과 유해성 댓글 등 일련의 사안에 대해 포털이 자발적으로 관리를 잘하지 못했다. 그래서 오히려 정부 규제의 명분만 더 키우는 부작용을 자초한 것 아닌가"라고 지적했다.

변 회장은 이어 "그간 아무 생각 없이 더 많은 클릭수를 얻는데 집중하다 보니 결과적으로 시장의 성장은 커녕 전체 인터넷 경제를 위축시키는 결과를 초래했다"고 포털의 사업 모델에 대해 비판했다.

포털은 나름의 자구책을 고민하며 실행에 옮기고 있다. 뉴스 댓글 서비스의 경우, 최진실 씨 자살 사건처럼 민감한 사안에는 일시적인 댓글 제한을 가하고 있다.

네이버는 이용자가 초기화면을 마음대로 꾸밀 수 있는 오픈캐스트 서비스 론칭을 앞두고 있고 음악인식 기술을 업체와 제휴해 저작권 필터링을 강화하고 있다. 다음은 검색광고에서 CPM(정액제 과금) 방식을 늘리고 지도 등 신규 서비스를 강화해 차기 성장동력을 찾고 있다.

포털이 기존의 '가두리' 모델을 이어가며 새 성장 동력을 찾을 것인지, 점차 획기적인 모습으로 변모하며 새로운 길을 찾을 것인지 앞으로 관심이 모아지는 대목이다.

정병묵기자 honnezo@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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