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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을 말한다]②실명제 확대→친고죄 폐지→결론은?


댓글로 인해 피해가 발생했을 때 현재의 법으로 충분히 대응할 수 있는 길이 있다. 한 개인이 타인의 게시글로 인해 피해를 봤을 때 즉각적으로 대처할 수 있다. 포털은 '게시중단요청서비스'를 통해 즉각 반영한다.

네이버와 다음 등 포털은 게시글로 인해 명예훼손을 당했다고 주장하는 개인은 일정 절차에 따라 중단 요청을 하면 된다.

포털의 대응체계는 '게시글중단요청서비스'인데 저작물을 무단으로 도용당했거나 혹은 명예를 훼손하는 등 권리를 침해당했을 때 요청할 수 있다. 즉 법원이나 혹은 방송통신위원회 등 준사법기관의 결정이 있기 전에 피해 확산을 막기 위해 우선 조치를 취하는 수순이다.

다만 욕설, 음란한 내용의 게시물, 주민등록번호 등 개인정보 노출의 경우는 '게시중단요청서비스'보다 훨씬 강한 삭제조치에 들어간다. 이 경우는 신고하기 버튼을 누르면 실시간으로 삭제조치된다.

게시글 중단 요청절차는 간단하다.

자신의 신분을 밝히고 피해받은 내용을 구체적으로 담은 뒤 온라인이나 우편으로 접수하면 된다. 이어 SMS로 신고자 본인이 맞는지 확인하게 되고 곧바로 처리된다. 처리결과는 물론 신고한 당사자에게 e메일을 통해 고지된다.

관련 법률도 마련돼 있다.

방송통신위원회가 주무부처인 '정보통신망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이 있다. 이 법률에는 '게시글로 인한 권리침해를 주장하는 자의 요청에 대해 권리침해의 명백 여하에 따라 지체없이 해당 게시글에 대해 삭제 또는 임시조치를 해야한다(제44조의2)'고 명시하고 있다.

또 '게시판을 설치·운영하기 위해 게시판 이용자의 본인 확인을 해야 한다'(제44조의5)는 조항도 있다. 나아가 '불법정보에 대한 방통위의 취급거부·정지·제한명령을 따라야 한다(제44조의7)'고 못박고 있다.

뿐만 아니라 저작권법에 따라 '저작물 등의 전송으로 저작권 등의 침해를 주장하는 자의 요청에 의해 해당 저작물 등의 복제·전송을 중단해야 한다', 공직선거법에 따라 '선거운동기간중 게시판 등에 일정한 실명인증 방법으로 실명을 확인받도록 하는 기술적 조치를 해야 한다'는 등의 조항도 강제하고 있다.

이쯤되면 댓글로 인해 명예를 훼손당했다고 주장하는 이들이 있다면 포털의 '게시중단요청서비스'와 관련 법률로 충분히 기능할 수 있는 상황이다.

◆사이버모욕죄가 개인의 명예훼손까지 책임진다?

현재 입법이 추진되고 있는 '사이버모욕죄'는 몇가지 부분에서 문제점을 안고 있다. 우선 범죄의구성요건인 해당성, 위법성, 책임성 부분에서 심각한 오류를 갖고 있다. 허위사실로 인한 명예훼손은 당사자의 신고를 필수요건으로 한다.

구체적 사실을 알지도 못하는 제 3자가 나서 A와 B의 명예훼손 사건에서 A가 B의 명예를 훼손했다며 신고할 수는 없다. 피해를 당한 B가 A에 대해 해당성과 위법성, 책임성을 직접 묻고 법적인 잣대로 결론을 짓게 된다. 친고죄이다.

그러나 '사이버모욕죄'는 친고죄 없이 사법기관이 직접 수사하겠다는 것이 골자이다. 그렇다면 '사이버모욕죄'가 겨냥하고 있는 곳은 개인과 개인의 명예훼손이 아니라 불특정 다수에 의해 만들어지는 '여론'을 경계하고 있다고 밖에 달리 해석할 길이 없다.

고(故) 최진실씨의 사망이후 사회적 분위기는 '사이버모욕죄' 신설쪽으로 급선회하고 있다. 최씨의 죽음이 근거없는 '괴소문'에 의한 우울증과 괴로움이었다는 것이 알려졌기 때문이다. 각종 여론조사에서도 '사이버모욕죄'를 도입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분위기는 '사이버모욕죄를 만들자'는 쪽으로 흐르고 있다.

그러나 최씨의 죽음을 계기로 '사이버모욕죄' 신설이라는 분위기로 확대되는 것은 조금 어색해 보인다.

최씨는 자신을 괴롭혔던 '25억 사채설'에 대해 경찰에 수사를 의뢰했었다. 법체계안에서 자신이 할 수 있는 방법을 선택한 셈이다. 경찰은 친고죄에 따라 수사에 나섰고 괴담을 인터넷에 게재한 증권사 여직원을 불구속 입건했다. 그리고 수사가 진행되고 있는 사항이었다.

최씨는 안타깝게도 '25억 사채설 괴소문'이 어떻게 생산됐고 유통됐는지에 대한 경찰의 수사결과를 보지 못하고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경찰의 수사결과가 보다 일찍 결론나고 이에 대해 모든 이들이 수긍하는 지경에 이르렀다면 또 다른 상황이 펼쳐졌을 수도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사이버모욕죄'가 만들어진 상황이었다고 가정하면 어떻게 될까. 최씨의 요청이 없더라도 경찰이 '25억 사채설'에 대해 즉각적으로 수사에 나섰을까. 한 연예인의 괴소문을 두고 경찰이 수사에 나선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힘들다.

연예인과 관련된 수많은 소문에 일일이 '사이버모욕죄'를 들이대면서 수사에 나설 수는 없는 상황이다. 피해를 당하고 있는 본인의 수사요청이 있고 이에따라 경찰이 수사에 나서는 것이 일반적이고 상식적이다.

최씨의 죽음으로 인해 '사이버모욕죄'를 추진하고 있는 것은 고인의 뜻과는 전혀 상관없는, 고인을 또 다시 이 험한 세상속으로 끌어 내리는 일일 수 있다.

◆실명제 확대→친고죄 폐지→결론은?

친고죄가 폐지되고 도입되는 '사이버모욕죄'의 칼날은 그렇다면 개인과 개인의 특정 명예훼손이 아니라 불특정 다수가 퍼 나르는 '여론'에 목적이 있다고 밖에 볼 수 있다. 가뜩이나 인력이 부족한 사법기관이 인터넷 세상을 일일이 모니터링하면서 'A와 B'의 수많은 개인들의 명예훼손을 처리해주는 '친절한 경찰'은 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친고죄가 폐지되면 사법기관의 칼날은 ▲정부의 정책에 대한 반대 여론 ▲권력기관과 권력자에 대한 비판 여론 ▲대기업과 자본가에 의한 무차별적 비판 등에 칼날이 겨눠질 가능성이 높다.

정부차원에서 신속한 수사를 위한 절차 마련이 진행되고 있는 것도 무관해 보이지 않는다. 실명제 확대는 누가 해당글을 썼는지 곧바로 개인정보를 파악하는데 좋은 시스템으로 작용할 것이다. 포털의 속성상 영장이 없더라도 수사기관의 요청에 의해 개인정보를 제공할 가능성이 높다.

포털도 최근 정부의 '포털 규제정책'으로 납작 엎드려 있는 상황이다. 여기에다 법원의 판결도 한 몫하고 있다.

서울고등법원은 김모씨가 포털을 대상으로 자신과 관련된 허위사실을 전제하고 관련 게시글을 게재함으로써 심각한 피해를 입었다고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법원은 결정문에서 "피고(포털)들이 원고의 피해 확산에 관해 이를 인식 또는 예견할 수 있었고 또 그 결과를 회피할 수도 있었으므로, 이 사건의 경우에는 피고들이 원고 관련 게시글의 존재를 알거나 알 수 있었던 시점에서 원고의 요청이 없더라도 이를 즉시 삭제하거나 그 검색을 차단할 의무가 있다고 볼 만한 특별한 사정이 있다"고 판결했다.

피해가 예견되는 사안에 대해서 포털이 자의적으로 판단해 검색차단을 하거나 적절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판결한 것이다.

고(故) 최진실씨의 사망과 관련해 법원의 이러한 판결이 포털에 그대로 적용됐다. 포털은 최씨의 사망과 관련된 기사에 대해 '댓글쓰기'를 차단했다.

다음은 "최진실씨 사망과 관련해 확인되지 않은 내용을 댓글에 작성해 고인과 기타 타인의 명예를 손상시키는 상황이 발생했다"며 댓글쓰기를 제한했다. 네이버는 "최씨 사망 기사와 관련해 심각한 인격권 침해 및 명예 훼손, 개인정보 유출 등의 우려가 있어 댓글 쓰기를 제한한다"고 공지했다.

포털을 이용하는 수많은 네티즌들을 '잠재적 문제아' 나아가 '범죄자'로 치부해 버린 것이다. 고(故)최진실씨의 마지막 가는 길에 자신의 안타까운 심정과 슬픔을 전하고 싶은 네티즌들이 많았을 터인데 아예 그럴 수 없게 만들어 버렸다.

포털의 댓글 정책은 따라서 '자유로운 표현의 창구'보다는 '문제가 되는 댓글에 대해 대처하는 정책'으로 급선회할 것으로 보인다. 방송통신위원회 등 관련 정부부처의 요청에 따라 특정 사안의 여론에 대해서도 차단할 수 있는 가능성도 높아지고 있는 실정이다.

민주당 신학용 의원은 "모욕죄는 형법으로 처벌이 가능한데 굳이 사이버 모욕죄를 신설하면 표현의 자유를 지나치게 침해하는 과잉 입법의 부작용이 있을 수 있다"며 "정치적으로 정권에 대한 일반 국민의 비판을 탄압할 수 있는 우려가 있는 만큼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정종오기자 ikokid@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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