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시간 뉴스



휴대폰 시장이 요동친다


국내 휴대폰 시장이 요동치고 있다. 보조금 자유화, 의무가입약정제, 유심(USIM) 잠금 장치 해제, 새로운 이동통신사업자 출현 가능성, 요금제 다양화, 다양한 묶음 상품 출시 등 시장을 송두리째 흔들 변수가 줄지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런 격동 속에서도 최종 소비자들은 그 의미를 제대로 파악하기 힘들다. 이에 가정을 중심으로 벌어질 가상 시나리오, 사실은 실제 상황과 진배 없는 이야기를 통해 그 의미를 진단해본다. 또 테크노마트와 용산 상가 등 휴대폰 집단 상가의 움직임도 살펴 본다. [편집자주]

휴대폰 보조금 얼마나 받게 될까

휴대폰을 바꾸려는 강유진(23)씨는 주위에서 '지금이 딱'이라는 말에 귀가 솔깃하다. 3월26일 이동통신사들에 채워진 족쇄였던 보조금 규제가 사라진다. 전문용어로 '보조금 규제가 일몰됐다'고 말한다. 3월 중순께부터 "50만원이나 보조금을 받았다"는 말을 들을 때면 당장 테크노마트라도 달려가야지 하는 마음이 불끈 솟는다. 올 초까지만 해도 시장에 나가면 보조금이 25만~30만원 정도였지만 어느새 40만원 정도는 받을 수 있다고 하니….

마침 영상통화를 할 수 있는 3세대 휴대폰을 구입하려는 유진씨에겐 그 만큼 더 많은 보조금을 주는 지금이 3세대 휴대폰 구입의 찬스다. 유진씨의 영원한 우상 남규 오빠에게 물어봐도 반응은 똑같다. 이통사에 다니는 그는 "단말기 보조금 규제가 풀리고 기업들이 향후 소비자들의 반응이 어찌될 지 몰라 일단 최대한 가입자를 확보해놓고 보자는 뜻에서 가입자 확보에 열을 올리고 있단다"라고 귀띔했다.

그렇다고 해도 이동통신사들마다 '보조금 지르기'가 조금씩 차이가 있다는 남규 오빠의 전문가적 시각에 믿음이 간다. "음 그게 말이야, 이런 건 원래 안 가르쳐 주는 건데, SK텔레콤은 매달 중순 전후, KTF는 월초, LG텔레콤은 월말에 보조금이 많이 나오는 편이지."

가입자 기준 1위를 노리는 KTF가 월 초에 공격적으로 보조금을 쓰면 SK텔레콤이 방어를 위해 중순쯤, LG텔레콤은 가입자 방어를 위해 하순쯤 보조금 지르기에 나선다는 얘기다. 지난 2월 이통사별 가입자 순증점유율 추이를 보면 한달 기준으로는 SK텔레콤이 57% 이상이었지만 중순까지만 보면 50% 이하에 그쳤다. 대신 KTF는 2월 전체 순증점유율이 25%였지만 중순 이전에는 37%에 달할 정도였다. LG텔레콤은 매월 중순보다 하순 점유율이 높게 나타난다. 이런 정도만 해도 유진씨는 남들보다 적잖게 싸게 휴대폰을 장만할 수 있다.

"오빠, 의무약정제라는 것도 있다면서?" "니가 이제 하산할 때가 됐구나."

보조금 규제가 풀리면 연쇄적인 조치로 거론되는 것이 바로 의무약정제다. 이동통신사의 서비스를 일정기간 이용하는 대신 보조금과 요금할인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제도다.

"지금도 그런 것 있잖아"하고 따진다면 할말 없지만, 공식적으로 약정기간을 두고 좀 더 싸게, 그러나 중간에 해지하면 위약금을 무는 제도가 다시 부활한다. 이 제도는 지난 1997년 10월 도입됐다가 1999년 4월 폐지됐다.

"오빠, 뭐든 물어보랬지? 근데 얼마나 오래 써야 해?" "그, 그건 말이야. 음~" 의무약정 기간과 해지 위약금규모 및 납부방식, 시장과열 안전장치 등 아직 정해진 것은 없다. 하지만 휴대폰 교체주기를 고려해 12~24개월 정도는 한 회사에서 써야 하는 제도가 마련될 가능성이 높은 편. 여기서 하나 알아 둘 일은 의무약정제에 적극 찬성인 KTF는 가입자 유치를 위해 보조금을 더 많이 쓸 가능성이 있다. 이미 50% 이상 가입자를 보유한 SK텔레콤은 '소, 닭 보듯' 하며, LG텔레콤은 상대적으로 반대하고 있다.

의무약정제를 도입하느냐 도입하지 않느냐의 문제는 사업자들이 자율적으로 결정하는 사안. 할까 말까 고민할 수밖에 없겠지만 우리 이동통신 경쟁구도상 한 사업자가 일단 시작하면 따라올 수밖에 없는 줄줄이 사탕의 형국이다. 여기서 잠깐. 휴대폰을 잃어버린다면 해지 및 위약금 조항 등의 기준에 따라 불이익이 예상보다 클 수 있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

지금도 보조금을 받고 약정기간이 끝나기 전에 휴대폰을 분실해 매월 별도로 요금을 내며 맘 아파하는 친구들을 찾아 볼 수 있을 것이다. 작년 분실 휴대폰 신고 건수가 150만대 안팎이라는 점은 남의 일이 아니라는 것을 보여준다. 보조금 규제 폐지와 의무약정제를 잘 활용해 유진씨는 실속 있게 휴대폰을 장만할 수 있을까.

"휴대폰 바꿔가며 쓸 수 있다고?"

3세대(G) 휴대폰의 특징 중 하나는 휴대폰 안에 유심(USIM) 카드라는 가입자 인증 모듈이 들어있다는 것이다. 오래전부터 심카드를 사용하던 유럽 휴대폰 시장에서 여러 대의 단말기를 동시에 쓰는 것은 일반적인 일. 평상시에는 기본 기능만 되는 휴대폰을 사용하다 주말에는 레저용이나 멀티미디어 기능이 강화된 휴대폰을 쓰는 사람들이 많다. 국내에서도 USIM 카드의 락이 풀려 그로 인한 환경 변화가 주목된다.

"아빠, 휴대폰 좀 빌려주세요." 여고생 이수진(17세, 여)씨는 주말이 되면 아빠 휴대폰을 빌려달라고 조르기 일쑤다. 지난 해 생일 아빠가 사준 휴대폰은 간단한 통화와 문자메시지 기능만 들어있는 휴대폰이기 때문이다. 디자인은 마음에 들지만 별다른 기능이 없어 항상 불만이다. 반면 아빠가 쓰는 휴대폰은 500만 화소 카메라에 지상파DMB까지 가능하니 친구들과 놀러 나가서 쓰기에 적당하다. 친구들과 사진도 찍고 지하철을 타고 다닐 때 DMB 방송도 즐길 수 있으니 아빠 휴대폰을 탐내는 것도 당연하다.

수진씨는 아빠 휴대폰을 받아 들고 뒷면에 USIM 칩을 꺼내 자신의 칩과 바꿔 넣는다. 이 간단한 작업 하나로 아빠 휴대폰은 완벽한 수진씨의 휴대폰으로 변한다. 주소록을 비롯해 휴대폰의 각종 정보는 USIM 칩에 담겨 있기 때문에 친구들과 전화하는 것도 문제 없다.

약속장소에 조금 늦게 도착한 수진씨는 다른 이동통신사를 사용하는 한 친구가 새 휴대폰을 산 것을 보고 한번 바꿔 써보자는 말을 꺼냈다. 서로 이동통신사가 달라도 USIM 카드만 바꿔 끼우면 바로 내 휴대폰이 된다. 일부 서비스는 사용이 불가능하지만 대부분의 기능들을 카드 하나 바꾸는 것만으로 사용할 수 있다.

USIM 칩이 개방된다는 의미는 가입자 정보를 휴대폰이 아닌 칩에만 남긴다는 의미다. 현재 계획대로라면 4월부터 사업자 자체적으로 USIM의 락이 해제된다. 이렇게 되면 SK텔레콤과 KTF가입자는 각각 같은 이동통신사를 쓰는 사람이라면 휴대폰을 마음대로 바꿔 쓸 수 있다. 2개 이상의 휴대폰을 갖고 번갈아 가며 사용하는 것도 가능하다.

올해 하반기부터는 사업자끼리의 USIM 락도 해제된다. 사업자끼리의 락이 해제될 경우 다른 이동통신사 단말기라 해도 카드만 바꿔 끼우면 사용할 수 있다. 휴대폰 유통 문제도 달라진다. 지금까지 이동통신사 대리점에서 휴대폰을 사면서 개통하는 것이 일반적이었지만 USIM 카드의 락이 해제되면 대리점에서 카드만 구입하고 휴대폰은 별도로 사도 된다.

매번 휴대폰을 바꿀 때 마다 주소록을 옮기거나 새로 입력해야 하는 불편도 없어진다. USIM 카드는 일종의 메모리 카드 역할을 하기 때문에 주소록이나 문자메시지 목록 등을 저장해 둘 수 있다. 이 모든 것이 손톱만한 크기의 카드 하나로 이뤄진다. 그렇다면 USIM 카드의 개방으로 휴대폰 시장은 어떻게 변해갈까? 단지 소비자들이 여러 개의 단말기를 쓸 수 있는 것 만이라면 큰 장점이 없다. 대당 50만~60만원 정도 하는 휴대폰 여러 대를 동시에 구입할 수 있는 사람은 거의 없기 때문이다. 수진씨 아버지의 생활을 살펴보자.

수진씨 아버지는 고가의 멀티미디어 기능을 갖춘 휴대폰을 사용한다. 하지만 조심성이 없어 휴대폰을 번번히 고장낸다. 사업상 중요한 전화를 많이 받아야 하기 때문에 휴대폰 통화가 안될 경우 큰 손해를 볼 수도 있어 항상 신경쓰는 부분이다. 지금까지 휴대폰이 고장 났을 때 마다 임대폰을 빌리기 위해 대리점을 찾아다닌 기억이 있는 수진씨 아버지는 항상 예비 휴대폰을 한대 들고 다닌다. 휴대폰이 고장났을 때 USIM 카드만 바꿔 끼우면 되니 든든하다. 수진씨 아버지가 사용하는 예비폰은 중고 시장에서 샀다.

USIM 개방 후 중고시장은 활성화 됐다. 지금까지와는 달리 개인정보가 USIM 카드에 모두 기록되다 보니 휴대폰에서 카드를 빼고나면 공기계가 된다. 중고폰을 전문으로 하는 업체들도 생겨났다. 어디 여행을 갈 때는 저렴하게 산 중고 휴대폰을 사용한다. 긴 여행길에 혹시 잃어버릴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통신비를 낮추기 위한 옥희네 가족회의

작년에 이어 올해에도 요금인하가 이동통신업계의 핵심 화두다. 외부 요금인하 요구에 따라 SK텔레콤이 지난 2007년 10월에 출시한 SK텔레콤 망내할인 요금제도 가입자가 3월 중순을 기준으로 200만명을 넘어설 만큼 인기를 얻고 있다. 또 3월부터 장기가입자 망내할인 확대상품 'T끼리 플러스 할인 제도'를 실시한데 이어 4월부터는 가족 할인제도 'T끼리 온가족 할인 제도'를 시작한다. KTF와 LG텔레콤도 곧 요금인하안을 내놓겠다고 발표한 상태다. 한 가족의 이야기로 요금제 변화가 가져올 상황을 짐작해보자.

할아버지 생신이라 온 가족이 다 모였다. 할아버지, 할머니, 고모, 고모부, 아빠, 엄마, 대학생 오빠, 나(옥희), 그리고 중학생 동생 이렇게 모여 맛있게 저녁을 먹고 있는데 분위기가 이상한 게, 침묵이 흐른다. 고모가 먼저 말문을 열었다. "옥희야 할아버지하고 할머니가 SK텔레콤 가입하신 거 맞지? 꽤 오래 된 것 같은데?"

역시 어제 엄마의 예감이 맞았다. 엄마는 고모네가 SK텔레콤의 가족할인제도(T끼리 온가족 할인제도) 가입연수를 늘리기 위해 할머니, 할아버지를 고모부네 가족에 포함시키려 할 거라고 말했다. SK텔레콤 가족 할인제도는 별도의 요금 없이 가족 등록만 하면, 가족구성원 전체의 가입 연차를 합산한 것에 따라 모든 가족구성원의 기본료를 최소10%(가입 총 연수 10년미만)~최대 50%(30년 이상)까지 할인해주는 제도다. 또한 등록한 가족끼리 한 국내 음성 및 영상 통화료는 일괄 50% 할인된다.

나도 이야기에 끼어들었다. "고모, 할아버지하고 할머니 두 분 다 가입한지 10년이 되기는 했는데, 할머니 휴대폰이 할아버지 휴대폰으로 돼 있어 할머니는 장기가입 연수에 포함이 되지 않아요. 할인을 받으려면 할머니 명의로 바꿔야 해요."

SK텔레콤의 가족 할인 제도는 명의자 1사람당 가입회선 1개만 적용된다. 즉, 할아버지 명의로 할머니가 휴대폰을 개통해 사용하고 있다면 할인을 받을 수 없다. 또 이럴 경우 할인을 받으려면 휴대폰 명의를 이전을 한 후, 다시 가족으로 등록해야 한다.(마일리제 승계 안됨).

엄마도 말씀하셨다. "어머, 옥희야 그러면 그럼 니 아빠와, 너는 내 명의로 SK텔레콤 패밀리 요금제에 가입하지 5년이 됐잖아. 그거랑 이번 거랑은 어떻게 다른거니?" "패밀리 요금제는 가족 등록과 상관없이 한 사람 명의로 휴대폰을 개설하면 대표번호 하나를 제외한 나머지 회선번호의 국내통화료를 깍아 주는 요금제예요. 이번 요금할인과는 상관이 없어요. 이번에 가족 할인 제도를 이용하려면 명의이전을 한 후, 다른 요금제에 가입해야 해요." 내 답변이었다.

패밀리 요금제는 최대 4개의 번호 가운데 대표번호 하나를 제외한 나머지 회선번호 3개의 국내통화료에 대해 일반요금 대비 통화료를 약 14% 할인해 주는 요금제다. 이 요금제를 쓰려면 한 사람 명의로 가입 이전을 해야 한다. 특히 기본료가 9천700원으로 저렴한 패밀리 세이브요금의 경우 요금제도가 없어져 한번 해지하면 다시 가입할 수 없으니 잘 생각해보는 것이 좋다. 할머니도 궁금한 게 많으신 모양이었다.

"근데 말이야. 저번에 가입한 망내할인은 2천500원을 내야 SK텔레콤 가입자끼리 통화를 50%로 할인해줬잖아. 가족 할인제도는 어떻니? 공짜니?" "가족 할인제도는 돈을 따로 낼 필요 없이 가족 2인 이상이 모여 등록하면 되요. 최대 5명까지 가능하고요. 가족관계 확인서나 주민등록 등본을 발급받아 SK텔레콤 대리점이나 지점을 방문해 신청하면 된데요." 역시 내 대답이었고 어느새 요금 박사가 된 기분이었다.

가족 등록 범위는 본인(대표회선 명의자)과 배우자의 직계 존비속 및 형제, 자매 등까지다. 즉, 형수, 숙부, 형부 등은 가입을 할 수 없다.

고모부 또한 궁금한 점이 없을 리 없다. "10년 장기가입자이신 장인어른은 매형하고 가족으로 묶이실 건가요?" 할아버지가 대답하셨다. "난 말이야, 내 노인정 친구들이 다 SK텔레콤 가입자더구나. 난 확대 망내할인제도 (T끼리 플러스 할인제도)에 가입하려고. 여러가지 할인제도가 중복안된다고 하던데 나한텐 가장 필요하게 그거더구나?

SK텔레콤의 망내할인이란 2천500원을 더 내면 SK텔레콤 가입자끼리 통화료를 50%할인해주는 제도다. KTF와 LG텔레콤도 비슷한 망내할인요금제도가 있다. 확대 망내할인제도는 장기가입자에게 망내통화 할인율을 65%(2년 가입시)~80%(10년 가입시)까지 확대해주는 제도다. 내가 또 끼어들었다. "맞아요. 가족할인 제도와 그냥 망내할인제도는 같이 가입이 가능하지만, 확대 망내할인제도는 가족할인제도는 중복할인이 안되요."

가족 할인제도는 의외로 제한 사항이 많다. 가족 할인제도 가입자는 ▲약정할인제도 ▲망내확대(T끼리 플러스) ▲기존 장기가입 할인제도 ▲레인보우포인트 적립을 동시에 이용할 수 없다. 따라서 꼼꼼히 자신에게 맞는 것이 무엇인지 잘 생각해봐야 한다. 왜냐하면 가족할인제도의 경우 기본료 할인이 가입연수에 따라 제공되기는 하지만 통화료 50%할인은 가족끼리 통화할 때만 해당된다. 그러나 기존부터 SK텔레콤은 장기가입 제도를 운영해왔는데 ▲2년 이상 가입자에게 5% ▲3년 이상 7% ▲5년 이상 10%씩의 통화료를 할인해줬다. 또한 전체 통화요금의 0.5%를 마일리지(레인보우 포인트)로 제공했다. 따라서 자신이 통화패턴을 잘 고려해야 한다.

"전 가족하고 통화하는 것은 얼마 되지 않고, 업무 관계자 친구 등 이통사와 상관없이 통화하는 사람이 많으니 그냥 기존 장기가입할인제도를 이용하려구요." 내 생각을 말씀드리자 엄마가 되물으신다. "음, 외갓집은 KTF나 LG텔레콤 가입자가 많던데. 그쪽은 할인을 못받는거야?" "KTF나 LG텔레콤도 곧 요금할인정책을 내놓을 예정이니 기다려보면 될 거예요. 훨씬 더 내릴 거라는 이야기가 있거든요. 그리고 막내도 지금 쓰고 있는 SK텔레콤이 아닌 다른 이통사의 청소년 요금제가 막내 통화패턴에 맞으니 그냥 두는 게 좋을 듯해요."

이때 오빠가 한 마디 한다. "내가 보기엔 한 이통사에서 오래 써서 장기가입 할인 받는 것보다 휴대폰 보조금 챙기는 게 훨 나을 것 같아. 이번에 나온 요금제도 할인을 보면 장기가입자만 오래 유지하려고 하는 것 같고, 실질적인 혜택은 별로 없는 것 같거든. 최신형 휴대폰을 좋아하는 나는 그냥 이통사 옮겨다니는 게 훨 낫겠어. 그나저나 넌 왜 이렇게 요금제도에 대해 잘 아냐."

"오빠 같은 사람한테야 그렇지만 한 휴대폰을 오래 쓰는 사람한테 휴대폰 보조금은 별 이익이 안 된다고. 나도 엄마가 알아보라고 해서 몇 시간 동안 인터넷 뒤지고, SK텔레콤 고객센터(휴대폰에서 114)에 몇 번이나 문의했는지 몰라. 자 모든지 물어봐." 동생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든다. "아, 머리 아파. 언니 왜 이렇게 복잡해. 망내할인이니, 가족할인이니, 장기가입이니…. 보조금은 또 뭐야. 그냥 알기 쉽게 가입비 안 받고, 통화요금 일괄적으로 깍아 주면 안 돼?" 여기서 내 대답은 막히고 말았다 "음, 그건 말이지…"

이동통신사가 또 생긴다구요?

"뭐, 뭐, 뭐라고? SK텔레콤, KTF, LG텔레콤 말고 다른 이동통신사가 생긴다고?" 고교 2학년 김동욱(18)군은 뉴스를 보고 깜짝 놀랐다. "와~, 다른 데가 생기면 한번 가입해볼까?"

동욱군은 '문자메시지(SMS)가 더 싼 요금제로 나온다면' 하는 생각에 웃음이 절로 나온다. '수업시간에 선생님 몰래 문자 보내는 재미란…ㅋㅋㅋ' 방송위원회와 정보통신부가 합쳐져 만들어진 방송통신위원회는 이동통신사업 재판매제도(MVNO) 추진에 가속도를 내고 있다. 재판매 제도란 이동통신망이 없는 사업자가 망이 있는 사업자에게 설비와 망을 빌려 자사 가입자를 유치하는 제도. 이미 관련 법안이 국회에 제출돼 있다.

CJ그룹에 다니는 아빠에게 물어보니 아빠도 "그럼, 우리 회사도 이동통신 사업 추진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한다. "그럼, 아빠 회사의 휴대폰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거네?" CJ그룹처럼 대기업들이나 전문유통회사, 자동차회사, 초고속인터넷회사 등 다양한 회사들이 SK텔레콤처럼 큰 이동통신사의 망을 빌려 휴대폰 서비스 사업을 하게 되면 특정 서비스의 요금이 싸질 수 있게 되는 것. 일본에서는 월트디즈니가 '디즈니 모바일'이라는 브랜드로 재판매 사업을 시작했다. 휴대폰에 디즈니 고유의 캐릭터를 내장하고 그림문자 서비스를 앞세워 20∼30대 여성층을 집중적으로 공략할 계획이다.

이 같은 추세에 따라 우리나라에서도 재판매 사업이 활성화될 지 관심이 높아진다. 정보통신 컨설팅 기업인 인피데스(iNFiDES)는 오는 2013년쯤 재판매 가입자가 336만 명에 이를 것으로 예상했다. 내년에 43만, 2010년 94만, 2011년 160만, 2012년 241만을 지나 2013년 336만 명 가량이 이런 서비스를 이용하게 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동욱아, 나중에 재판매 서비스가 시작되면 휴대폰과 초고속인터넷을 세트로 구입하자." "왜요 아빠?" "그건 말이야. 휴대폰 서비스와 초고속인터넷, 전화, IPTV 같은 것을 한 회사 걸 쓰면 요금을 더 싸게 해주게 된데." 시장 과일 점에서 여러 개를 사면 더 싸게 주듯 한 회사에서 각종 방송통신 세트 상품을 구입하면 더 싸지는 이치가 똑같다.

이미 초고속인터넷과 인터넷전화를 묶은 세트상품은 최소 10% 가량 싸다. KT는 일반전화와 초고속인터넷, 자회사인 KTF의 이동통신 서비스를 결합한 상품을 내놓았다. 초고속인터넷 서비스 기업인 하나로텔레콤을 인수한 SK텔레콤은 휴대폰 서비스와 초고속인터넷, IPTV(브랜드명 하나TV)를 결합한 상품을 내놓을 계획이다.

이렇게 되면 가계 통신비 부담이 상당히 낮아질 수 있다. 새 정부도 가계통신비를 20% 이상 줄일 수 있는 정책을 추진하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동욱아, 아빠 회사도 케이블TV와 초고속인터넷, 인터넷전화에다가 휴대폰 서비스를 묶은 세트상품을 출시해 소비자에겐 더 싸게 공급하고 아빠 회사도 많은 고객을 만들기 위해 휴대폰 서비스를 하려는 거야."

"아빠, 그럼 모두 세트상품을 제공하게 되면 차이가 뭔가요?" "결국 차이는 품질과 요금에서 드러나겠지. 근데, 이제부턴 통신회사니, 방송회사니 하는 구분이 의미가 없어져. 통신회사도 IPTV 서비스에 나서면서 방송서비스를 하고 있고, 케이블TV 같은 방송사업자들도 케이블 망을 이용해 초고속인터넷이나 인터넷전화 같은 통신서비스를 하고 있지."

현재 방송과 통신이 결합된 서비스 시장의 최강자 자리를 놓고 SK텔레콤과 KT가 각축을 벌이고 있다. 하나로텔레콤을 인수한 SK텔레콤 진영이나 KTF라는 이동통신 자회사를 거느린 KT는 일반전화, 초고속인터넷, 국제전화 등에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따라서 SK텔레콤과 KT외의 제 3의 강자로 누가 부상할 지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휴대폰 집단 상가는 지금 '태풍전야'

지난 3월13일 구의동 테크노마트와 용산의 전자상가. 휴대폰 보조금 규제 일몰과 의무가입약정제 부활, 범용가입자인증모듈(USIM) 잠금장치(Lock) 해제 등 휴대폰 시장을 뜨겁게 달굴 굵직한 이슈가 연일 언론을 장식하고 있지만 이곳은 의외로 차분한 모습을 보였다. 언론을 장식한 이슈는 아직 이론일 뿐 현장을 점령하지는 않고 있는 것이다.

용산 아이파크 8층에 있는 휴대폰 매장의 방영훈 상우회장은 시장 분위기가 의외로 잠잠한 것에 대해 "논의되고 있는 이슈들이 파급효과가 큰 것은 사실이지만 아직 구체화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방 회장은 "이슈가 뜨거운 만큼 최근 모 이동통신사 사람들과 만나 이야기했지만, 그들도 아직 구체적인 전략을 세우진 않은 상태로 보인다"며 "이통사가 결정하지 않는 한 매장이 움직일 수는 없다"고 말했다.

그는 또 "USIM 잠금장치가 어느 정도까지 해제될 지, 의무약정제가 도입될지, 또 기존에 정해져 있던 보조금은 27부터 완전히 없어지는 건지 등 아직까지 정해진 게 아무 것도 없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들 이슈가 휴대폰 시장에서는 메가톤급인 게 분명한 만큼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태풍전야인 셈이다.

USIM 잠금장치 해제와 관련, 제조사에 이익이 될 지언정 유통상가와 소비자에게 돌아가는 혜택은 크지 않을 것이라는 이야기가 많았다. 테크노마트 6층 휴대폰 매장의 이백규 상우회장은 "사실 USIM 잠금장치가 해제된다고 해도 소비자들이 얻는 혜택은 생각보다 크지 않을 수 있다"며 "USIM 카드를 다른 휴대폰에 끼워 내 폰처럼 사용할 수 있다고 하지만, 이게 정말 큰 혜택인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매장 관계자들은 또 USIM 잠금장치가 해제되면 제조사 입장에선 유리할 수 있지만, 휴대폰 대리점이나 판매점엔 불리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한 판매점 직원은 "지금은 개통을 하기 위해 휴대폰을 주로 판매점이나 대리점에서 구입하고 있지만, USIM 잠금장치가 해제될 경우 상황이 바뀔 것"이라며 "아마 휴대폰 유통과정에서 이동통신사를 거치지 않고 제조사가 바로 판매하는 경우가 늘어날 수 있다"고 말했다.

방영훈 상우회장은 USIM 잠금장치가 해제되면 휴대폰 온라인 판매가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을 내놓기도 했다. 방 회장은 "지금은 온라인으로 휴대폰을 사면 개통절차가 복잡해 꺼려하는 사람이 있지만, USIM 잠금장치가 해제되면 그런 고민이 사라진다"며 "집단상가와 달리 건물 임대료나 인건비가 들지 않는 온라인의 경우 가격 경쟁력을 더 갖추게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보조금 규제 일몰과 함께 의무약정제 부활을 놓고 이동통신사 사이에 논란이 있는 것처럼 상가에서도 의견이 갈리는 모습이었다. 테크노마트 이백규 상우회장은 "보조금 규제가 없어진다고 해서 이통사가 보조금 전쟁을 벌일 것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며 "그렇게 되면 소비자가 보조금 혜택을 받을 상황은 안생긴다"고 내다봤다. 이 회장은 "이통사도 이윤을 추구하는 기업이고 통화료가 주수입원이며 이를 통해 단말기 보조금을 지급하기 때문에 보조금 규제가 일몰되면 의무약정제가 부활해야만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의무가입기간 약정이 있어야만 보조금 집행이 가능할 것이라는 설명이다. 이 회장은 특히 보조금 규제가 일몰되는데 의무약정제가 도입되지 않으면 지금까지 제한적으로 주던 보조금마저 사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현재 전체 휴대폰 판매 중 60~70%가 저가폰"이라며 "보조금이 없어지거나 아주 낮은 수준으로 내려간다면 결국 휴대폰 가격은 올라갈 테고, 이러면 휴대폰 산업 전체적으로 불황이 올 수도 있다"고 예상했다.

반면 의무약정제 도입에 조심스러워 하는 의견도 나왔다. 용산 아이파크 방 상우회장은 "의무약정제가 어떻게 될지 알 수 없지만, 한국 사람들은 누가 의무적으로 언제까지 이거 사용하라고 하는 것에 대해 안 좋은 인상을 갖고 있다"며 "의무약정제가 도입된다고 해도 안착하기까지 어느 정도 시행착오의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테크노마트∙용산 등 집단상가는 아직 구체적인 방안이 나오지 않아 혼란스럽지만, 고객을 붙들기 위해 최선을 다한다는 입장이다. 이 상우회장은 "사실 그 동안 보조금 규제로 인해 가장 많은 피해를 본 곳이 바로 테크노마트 같은 집단상가"라며 "집단상가가 규모가 큰 만큼 휴대폰을 많이 팔 수 있고, 또 그만큼 작은 규모의 판매점보다 적은 이윤을 남기고 팔아도 수익이 날 수 있는데, 그 동안 규제 때문에 공격적인 가격 정책이나 광고 등을 하는 데 어려움이 있었다"고 말했다.

이제 보조금 규제가 없어지는 만큼 테크노마트 자체적으로 더 적극적인 가격 인하책을 마련한다는 방침이다. 이 상우회장은 이어 "이와 함께 각종 이벤트 및 판촉행사를 진행할 것"이라며 "현재 모토로라랑 손잡고 진행하는 이벤트 역시 그 일환"이라고 말했다.

방 상우회장은 조금 지켜본다는 입장이다. 그는 "예전에 보조금 제도가 처음 시작될 때도 많은 억측이 쏟아졌지만, 휴대폰 시장에 큰 변화는 나타나지 않았다"며 "사실 집단상가 입장에서 USIM 잠금장치 해제와 보조금 규제 일몰이 나쁜 결과로 나타날 수 있지만, 우선은 구체적인 안이 나올 때까지 상황을 지켜보며 가격인하 등의 대책을 마련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통신방송팀 it@inews24.com








alert

댓글 쓰기 제목 휴대폰 시장이 요동친다

댓글-

첫 번째 댓글을 작성해 보세요.

로딩중
포토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