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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경부 휴대폰 표준 정책 '거센 역풍'


업계 "자판은 경쟁력"- 소비자 "선택권 보장" 강력 반발

정부가 이용자 편의를 위해 휴대폰 자판과 충전 단자 통일 방침을 천명한 가운데 정작 휴대폰 업계는 물론, 소비자들 역시 이에 반발하고 있어 논란이 될 조짐이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지식경제부의 휴대폰 자판 및 충전 단자 통일 방침에 휴대폰 업계와 일부 소비자들이 반발하고 있다.

휴대폰 자판과 충전단자는 최경환 지경부 장관이 이의 통일방침을 지시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정부차원의 본격적인 표준화 작업이 예상되는 대목.

그러나 소비자 선택권 및 옛 정보통신부 시절 충전단자 표준이 이뤄졌다는 점 등에서 업계 및 이용자를 외면한 조치라는 목소리도 만만찮다.

◆풀터치폰 가세로 한글 입력 방식 '혼란' 가중

현재 국내 판매되고 있는 휴대폰은 삼성전자가 사용하는 '천지인'과 LG전자의 '나랏글'이 대부분이다. 스카이와 모토로라 역시 별도의 자판을 갖고 있다.

최근 풀터치폰이 늘어나면서 '모아키' 등이 추가돼 그야말로 휴대폰 종류만큼이나 한글 입력 방식도 제각각이다.

휴대폰 충전단자 역시 당초 표준이던 24핀이 휴대폰 크기 자체가 작아지면서 14핀, 18핀으로 늘어났다가 정부가 20핀으로 표준안을 마련했다. 하지만 외산폰 도입이 늘면서 사실상 표준 충전 단자가 유명 무실해진 상황이다.

강제성이 없기 때문에 외산 휴대폰 업체는 5핀 크기의 마이크로USB를 사용하고, 노키아 제품의 경우 아예 호환과는 무관한 전용 충전단자를 갖고 있는 실정이다.

정부가 휴대폰 자판과 충전 단자를 통일하려는 것도 이같이 제각기 다른 문자 입력방식과 충전단자가 불편함을 초래하고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휴대폰을 바꿀 때 마다 서로 다른 문자 입력 방식으로 인해 불편함을 겪는 것은 물론, 현재도 계속 보급되고 있는 24핀 표준 충전기 사용을 위해 별도의 젠더를 들고 다니며 불편을 겪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휴대폰 업계는 물론 소비자도 정부의 이같은 표준 정책에는 불만을 표시하고 있다.

◆휴대폰 업계 "한글 자판은 제품 선택 기준 중 하나"

휴대폰 업계가 반대하는 가장 큰 이유는 한글 자판 자체가 제품의 마케팅 포인트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삼성전자의 '천지인'은 처음 사용하는 소비자들이 적응하기 편리하고 LG전자의 '나랏글'은 초기 적응은 어렵지만 일단 적응하면 다른 한글 입력보다 속도가 더 빠르다.

LG전자는 '나랏글'의 우수성을 알리기 위해 매년 문자대회까지 개최하고 있다. LG 휴대폰이 타사 휴대폰 한글 자판 보다 빠르다는 점을 강조하기 위해서다.

풀터치폰에서 제공되는 삼성전자의 '모아키'는 풀터치폰에서만 가능한 문자 입력 방식이다. 이들 한글 자판들은 모두 특허로 보호되고 있다. 정부에서 한글 자판 통일에 나설 경우 표준에서 제외된 휴대폰 업체들은 타사의 한글 자판에 사용료를 지불해야 하는 상황이다.

또한 각 한글 자판 마다 특징이 있기 때문에 휴대폰 업체들의 이견도 상당하다. 특정 업체의 한글 자판을 표준으로 제정한다는 것 자체가 어렵다.

휴대폰 업체 고위 관계자는 "정부가 한글 자판을 통일하겠다는 것은 표준을 위해 장점들을 버리라는 것과 같다"며 "특허로 보호되고 있는 기술이라는 면도 있지만 한글 자판은 제품 선택을 위한 중요한 마케팅 포인트"라고 말했다.

◆소비자 "한글 자판 선택 할 수 있게 해달라"

소비자들도 표준에는 찬성하는 분위기지만 '천지인'과 '나랏글'로 나뉜다.

이런 상황에서 스마트폰 사용자들은 아예 한글 자판을 직접 만들어 쓰고 있다. '천지인'과 '나랏글'의 장점을 추려 새로 만든 자판을 쓴다. 소비자들의 의견은 단순하다.

표준이 아니라 내가 쓰고 싶은 한글 자판을 사용할 수 있도록 제공해 달라는 것.

예전 버튼이 내장된 휴대폰의 경우 여러개의 자판을 휴대폰에 내장하는 것이 불가능했지만 풀터치폰과 스마트폰서는 충분히 가능하다.

문자를 하루 50여통 이상 보내는 대학생 이상미씨(28세 여)는 "풀터치폰은 버튼이 없이 화면에 표시되는 게 일반적인데 '천지인'과 '나랏글'을 선택해 사용할 수 있다면 더 좋을 것"이라며 "어느 한쪽으로 표준화되기 보다는 쓰는 사람이 편한 한글 자판을 선택할 수 있게 선택권을 주는 게 더 효과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휴대폰 충전 단자, 이미 20핀으로 표준화

또 휴대폰 업계는 정보통신부 시절부터 한국정보통신기술협회(TTA)를 통해 표준을 추진해온 휴대폰 충전단자에도 할말이 많다.

이미 20핀으로 표준이 이뤄진 지 한참이 지난 상황에서 다시 표준화 얘기를 운운하는 것 자체가 표준화에 실패했다는 얘기라는 지적이다.

현재 국내 업체들은 24핀 표준 제정 이후 휴대폰의 슬림화 경향으로 인해 14핀, 18핀 등 자사 표준에 따랐지만 20핀으로 대부분 통일한 상황. 외산폰 업체의 경우 해외 출시 제품과 국내 출시 제품의 설계를 동일하게 적용해 5핀인 마이크로USB를 사용하는 추세다.

휴대폰 업체 고위 관계자는 "정부측에서 24핀으로 충전단자를 표준화 하라고 해서 이에 따랐고, 다시 20핀으로 바꾸라고 해서 바꿨다"며 "이제 와서 충전단자 표준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하는 것은 정부측의 표준화 실패를 인정하는 셈"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국내 휴대폰 업체는 거의 전부 20핀으로 제품을 출시하고 있는데 충전기 업체들은 아직도 24핀 충전기를 만들고, 외산 휴대폰 업체들은 마이크로USB를 사용하고 있다"며 "이런 문제들을 해결해야지 지금와서 국내외 표준 상황을 고려해 통일안을 또 만든다는 것은 이해가 안된다"고 말했다.

명진규기자 almach@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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