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경기침체의 직격탄을 맞고 있는 PC 업계가 가격인하 전쟁을 벌이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 등 외신들이 14일 보도했다.
PC 업체들은 시장에 만연한 소비 심리 위축으로 다가오는 성수기 판매가 크게 감소할 것으로 예상, 앞 다퉈 가격을 내리고 있다.
실제로 지난주 내내 PC업계에는 서킷시티 파산신고, 베스트바이의 가격인하 예고, 인텔의 수익전망치 하향 등 불길한 신호들이 잇따랐다. 시장조사 업체 IDC도 2008년 PC 시장 성장 전망치를 '전년대비 6% 증가'에서 '1% 감소'로 낮췄다.
◆20%~30% 대폭 인하, '제살깎기' 우려
전 세계 PC업계 1·2위인 휴렛팩커드(HP)와 델은 저조한 실적을 거듭한 끝에 제품가격을 큰 폭으로 낮췄다. HP는 베스트바이에서 자사의 노트북 '파빌리온' 15.6인치 제품을 기존가격보다 25% 낮춘 545.99달러 에 판매하고 있다.
델 역시 노트북PC '인스피론'을 기존가 984달러에서 747달러로 24% 내렸으며, 구매 고객에게 무료로 프린터까지 제공하고 있다.
파나소닉도 노트북 제품 '터프북'의 가격인하를 계획 중이다. 킵 월스 터프북 담당 대표는 이번 주에 있었던 경영진과의 회의에서 "공격적인 가격인하가 불가피하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언론을 통해 밝혔다. 소비심리 위축으로 구입을 미루거나 이미 한 주문을 취소할 고객들이 늘어날 것이라는 게 그의 예상이다.
아수스텍컴퓨터는 이번 성수기에 장난감 가게 'Toy R'과 대형할인점 'Target' 등 이례적인 장소에서 저가PC를 판매할 예정이다. 어린이와 여성 고객을 겨냥한 조치다. 또한 미니노트북 제품 가격을 인하했으며, 일부는 300달러 이하로 팔고 있다.
이 같은 PC 업계의 가격전쟁은 수익성을 크게 떨어뜨릴 것으로 보여 업계에 우려를 낳고 있다. 이미 PC 업체들의 제살깎기 식 경쟁이 수익에 악영향을 미친 사례들이 있다.
텍사스의 라운드락은 가격 인하로 판매는 증가했지만 이윤은 떨어진 바 있다. 레노버그룹 역시 지난 주 발표한 3분기 실적에서 전 분기 대비 78%의 이익 감소를 발표했는데, 그 원인으로 수요 감소로 인한 과도한 가격 할인을 지적했다.
◆애플 맥북 '독야청청'
애플만이 유일하게 가격 전쟁에 휘말리지 않고도 승승장구하고 있다. 애플은 자사의 노트북 ‘맥북’의 가격을 내리는 대신 다양한 기능들을 추가해 신제품을 출시, 더 비싸게 팔았다.
이 신제품들의 가격은 1천 299달러~2천달러에 육박한다. NPC그룹이 분석한 전체 노트북 시장에서 제품가 평균이 843달러임을 감안하면 꽤 비싼 가격이다.
그럼에도 애플은 3분기에 두배의 매출을 올릴 수 있었으며, 이익률도 20%나 상승했다. 과도한 할인으로 인한 브랜드 이미지 하락도 피할 수 있었다.
애플CEO 스티브잡스는 "상당히 흐뭇하다"며 다가오는 성수기에도 좋은 실적을 낼 것을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애널리스트들 경기침체의 후폭풍이 조만간 애플에게도 닥칠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강현주기자 jjoo@inews24.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