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칫하면 앉은 자리에서 94만 에 달하는 2G(세대) 가입자를 SK텔레콤이나 LG U+에 뺏길 뻔 했던 KT가 안도의 숨을 쉬게 됐다.
KT는 2018년 정도가 돼야 2G 망을 철거하려는 SK텔레콤과 달리, 내년 6월이후 2G망을 없애고 3G만 남기려 했지만 01X(011,016,017,018,019) 번호를 쓰는 94 만 명의 2G 가입자가 속을 태웠다.
01X를 계속 쓰고 싶어하는 사람들이 많아 3G로 잘 넘어오려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게다가 SK텔레콤이 10월 중 모토로라를 통해 2G 스마트폰을 내놓을 예정이어서 2G 신규 단말기 출시를 종료한 KT의 고민은 클 수 밖에 없었다.
하지만, KT는 눈뜨고 자사 가입자를 SK텔레콤 등 경쟁회사에 뺏기지 않을 수 있게 됐다.
방송통신위원회가 한시적이나마 01X 가입자가 쓰던 번호 그대로 현재 쓰는 이동통신 회사내에서 3G로 이동할 수 있도록 하는 정책을 사실상 결정했기 때문이다.
방송통신위원회 상임위원들은 지난 20일 송도균 위원이 불참한 가운데 티타임을 열고 ▲010 번호로 바꾸기를 약속한 가입자에 한 해 현재 사용중인 이동통신 회사 내에서 '01X 번호로 3년간 3G에 가입'할 수 있도록 허용하고 ▲각 사의 2G 망 철거 시점에서 '3년동안 01X 번호표시 서비스'를 허용하되 연장 가능한 안에 대체적으로 합의했다.
이같은 정책안이 대세가 되면서, KT는 '안도'하고 있으며 SK텔레콤은 다소 불만이나 최악은 면했다는 평가다. LG U+는 특별한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지만 SK텔레콤과 비슷한 것으로 보인다.
◆바뀐 번호정책안의 최대 수혜주는 KT
방통위안에 따르면 2014년까지 2G 망 철거이슈 때문에 가입자가 다른 통신사로 이동하는 일은 상당히 줄어들 전망이다.
이를테면 ▲KT 가입자 중 01X 번호를 쓰는 2G가입자는 2011년부터 2013년까지 3년동안 01X 번호 그대로 KT 3G로만 이동할 수 있고(3년 뒤 010으로 변경약속해야 가능) ▲내년 6월이후 KT가 2G망을 철거한 뒤에도 3년동안 '01X번호표시서비스'를 해주고, 연장도 가능하기 때문이다.
즉 94만 명에 달하는 KT 01X 가입자들은 번호를 '010'으로 바꿔야 만 SK텔레콤이나 LG U+로 갈 수 있어 KT는 자사 가입자 급감을 크게 우려하지 않아도 되게 됐다.
◆KT 봐주기 논란...방통위 "번호대신 요금·서비스 경쟁하라"
KT 입장에서는 이번 방통위안이 상당히 만족스러울 수 있지만, 주파수와 함께 정보통신 정책 중 가장 국민에게 미치는 영향이 큰 번호정책을 특정사업자의 마케팅 이슈로 해결한 것 아니냐는 비판도 나온다.
통신업계 전문가는 "010 번호통합 이슈로 이동전화 번호가 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막대하다는 점은 인정하지만, 내년 6월이후 2G망을 철거하는 특정사업자(KT)를 고려해 '자사 가입자내 01X 번호 3G 3년 허용'이라는 결정을 한 것은 문제가 아닌가"라면서 "방통위는 가입자 내부 이동이나 3년 한시 허용이라는 단서를 달아 01X를 쓰는 소비자들보다는 이동통신 사업자 구도를 감안했다"고 평했다.
이에 방통위 관계자는 "01X의 3G가입 3년간 한시 허용의 전제로 010 번호 변경을 약속받도록 한 것은 소비자 편의와 010 번호통합 정책의 일관성을 유지하고자 한 것이지 KT 봐주기가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또 "01X의 3G 한시 가입 허용시 자사 내 가입자로 한정한 것은 이동통신회사들은 국가 자원인 번호로 경쟁하는 게 아니라 요금 및 서비스로 경쟁하라는 메시지"라면서 "KT는 010 번호통합 정책을 비교적 잘 따라온 사업자인데 번호로 피해를 입게할 수는 없지 않느냐"고 반박했다.
그러나 해명에도 불구하고, 연초까지만 해도 시장에서 010 가입자가 95%에 달했을 때 강제통합하겠다던 방통위가 정책을 급하게 바꾼 데 대한 논란은 상당기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김현아기자 chaos@inews24.com, 강은성 기자 esther@inews24.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