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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티브 잡스와 장단 맞추기의 어려움


마크 페이퍼매스터 애플 부사장의 사직은 스티브 잡스 애플 CEO와 같이 일하는 게 얼마나 어려운 지를 보여주는 사례다.

애플 측은 그의 사직 이유에 대해 정확히 밝히지 않았지만 많은 전문가들은 아이폰4와 관련된 문제로 해석하고 있다. 주지하듯이 애플은 아이폰 4 출시 이후 안테나 수신 감쇠 문제로 혹독한 비판을 받아왔고 누군가 그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하는데 페이퍼매스터가 총대를 메게 됐다는 분석이 가능한 것이다.

월스트리트저널 최근 보도에 따르면, 글리처의 애널리스트 브라이언 마샬은 “페이퍼매스터는 IBM 출신인데 IBM은 안테나 기술이 없다”고 말했다. 그가 안테나 기술에 밝지 않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또 파이퍼 재프리의 애널리스트 진 먼스터도 “그의 사직이 안테나 이슈와 무관하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반응이었다.

월스트리트저널이 접촉한, 이 문제를 잘 아는 사람에 따르면, 페이퍼매스터는 수개월 전부터 잡스의 신뢰를 잃었다는 것이다. 또 얼마 전부터 의사결정 과정에서도 배제됐다는 것이다.

사실 페이퍼매스터에게 아이폰4 ‘데스그립’(Death Grip) 책임을 묻는 건 어떤 측면에서 부당한 게 사실이다. 왜냐하면, 수신 감쇠 우려에도 불구하고 아이폰4의 독특한 양면 강화유리 디자인을 고집한 건 페이퍼매스터가 아니라 스티브 잡스 자신이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된 사실은 지난 7월 '스티브 잡스, 아이폰4 결함 알고도 판매' 등의 제목으로 주요 언론이 집중 보도한 바 있다.

이런 정황 때문에 페이퍼매스터의 진짜 사직 이유로 '애플 문화 부적응설' 혹은 '스티브 잡스와의 불화설'이 나온다.

이 상황을 잘 아는 사람에 따르면, 페이퍼매스터의 경우 애플에서 강조되는 ‘창조적 사고’라는 업무 방식과 어울리지 않은 듯하다. 애플은 고위 임원이라도 자기 영역의 작은 일까지 직접 챙기는 문화다. 잡스의 경우 아주 세부적인 일까지 직접 관여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IBM에서 업무를 크게 관리하는 데 익숙했던 패이퍼매스터는 이러한 애플의 기업 문화에 정착하는 데 애를 먹은 것으로 보인다.

사실 그는 애플 입사 때부터 진통을 겪었었다. 2008년 말 IBM에서 애플로 옮기려했으나 IBM이 경쟁사 취업 금지 조항을 어겼다며 소송을 하는 바람에 이 분쟁이 해결된 2009년 4월에 가서야 애플에 출근할 수 있게 됐다.

당시만 해도 잡스와 크게 부닥칠 일이 없었다. 잡스가 간이식 수술을 받기 위해 잠시 쉴 때였기 때문이다. 따라서 초기에는 업무를 결정하는데 상당히 독자적인 결정권을 갖고 있었다. 그러나 잡스가 돌아오고 이것저것 직접 챙기면서 패이퍼매스터는 덜 준비된 사람으로 평가됐다는 게 주변인의 전언이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이번 사건에 대해 “외부에서 영입된 사람이 애플에서 성공하기가 얼마나 어려운 지를 보여준다”고 평가했다.

이 신문은 컴팩에서 영입된 애플의 COO 팀 쿡, 미국의 대표적인 소매 체인인 터깃(Target)에서 영입된 유통 담당 책임자 론 존슨처럼 잘 나가는 사람도 있지만, 다른 사람들은 상황이 썩 좋은 게 아니다고 전했다.

/캘리포니아(미국)=이균성 특파원 gslee@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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