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의 KT그룹 압수수색을 계기로 2년 전 만들어진 KT 정관이 이슈화되고 있다. 조영주 전 KTF 사장에 이어 남중수 KT 사장에 대한 소환이 이뤄질 경우 지배구조 개선 문제가 뜨겁게 달아오를 전망이다.
2006년 3월 KT는 민영화 이후 사장 선출의 원칙이었던 공개모집조항을 삭제하고, 사외이사 모두에게 사장후보 추천권을 주도록 정관을 바꿨다. 공모제 폐지 등에 따른 공정성 논란이 제기됐으나, 민영화 안착기로 가기 위한 KT의 독립 경영을 강화하기 위해서라는 긍정적인 평가가 많았다.
하지만 최근들어 당시 KT의 조치가 소위 낙하산 사장을 막기 위한 묘수(妙手)였는지, 연임을 위한 계산이었는 지 논란이 커지고 있다.
KT의 바람직한 사장 선임 방안을 찾는 일은 KT 민영화 6년에 대한 평가와 함께 지배구조 개선 문제와 밀접한 관련을 맺고 있다.
◆방통위 등 정관 개정에 '부정적'
남중수 KT 사장이 KT 대표이사로 연임한 것은 올 해 2월 29일. 남 사장은 2005년 8월 KT 대표이사가 됐다.
그 사이인 2006년 3월 KT 주총에서 기존 사장선출 방식을 대폭 바꾼 정관변경안이 처리된다. 사장추천위 구성방식을 '사외이사중 추천으로 선임한 사외이사 3명과 전ㆍ현직사장 중 이사회에서 선정한 1인'에서 '사외이사 전원과 전직사장중 이사회에서 선정하는 1인'으로 바꾼 것. 사장공모제 의무조항도 삭제됐다.
공모제 시절에도 사장 선임 과정에서 잡음이 있었던 만큼, 공모제까지 폐지했을 때 후유증을 걱정하는 목소리가 있었다. 하지만 대다수는 지속경영을 위해 이사회의 사장후보 추천권을 강화한 조치로 평가했다.
그러나 불과 2년 만에 평가가 180도 바뀌고 있다.
방송통신위원회 고위 관계자는 지난 17일 "KT 정관을 보고 깜짝놀랐다"면서 "사장추천위(에 들어가는) 사외이사 중 유명한 사람이 없더라. 대표이사 맘대로 할 수 있는 게 아니냐"고 말했다.
이같은 시각은 방통위 뿐 아니라 청와대는 물론 업계 및 KT그룹 일각에서도 감지된다.
KT 한 임원은 "남중수 사장의 연임은 민영화 10년째인 2011년 2월 주총때까지 KT그룹 체질을 개선하는 데 가장 적합하다고 평가됐기 때문이지만, 그 같은(연임을 위한 자기사람 심기라는) 해석도 가능하다"고 언급했다.
◆KT 경영지속 문제 '고심'...공영화가 답인가?, 시내망 분리주장도
KTF 관계자는 "KT 사장 임기는 3년, 정권 임기는 5년이니 지난 해와 올해같은 상황이 또 오지 않겠냐"면서 경영 지속 문제를 우려했다. 급변하는 방송통신 융합시대에 대응하는 데 있어 3년마다 사장이 바뀌는 구조나 정치권의 외풍에 휘둘려야 하는 현실이 갑갑하다는 얘기다.
이에따라 KT와 KTF에서는 조심스레 황금주(전환우선주) 도입이나 국민연금 추가 투자를 통해 공기업으로 변신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환우선주'란 보통주로 전환이 가능한 우선주로 정관에 규정되면 이사회 결의로 발행해 우호적인 제3자에게 배정할 수 있다. KT 이사회가 결의해 정부에 1주라도 줘야 한다는 것. 국유화는 아니더라도 차라리 정부 관리 아래에 들어가겠다는 얘기다.
그러나 이같은 주장은 WTO나 한-미 FTA나 한-EU FTA는 물론 OECD 권고안에도 위배돼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평가다.
KT 관계자는 "오죽하면 '세계와의 약속이었다'는 민영화를 뒤로 돌려 공기업이 되겠다고 하겠냐"면서 KT와 KTF합병을 계기로 영업·마케팅 중심의 KT-KTF 합병법인과 시내망 관리 공영기업으로 분리하는 안을 제시했다.
정보기술(IT)의 패러다임이 줄(네트워크)장사에서 응용계층으로 바뀌는 현실에서 FTTH 등 투자를 강제하고 공정접속을 보장하는 망관리 법인을 공영화(또는 국가 소유)할 수 있다는 얘기는 지난 17대 국회에서 변재일 의원(민주당)이 언급한 바 있다.
그러나 이같은 방안은 경쟁 통신 회사들이 해당 법인에 막대한 손실보전금을 보편적서비스기금 형태로 줘야 한다는 점에서 논란일 수 있다.
2005년 민영 1기 사장이었던 이용경 사장 임기 만료를 앞뒀을 때에도 1기 사장과 2기 사장간에 업무 공백 없이 제대로 경영이 유지될 수 있을까 걱정이 많았다. 당시에도 임원들의 줄서기가 적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번에도 마찬가지다. 그게 마치 황제의 나라(중국)가 왕의 나라(조선)을 섭정하는 것과 비슷하다. KT 고위 관계자는 말한다. "중국에서 사신이 오면 조선 왕과 신하들은 납작 업드려 있었습니다. 그게 지금의 KT입니다."
KT가 이번 사태를 계기로 지배구조에 대한 획기적인 개선책을 만들 수 있을까. KT에는 자율책임경영이 어떤 방식으로 가능할 까.
/김현아기자 chaos@inews24.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