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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만원대 CPU 대신 4만원 짜리에 올인한 인텔


PMP·내비·휴대전화·저가 컴퓨터 시장 '모두 정복'

컴퓨팅 업계의 주요 기술 동향과 시장 흐름을 한눈에 볼 수 있는 인텔개발자회의(IDF) 봄 행사가 3일 막을 내렸다.

중국 상하이에서 진행된 이번 행사를 통해 인텔은 저가형 컴퓨팅 제품 확대 보급에 어느 때 보다도 목소리를 높였다.

인텔은 지난 해 IDF에서는 "꿈꾸기만 했던 첨단 컴퓨팅 기술이 이제 실생활이 됐다"는 화두를 내걸었다. 그러다 보니 당시엔 최고급 제품군과 최신 기술을 소개하는데 주력했다.

제조에서도 '꿈의 45나노미터' 공정을 실현했고 미세 공정 반도체의 한계로 여겨졌던 절연체 역시 반금속 재질인 하이k 하프늄 소재로 대체, 벽을 허물기도 했다.

지난해 말 발표된 '코어2익스트림(코드명 요크필드)' 프로세서는 최상위급 성능과 고급 기술의 집약체로, 단위 가격이 100만원을 훌쩍 넘기는 가장 비싼 컴퓨터 중앙처리장치(CPU)중 하나가 됐다.

이런 인텔이 올해는 4만원대 CPU인 '아톰'에 전력을 쏟아부었다. 아톰은 45나노미터 제조 공정기반의 초소형-저전력 CPU지만 주요 제품의 가격이 45달러 정도로 저렴하다.

◆TI-ARM-VIA가 평정한 휴대기기 칩셋 시장에 눈독

인텔이 아톰 CPU를 기반으로 집중적으로 키우려는 시장은 '모바일인터넷디바이스(MID)' 단말기다. 인텔은 이번 행사 기간 동안 MID가 새로운 휴대 단말기기의 축을 형성할 것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하지만 MID가 실제 구현된 모델을 보면 PMP, 내비게이션, 스마트폰 등 실생활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휴대 단말기기들이다. 이를 인텔은 통털어 MID라고 강조한다.

물론 인텔의 MID는 기존 휴대 단말기기들이 넘지 못한 세계를 구현한 점에서 의미가 있다.

PMP, 내비게이션, 스마트폰의 한계는 성능이었다. 기존 제품들도 인터넷에 충분히 연결할 수 있고 동영상, DMB, 위치탐색, 일정 관리 및 업무처리 등을 모두 할 수는 있다. 하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가능하다'는 수준일 뿐 '능숙하다'는 의미는 아니다.

인텔 울트라모빌리티그룹 총괄 아난드 찬드라세커 수석부사장은 "MID는 PC와 같은 사용자 환경을 제공해 소비자들이 익숙하고 쉽게 다룰 수 있으며 무엇보다 인터넷과 다양한 기술들을 동시에 이용해도 이를 충분히 뒷받침 할 수 있는 '성능'이 있다"고 강조했다.

인텔이라는 브랜드에 부여되는 '성능에 대한 자신감'을 기반으로 이 회사는 결국 텍사스인스트루먼트(TI), ARM, VIA 등 다른 반도체 업체들이 평정했던 휴대기기 단말기 시장에 출사표를 던진 셈이다.

TI나 ARM, VIA의 칩셋은 작은 휴대기기에 탑재되기 때문에 작고 저렴하다는 특징이 있다. 인텔의 아톰은 컴퓨터 프로세서이면서도 이 특징을 모두 수용해, 강력하고 새로운 휴대 단말기용 칩셋으로 진화한 것이다.

이제 PMP나 내비게이션 제조 업체들도 '인텔' 브랜드를 등에 업고 강력한 성능에 대한 마케팅을 펼칠 수 있다.

인텔과 긴밀한 협력을 맺고 있는 PC 제조업체들 역시 아톰 프로세서를 발판 삼아 그동안 군침만 삼켰던 휴대 단말기기 시장에 본격 진출할 수 있게 됐다.

실제로 이번 IDF에서는 휴대기기 업체인 벤큐, 유경 등 국내외 업체들이 아톰 기반 단말기를 선보였으며 PC 업체인 레노보, 아수스도 이 대열에 합류했다.

◆휴대전화와도 '맞짱' 뜨나

인텔의 야심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휴대전화기기들이 빠르게 PC처럼 진화하고 있지만 아직도 성능의 한계에 봉착해 있다는 점이 인텔에게는 새로운 기회로 여겨지고 있는 것.

특히 휴대전화 단말기들이 본격적으로 인터넷 '풀 브라우징' 서비스를 제공하고 나서는 것은 인텔에게 호재가 아닐 수 없다. 오히려 인텔 CPU의 성능을 입증할 수 있는 기회라는 것이다.

현재 휴대전화 단말기에 탑재되는 칩셋은 베이스밴드칩이라는 통신모뎀 역할 칩과 CPU 역할의 칩이 결합된 '세트' 형태다. 일반적인 것이 ARM 계열이다.

하지만 ARM의 최신 칩세트인 11 계열도 풀 브라우징 서비스를 소화하는데 벅차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반면 본래 CPU였던 인텔 아톰은 이를 충분히 소화할 수 있다는 것.

특히 인텔은 MID에서 '음성 통화' 기능을 향후 탑재한다는 계획을 시사했다. 이번 IDF에서도 인터넷 전화(VoIP) 기능을 탑재한 MID를 직접 시연해 보였다.

더구나 휴대전화 단말기의 칩셋 가격은 성능의 약세에도 불구하고 '비싸다'는 것이 업계의 평이다. '세트' 형태로만 제작돼 본격적인 가격 경쟁이 일어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인텔이 이 시장에 본격 진출한다면 휴대전화 단말기의 성능이 급격히 향상되면서 가격은 내려가는 현상을 보일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결국 인텔은 휴대전화 칩셋 시장에 대한 승부수도 띄운 격이다.

◆전통 컴퓨터 시장도 "놓지 않아"

인텔은 초저가 노트북에도 아톰 프로세서를 탑재, 컴퓨팅 시장에서의 리더십도 공고히 한다는 방침을 이미 밝혔다.

이른바 '넷북'이라는 초저가 노트북은 '인텔 컴퓨터'로 대변되는 고급형 제품과 그렇지 않은 제품으로 나뉘는 컴퓨터 시장에서 나머지 시장까지 정복하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인텔 모빌리티그룹 총괄 데이비드 펄뮤터 수석부사장은 IDF 기조연설에서 "전세계 노트북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데 이중 25%가 초저가 노트북 시장이 될 것"이라면서 "이 시장이 '넷북' 중심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인텔이 이번 IDF에서 마이크로소프트의 윈도를 탑재하고도 20만원대의 파격적인 가격을 구현해 소비자들의 폭발적인 관심을 얻었던 '넷북'은 바로 이 25%의 시장을 정조준 한 것이다.

이 시장은 그동안 저가형 프로세서를 탑재한 조립 제품이 주류를 이뤘지만, 이제 1인 1PC 시대를 넘어 1인 2PC, 3PC 시대로 빠르게 전환되면서 이 시장 역시 브랜드 제품으로 대체될 공산이 높다.

인텔은 세계 각국의 주요 현지 업체들과 협력해 관련 시장을 정복하겠다는 것.

이번 IDF는 휴대단말 기기 시장과 휴대전화 칩셋 시장, 그리고 전통 컴퓨터 시장까지 인텔이 그리고 있는 광대한 시장 공략 전략이 아톰 프로세서를 통해 극명히 드러난 행사였다.

상하이(중국)=강은성기자 esther@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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